설 연휴를 하루 앞둔 1일 서울역 플랫폼에서 귀성객들이 고향으로 향하는 열차에 오르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명절 기차표 예매에도 디지털 격차에 따른 극과극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명절 연휴를 앞두고 지난 30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찾은 서울역에는 매표소 창구로 몰린 노년층과 무인발권기로 향하는 젊은 층의 대조가 극명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명절 기차표 사전 판매 때는 온오프라인 비율이 7:3으로 나눠져 있지만, 이후 현장 판매 수량이 따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매진된 표 가운데 취소되는 일부 승차권만 역 창구에서 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인터넷 등을 통해 예약대기를 한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
이날 서울역을 찾은 60~70대들은 무인발권기로 향했다가 다시 매표소로 발길을 돌려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겨우 표를 구하는 모습이었다.
김정구(75)씨는 "배워야 되는데 촌 영감이라 몰라서 한 30분 기다렸다"고, 주현섭(75)씨도 "인터넷으로 하면 참 좋지만, 사용할 줄 모르고 기계로 해도 자꾸 실수를 하게 된다"고 했다.
박동석(69)씨를 비롯해 노약자 매표 창구 이용객들은 "나이 많은 사람들을 별도로 해주고, 표로 바로 주니까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
노약자 우선창구가 마련됐다는 건 배려와 편의 목적이지만, '디지털 래그'(Digital Lag·디지털 시대에 뒤떨어지는 현상)가 심각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반면, '엄지족'(스마트폰 세대를 이르는 말)들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거나 무인발권기를 선호하는 편이다.
직장인 최서윤(32)씨는 "코레일 앱으로 미리 예매하면 명절에도 큰 문제 없다. 대학 때부터 수강 신청을 인터넷으로 하다 보니 늘었는지 예매 대란 같은 건 딱히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행을 떠난다는 정재호(29)씨는 "무인발권기에서 1분 만에 뽑았고 안 기다려도 되서 좋다"고 했다.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중 승차권 예매 비율은 홈페이지 53.8%,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37.7%, 현장 매표소 8.5%였다.
열차를 기다리는 대합실 안 풍경도 디지털 디바이드(정보 격차)가 펼쳐졌다.
패스트푸드 매장 입구에 무인단말기가 마련됐지만, 김명순(69)씨는 "할인 메뉴를 먹고 싶은데 기계로는 잘 안될까봐 헷갈린"”며 점원을 찾았다.
김성회(71)씨는 "일단 불편하고, 뒷사람에게 피해 줄까 눈치도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