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0일 취임 100일 맞은 가운데 당내에선 나 원내대표의 행보를 두고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보수정당 최초 여성 원내사령탑에 오른 나 원내대표는 '투쟁력 약화'라는 일각의 우려를 깨고 '외유내강(外柔內剛)'의 투쟁력을 보여줬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나 원내대표가 여전히 당내 구성원들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법대‧판사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만을 거친 탓인지 홀로 결단을 내리고 추진하는 성향이 때론 독선적인 행태로 비춰진다는 점이다.
한국당은 나 원내대표의 취임 100일을 맞은 이날 기자간담회 등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았다. 여야 4당이 추진 중인 '패스트트랙 3법' 등 시국의 엄중함을 감안해 나 원내대표 스스로 개별 일정을 계획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때문에 당내에서도 이날이 나 원내대표 취임 100일인지 모르는 의원들이 많았다. 황교안 대표만 '취임 100일을 축하합니다'라는 쪽지가 적힌 꽃바구니를 나 대표실에 전달했다.
지난 100일간 나 원내대표의 행보를 두고 당내에선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한국당 계열 보수정당 사상 최초 여성 원내대표가 선출되면서 일각에선 대여 투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나왔던 게 사실이다.
통상 야당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에 맞서 때론 장외투쟁과 피켓시위 등 다소 과격한 투쟁방식을 선두에서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임 지도부인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단식 투쟁으로 '드루킹 특검'을 관철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나 원내대표는 대여 강경 발언으로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최근 교섭단체 원내대표 연설에서 논란이 된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은 장외가 아닌 원내에서 '말의 정치'로 거둔 대여투쟁 최대 성과로 꼽힌다.
당내 한 친박계 초선의원은 "사실 여성 원내대표라서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는데, 기대 이상의 투쟁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밖으로 나가지 않고 의회 내에서 적법한 수단을 이용해 투쟁하는 야당의 모습을 보였고, 민주당이 말려드는 바람에 더 성공적이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나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경선 당시 범(凡)친박계의 지원을 받아 당선된 덕분에 취임 후 계파갈등이 줄어든 점도 당내에서 평가르 받고 있다.
당내 한 핵심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우연찮게 나 원내대표가 특정 계파의 지지만으로 당선된 게 아니라서 오히려 계파갈등이 잠잠해졌다"며 "양쪽 계파의 다양한 인사들이 나 원내대표에게 건의를 하거나 소통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반면, 나 원내대표에게 아쉬운 점으로는 '소통 부족'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엘리트 이력과 미모 등을 갖춰 정치 입문 단계에서부터 여론의 주목을 받아온 나 원내대표에게 독선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을 상대로 선거 운동을 벌이는 과정에서는 이를 상당히 개선했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손혜원 특검과 조해주 임명 철회 등을 요구하며 1월 임시국회 국회 보이콧을 주도했던 나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 복귀'를 전격 선언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당내 상임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과 소통 없이 단독으로 추진했다는 점이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국회 복귀라는 중차대한 사안을 원내대표가 당내 상임위원장들과 상의 한마디 하지 않았다는 건 큰 문제"라며 "리더는 개별 의원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당내 한 관계자도 통화에서 "나 원내대표의 단점은 말 그대로 '서울법대' 출신들의 단점이라고 보면 된다"며 "초엘리트 지위에서 늘 대접을 받았던 습관이 쉽게 없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