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입사원인 A씨의 사수인 B씨는 말 그대로 '군기반장'이다. A씨에게 술자리를 마련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거듭 위협하는가 하면, "아직도 술자리 날짜를 못 잡았냐", "사유서를 써와라", "성과급의 30%는 선배를 접대하는 것"이라며 술자리를 강요하고 시말서, 사유서까지 쓰게 했다.
# 의류회사 디자인팀에서 일하는 C씨는 팀장 D씨의 까다로운 성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곧 열릴 하계 신상품 발표회를 앞두고, C씨가 새로운 제품 디자인 시안을 몇 차례나 보고했지만, D팀장은 신제품 콘셉트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속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자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만, 후자는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직장 선후배나 동료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나 직장 내 관리자·사용자도 회사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갈등을 놓고 명확하게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22일 발표했다.
이는 오는 7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데 따라 마련됐다.
매뉴얼에 따르면 법상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다만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해 종합적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신체적‧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 악화가 발생할 수 있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해 피해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의 악화까지 발생된 사실이 인정되야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는 직접적인 지휘명령 관계는 물론, 사내 직위‧직급 체계로도 지위의 우위성이 인정된다.
또 관계의 우위의 경우 개인을 집단이 괴롭히는 수적 측면이나 나이‧학벌‧성별‧출신 지역‧인종 등 인적 속성, 근속연수‧전문지식 등 업무역량, 정규직 여부 등 상대방이 저항 또는 거절하기 어려울 개연성이 높은 상태로 인정되는 경우를 모두 포괄한다.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지 여부는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는 물론, 업무상 필요하더라도 사회 통념에 비춰 지나친 행위도 괴롭힘으로 인정된다.
예를 들어 인간관계에서 용인될 수준을 넘어설만큼 개인 심부름을 반복해서 강요하는 경우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다.
또 업무지시를 하면서도 폭언·욕설이 반복되거나, 의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때 피해자를 무시·배제하거나 집단따돌림한 경우가 후자에 해당된다.
특히 직접적인 업무수행 중에 발생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업무수행에 편승해 괴롭힘 행위가 이뤄졌거나 업무수행을 빙자해 발생한 경우에도 인정 가능하다.
다만 회사 내 운동시설에서 운동을 하다 시비가 붙은 경우처럼 업무관련성이 없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또 가해자가 의도적으로 행위를 저지르지 않더라도 결과적으로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괴롭힘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의 정리해고 수법으로 사용했던 면벽근무 지시 등 업무공간을 통상적이지 않은 곳으로 지정하는 경우에도 인사권의 행사범위에 해당되더라도 사실상 근무환경을 악화시킨 것으로 보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다.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은 행위가 발생한 장소는 반드시 사업장이 아니라 사내 메신저, SNS 등 온라인에서 발생한 경우에도 해당할 수 있다.
이러한 법 개정에 따라 상시 10명 이상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는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에 관한 내용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사내에서 금지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관련 사항 △직장 내 괴롭힘 사건처리절차 △피해자 보호조치 △행위자 제재 △재발방지조치 등을 규정해야 한다.
다만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사내 징계규정을 신설 또는 강화할 경우에는 노종조건 불이익 변경에 해당해 노동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 또는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