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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삭스쿼브 "30대 이상이 공감하는 힙합도 있어야죠" (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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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삭스쿼브 "30대 이상이 공감하는 힙합도 있어야죠" (인터뷰②)

     

    ※'아이삭스쿼브 "에미넴도 트럼프 비판했잖아요"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새 EP '마이 스탠스'(My Stance)로 돌아온 한국힙합 1세대 래퍼인 아이삭 스쿼브(본명 박이삭·35)는 요즘 힙합씬 환경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느낀다고 했다.

    "랩스타를 팔로잉하는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정작 힙합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예전과 비교해서 힙합 팬이 더 없어진 것 같기도 하고요"

    아이삭 스쿼브는 그런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힙합 문화의 매력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또, 앞으로도 노력할 생각이다. 최근에는 다시 집결하기 시작한 '올드 힙합팬'들 덕에 새로운 활동의 동력을 얻기도 했단다.

    "1세대 래퍼들을 좋아해 준 팬들이 이제 3~40대가 됐다. 그런데 그들이 지금의 힙합을 어려워하고 있다. 공연장 티켓을 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는데 어디로 가야할 지도 모른다. 저는 그들에게 아직도 힙합을 좋아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동년배의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한국힙합 1세대 래퍼로서 요즘 힙합씬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이 없는 것 같다. 예전보다 더 없어졌다. 다만, 랩스타를 팔로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힙합이 죽어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힙합은 집단문화다. 그 집단문화 안에 많은 사람이 들어와야 문화가 확장된다. 그런데 지금은 특정 아티스트만 온라인으로 팔로잉하는 시대다. 그렇다 보니 힙합문화에 빠지지 못하는 것 같고, 팬들끼리 갑론을박만 벌이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1세대 래퍼들의 잘못도 있다고 본다. 더 많은, 더 멋진 콘텐츠를 만들어냈어야 하는데 다들 먹고 살기에 급급해서 그렇게 못한 것 같다. 보여주고 증명한 게 없는 게 사실이다. 많이 반성해야 한다"

    --사실 아이삭스쿼브도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텀이 길었다.
    "독립 음악가로서 활동하다 보니 저 역시 생계 문제가 있었다. 기획사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던 게 아니었다 보니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또, 워낙 오래전부터 활동을 하고 다양한 음악과 콘텐츠를 만들었다 보니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 어떤 생각을 내뱉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거다. 하물며 이별이라도 겪어봐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텐데. 그런 새로운 경험이 없으니 앨범을 만드는 게 어려웠다. 아마 모든 예술가가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랩을 통한 소통, 랩의 문법과 리듬이 가진 힘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고, 이런 주제로 기업 강의를 한 적도 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대 미술 작가님들과도 자주 협업하게 됐고, 요즘은 팝 아트 작가 분들과 소통 중이다. 전 힙합과 랩을 너무 사랑해서 이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그래서 제가 하는 모든 활동에는 힙합이 들어간다. 주변 사람이들이 '넌 진짜 힙합이야'라고 할 정도로 매일 같이 새로운 힙합 음악을 찾아 듣고, 힙합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어떻게 보면 그래서 함부로 앨범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미소)"

    --수파사이즈와 함께 팟캐스트 방송도 진행하고 있지 않나.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방송은 꽤 오래전부터 해왔는데 작년에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았다. '꼰대'라는 악플을 보고 화가 난 수파사이즈 형이 '그래 우리 꼰대다. 듣지마!' 하면서 요즘 래퍼들을 싹 다 욕한 게 탄력을 받은 계기가 됐다. (웃음). 당시 '정치는 진보지만, 힙합은 보수'라는 말도 했었다. 전 사실 형이 그런 발언을 하는 걸 지켜보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그 이후 악플이 사라지고 저희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기 시작했다. 3~40대 올드 힙합 팬들은 '당신들이 나의 죽어있던 힙합본능을 깨웠다'면서 커밍아웃을 하기 시작했고. (웃음)"

     

    --아, 그래서 방송 제목이 '보수힙합, 매콤한라디오'가 된 건가.
    "그때부터 오히려 더 예전 힙합 이야기를 하고 그 시절 음악을 틀으니 올드 힙합 팬들이 저희 방송으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올 초에 수파사이즈 형과 함께 낸 곡인 '신촌역 8번 출구'도 올드 팬들의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탄생한 곡이다. 애초 목표액이 180만원이었는데 580만원이 모였을 정도로 성원이 뜨거웠다. 모금된 금액으로 20년 전 옷을 사서 완전 옛날 스타일로 뮤직비디오를 찍기도 했다. 최근에는 홍대에서 팬들과 함께 한 파티까지 성황리에 마쳤다. 아, 뮤직비디오는 아직 공개하지 않는데 얼마 전 딥플로우에게 보여주니 '너무 잘봤다'면서 눈시울을 붉히더라. (미소)"

    --이른바 '보수힙합'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있나.
    "한국힙합 1세대라는 개념은 타이거JK나 MC메타가 혼자 만든 게 아니라 당시 CD를 사주고, 래퍼들이 입었던 브랜드의 옷을 따라 입어주고 엠넷의 '힙합 더 바이브'를 시청해주고, 공연장을 찾아주었던 사람들이 함께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그들이 지금 3~40대가 됐다. 그런데 그들이 지금의 힙합을 어려워하고 있다. 공연장 티켓을 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다. 저는 그들에게 아직도 힙합을 좋아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말해주는 동년배의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팬들과 파티를 열었을 당시의 분위기도 궁금하다.
    "'힙합 보수층'이 마음 놓고 눈치 보지 않고 힙합 공연을 즐기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마흔 다섯 살 팬 분도 계셨는데 사회생활 하느라 바빠서 힙합을 잊고 살다가 저희 방송을 듣고 울산에서 혼자 오셨다고 하더라. 공연장에 그런 분들이 꽤 많았는데 재밌는데 다들 꽁꽁 숨겨두었던 새 신발을 신고 힙합 옷을 입고 오셨다는 점이다. (미소). 아, 팬 분들과 단체 대화방도 만들었는데 요즘에는 다같이 제주도 여행도 가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의 음악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겠다.
    "실제로 '신촌역 8번출구'라는 곡을 발표한 이후 OST 제안 같은 연락을 많이 받았다. 어떻게 보면 '보수 힙합'을 '뉴트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이런 게 저의 자산이 아닌가 싶다. 올해는 많은 음악을 들려드릴 계획이다. 이번 달에 또 싱글이 나올 예정이고 5~6월쯤 정규앨범을 내려고 준비 중이다. 30대 이상이 공감할 수 있는 힙합도 있어야 하지 않나. 올드 힙합 팬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곡을 선보일 예정이니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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