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청와대는 북미 정상간 하노이회담 결렬의 결정적 이유가 무엇인지를 놓고 본격적인 상황 파악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직접 주재하며 향후 대응책 마련에 주력한다.
◇ 靑, 당혹에서 차분한 상황판단으로 ' 모드변경'청와대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인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회담에서 크게 타결을 하기를 원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기대치에 두 정상간 최종적인 합의와 타결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황스런 모습이었다.
다음날인 1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지속적인 대화 의지와 낙관적인 견해는 다음 회담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연계해 제재해제 또는 완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점은 북미간 논의의 단계가 한층 높아졌음을 보여준다"고 애써 의미를 부여했다.
청와대는 제재 완화 단계에 남북 도로·철도 연결을 비롯한 각종 경제협력을 활용할 준비가 돼 있다(지난달 19일 한미 정상통화)고 기대감을 한껏 표했다가 회담 결렬 직후 당혹해하는 빛은 역력했지만, 다시금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 대화 '촉진자' 역할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먼저 하노이회담 결렬의 가장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비핵화 수준과 제재완화 범위를 놓고 북미 정상이 간극을 좁히지 못한 것을 포함해, 하노이회담 '재구성'에 돌입하면서, '중재자' 문 대통령의 운신의 폭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 靑 "하노이의 재구성, 바둑으로 치면 '복기' 단계"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휴일인 3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하노이회담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하노이회담에서 (북미 정상간) 실제로 어떤 대화가 오갔고, 어디에서 매듭이 꼬였는지. 하노이회담을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재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산발적으로 정보가 들어오고 있지만 부분적이고 심도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정부가 각급 채널을 통해서 27일, 28일 어떤 일이 있었는지 면밀하게 진단을 하는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결렬 직후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이 완전한 제재완화를 원했다"고 밝힌 것이나, 리용호 외무상 등 북한 관리들이 "영변을 다 내놓겠다고 했는데도 미국이 그 이상을 원했다"며 일부 회담 내용 공개한 것의 배경을 차분하게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청와대는 하노이회담 첫날 단독 정상회담과 친교만찬 등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서로에 대해 친근감을 표하고 또 서로의 만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 회담을 낙관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북미가 서로 밝힌 대로 영변 핵시설을 포함한 비핵화 '수준'과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처인 제재완화 '범위'를 놓고 마지막에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부분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중재 역할 전제 조건이 마련된다는 입장이다.
또 서로간에 물러설 수 없는 지점을 파악해 그 간극을 우리 정부가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상황 판단에도 돌입한 셈이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는 정확한 진단을 내린 뒤에나 문 대통령이 어떤 행동을 할지 계획을 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워싱턴 급파정부는 당장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이르면 5일 워싱턴으로 급파한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실무를 주도해 온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나 의견 충돌 지점을 직접 듣기 위해서다.
이 본부장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던 하노이 현지에 상주하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모아 청와대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한미 워킹그룹 당사자이기도 한 이 본부장은 카운트파트인 비건 대표를 만나 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비핵화 관련 한미 공조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북미 대화 재개 조건과 시기는 물론, 북미대화 촉진자로서 한국의 역할도 폭넓게 논의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회담 직후 전용기 '에어포스 원' 안에서 가진 문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김 위원장과의 회담 결과를 가장 먼저 공유하고 의견을 구하고 싶었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대화해서 결과를 내게 알려주는 등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 귀국 중인 김 위원장 평양 도착하는 대로 '물밑접촉'청와대는 지난 2일 오전 열차 편으로 귀국 중인 김 위원장이 5일 평양에 도착하는 대로 '물밑접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회담에 동행한 리수용 노동당 국제부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부상 등 북한 관리들도 김 위원장을 수행 중이다.
다만 지난해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열렸던 2차 남북정상회담처럼 '원포인트 정상회담'은 당장 계획에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지난해 설치된 남북 정상간 '핫라인'도 당분간 가동하지 않고 실무급에서 북측의 의중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공동 운영 중인 남북 연락사무소나 국정원 라인 등 각급 채널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미 의중 파악이 마무리되고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면 정의용 안보실장 등 대북특사 파견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NSC 전체회의 발언하는 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 靑, 내부 분위기 추스리기…오늘 문 대통령 NSC 전체회의 주재청와대는 북미간 비핵화 간극이 뚜렷하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낙담만 하고 있지는 않다.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 등 북한 관리들이 하노이회담 뒷얘기를 공개하며 미국을 압박했지만, 날선 비판은 자제하며 향후 추가 대화 여지를 남긴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 중이다.
특히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종결 후에도 웃으면서 헤어지는 사진이 뒤늦게 공개된 것을 두고도 하노이회담 결렬이 향후 북미대화에 '진통'을 남긴 것은 맞지만, '파국'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귀국 뒤 북한의 잠재력을 여전히 높게 평가하면서 태도변화를 촉구하는 등 북미대화 판을 깨겠다는 것도 아니어서 더욱 정교한 우리 정부의 외교력이 절실해졌다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각급 채널별로 북미의 의중을 살피는 것과 별개로 4일 오후에 직접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향후 대응책 마련에 나선다.
문 대통령이 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것은 취임 후 8번째로, 지난해 6월 14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에 이어 약 9개월 만이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NSC 안건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평가 및 대응방안"이라며 "외교·통일·국방부 장관이 각각 보고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주재 NSC 전체회의인 만큼, 이낙연 국무총리와 강경화·조명균·정경두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서훈 국정원장,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이 참석해 향후 북미대화 촉진자로서 우리 정부의 역할을 점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