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무성이 공개한 새 지폐의 견본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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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구한말 한반도 경제 침탈의 선봉에 섰던 상징적 인물을 새 지폐에 그려 넣으려 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 인물은 특히 대한제국 시절 일제의 이권 침탈을 위해 한반도에서 지폐 발행을 주도하고 스스로 지폐 속 초상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폐 도안을 전면 쇄신한다며 1만엔권에 시부사와 에이이치(澁澤榮一·1840-1931년)의 초상을 넣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메이지(明治)와 다이쇼(大正) 시대를 풍미했던 사업가로, 제1 국립은행, 도쿄가스 등 5백여개 회사 경영에 관여해 일본에서 추앙받는 인물이다.
하지만 한반도에서는 구한말 화폐를 발행하고 철도를 부설하는 한편 경성전기(한국전력의 전신) 사장을 맡으며 한반도에 대한 경제 침탈에 앞장선 상징적인 인물이다.
특히 한반도의 첫 근대적 지폐에 등장해 한국에 치욕을 안겨주기도 했다.
구한말 대한제국에서는 1902~1904년 일본 제일은행의 지폐 1원, 5원, 10원권이 발행됐는데, 이 세 종류 지폐 속에 그려진 인물이 바로 당시 제일은행의 소유자였던 시부사와 에이이치였다.
대한제국은 1901년 외국 돈의 유통 금지와 금본위 제도의 채택을 내용으로 하는 자주적 화폐 조례를 발표했다. 이에 일본 제일은행은 화폐를 발행할 것을 요구한 뒤 무력시위를 통해 대한제국이 이를 받아들이도록 했고, 은행의 소유자인 그의 초상을 지폐에 그려 넣었다.
우리 돈 10만 원과 비슷한 가치인 1만엔권 지폐는 일본 지폐 중 가장 고액권이다.
또 5천엔권에는 메이지 시기 여성 교육 개척자인 쓰다 우메코(津田梅子·1864~1929년), 1천엔권에는 일본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기타사토 시바사부로(北里 柴三郞·1853~1931년)의 얼굴을 실으려 하고 있다.
새 지폐에 들어갈 인물은 재무성이 일본은행, 국립인쇄국과 협의해 최종 결정한다. 재무성은 새 지폐를 5년 후 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