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방송 캡처)
"강력 범죄자에 대한 신상 공개는 영원한 딜레마입니다."
MBC '실화탐사대'가 복역 중인 성폭행범 조두순의 얼굴을 공개했지만 여전히 고민은 남아 있다.
'실화탐사대'는 지난 24일 방송에서 600여일 후 출소하는 조두순의 얼굴을 최초로 공개했다. 조두순은 지난 2008년 아동을 납치하고 성폭행한 뒤 신체를 훼손한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제작진은 "조두순이 나올 날이 머지 않았다. 깊은 고민 끝에 사회가 좀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얼굴을 공개하게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지난 2010년 4월 제정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8조 2항(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에 따라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 등 피의자에 한해 신상이 공개된다.
강력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조두순은 신상공개 제도가 제정되기 전인 2008년 범행을 저질렀기에 적용 대상자에서 벗어나 '성범죄자 알림e'만을 통해 5년 간 신상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성범죄자 알림e'는 자신의 거주지가 범죄자 인근임이 확인되면 해당 범죄자의 신상 정보를 확인해주는 사이트로, 해당 정보를 유출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오직 범죄자 인근에 거주하는 개인만이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방송을 통한 공개보다는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이 아닌 방송사의 판단으로 이뤄진 조두순 얼굴 공개는 법적인 문제가 없을까. 권영국 인권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손해배상 청구 등 조두순 개인의 법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권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상 개인 신상에 얼굴도 포함되기 때문에 그 위반 여부가 문제가 될 것 같고, 초상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그러나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있기 때문에 강력한 대응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의 이익'과 '인격권' 사이 균형을 잡을 수 있느냐다. 단순히 법적인 차원을 넘어 이 결론은 좀처럼 쉽게 도출되지 않는다. 조두순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여전한 가운데 형사 처벌이 모두 끝난 범죄자 개인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인 탓이다.
권 변호사는 "조두순의 경우처럼 우리는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사생활 등 전인격권 보호, 두 가지 중 어느 게 더 우선돼야 하느냐를 가지고 비교 형량한다. 판단이 쉽지 않은 문제가 있고, 이 두 사안은 언제나 충돌한다. 형사처벌이 끝난 후에도 위험 요소가 있는 범죄자라면 국가가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하지 개인이 사회적으로 낙인을 찍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방송을 통한 얼굴 공개 등 범죄자를 사회적으로 낙인 찍는 방식의 대안은 잠깐의 불안감 해소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권 변호사는 "우리 사회의 범죄 대응 방식은 격리하거나 낙인 찍어가는 방식, 범죄자를 위험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드는 방식에 가깝다. 교정과 교화의 의미는 결국 이들을 정상적으로 사회에 복귀시킨다는 목표가 있다"며 "그들을 격리하고 배제하는 방식으로 보호 장치를 만들어 가는 것은 이와 배치되기 때문에 바람직한 방식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