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전경.(사진=UNIST 제공)
유니스트(UNIST, 울산과학기술원)는 개교 10주년을 맞아 캠퍼스를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다양한 행사를 마련한다고 29일 밝혔다.
지난 2009년 개교한 학교가 그동안 시민들의 성원에 감사하는 뜻을 담아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는 게 유니스트 측의 설명이다.
행사는 오는 5월 17일부터 25일까지 9일간 대학 캠퍼스와 6월 1일과 2일 울산대공원으로 나눠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17일부터 25일까지는 시민들에게 캠퍼스를 개방하고 곳곳을 보여주는 'Open University Week(오픈 유니버시티 위크)'로 꾸며진다.
주제는 '열 살 유니스트, 열 번째 다리를 놓다'.
열 번째 다리는 현재 유니스트 캠퍼스 안에 설치된 다리 9개 다음으로 놓일 가상 다리를 말한다.
캠퍼스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자연지형을 살려 9개 다리(9 Bridges, 나인 브릿지)를 설치했는데 별도로 이름이 없다.
유니스트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면 그들의 이름을 다리에 넣겠다는 것.
이른 바, 가상의 다리인 10번째는 개교 10주년을 맞아 지역사회와 유니스트를 더욱 단단하게 연결하고, 과학기술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를 놓겠다는 뜻을 담았다.
'Open University Week'에는 중 · 고교생과 일반 시민들이 신청하면 캠퍼스를 방문해 연구 현장과 교육 장면을 둘러보도록 했다.
실험실과 강의실을 탐방하는 중간에는 유니스트 성과들이 모인 전시관도 마련된다.
21일 오후 7시 30분에는 부터는 'BNK 경남은행과 함께하는 KBS 열린음악회'가, 24일에는 '뮤지컬 갈라쇼 클라이막스' 공연이 각각 열린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도전! 과학골든벨'은 25일 오후 1시에, 중 · 고등학생 '창업경진대회'는 25일 오전 10시에 진행된다.
앞선 두 행사에 참가하려면 유니스트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23일 오후 7시에는 '생명과학 특별강연'이 마련된다.
우리나라 대표 게놈 연구자인 유니스트 생명과학부 박종화 · 조승우 교수가 유전자에 대한 궁금증을 알기 쉽게 풀어줄 예정이다.
UNIST 정무영 총장이 29일 대학본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개교 10주년 설립 12주년 기념행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UNIST 제공)
한편, 유니스트는 2009년 국립대학법인으로 출발해 2015년 과학기술원으로 전환된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이다.
논문의 질적 수준을 평가는 라이덴랭킹에서는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국내 1위를 기록했다.
2018년 THE 세계소규모대학순위에서는 아시아 1위, 세계 6위를 올랐다.
또 수출형 연구브랜드 14개를 육성해 해수전지와 유니브레인(3진법 반도체칩), 게놈 등은 산업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제거용 전지 시스템과 고성능 수소생산 촉매 기술도 산업계에서 가능성을 주목받고 있다.
교수가 창업한 기업은 37개로 전임교원의 10% 수준을 차지했다.
다음은 유니스트 정무영 총장과의 일문일답.
- 과기원 전환 후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경과는?유니스트는 '인류의 삶에 공헌하는 세계적 과학기술특성화 대학'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2011년 개최한 '2030 비전 선포식'에서 공개한 내용이다.
당시 제시한 목표는 '2030년까지 글로벌 Top 10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었다.
매우 도전적인 목표이지만 몇몇 분야에서는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과기원 전환 이후 총장으로 취임하며 한 가지 목표를 더 세웠다. 2040년까지 100억 달러의 발전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거다.
지금까지 많은 국민 세금을 썼는데 발전기금으로 조금이나마 갚아보자는 의미이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달성하느냐다. 해외 대학과 달리 우리나라는 기부를 통한 발전기금 모금 문화가 마련돼 있지 않다.
동문의 기부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아직 사회에 진출한 유니스트 동문이 많지 않다.
답은 뛰어난 원천기술의 개발을 통한 사업화에 있다.
취임 이후 '혁신적 원천기술'을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사업화 추진을 위해 노력했다.
유니스트 하면 생각나는 연구브랜드를 육성해 수출 가능한 산업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전략을 추진했다.
이른바 '수출형 연구브랜드'다. 현재까지 수출형 연구브랜드 14개가 후보군으로 정리돼 혁신성장을 이룰 산업 육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부 성과는 산업계의 관심을 끌며 성장 가능성을 보이는 중이다.
- 대학의 혁신성장을 이끌 주요 연구 브랜드를 소개한다면?혁신성장을 이끌 유니스트 연구 중 첫 주자는 '해수전지'다.
지구상 가장 풍부한 자원인 바닷물을 이용해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해수전지는 2014년 김영석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후 한국전력, 동서발전,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의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상용화에 근접한 수준으로 발전했다.
해양에 최적화된 전지(battery)라 등부표나 부이 등에 적용하기 좋다.
또 가격경쟁력 갖춰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 저장 장치)로 활용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최근 착공한 해수자원화기술 연구센터는 2020년 문을 열고 해수전지를 비롯한 해수자원화기술의 성장을 이끌 것이다.
'유니브레인(UniBrain)'도 혁신연구 중 하나다.
유니브레인은 최근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주목받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구동하기 위한 칩이다.
현재 쓰이는 '2진법 반도체 AI칩'은 막대한 양의 전력을 소모하게 되는데, 유니브레인은 '인간 뇌를 모방한 3진법 반도체 소자'를 활용해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 기술을 개발한 김경록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팀은 기존반도체 생산라인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3진법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했다.
현재 유니브레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Foundry)에서 성공적으로 실험을 마쳤다.
다음으로 게놈(genome)이 있다. 이는 '바이오메디컬 산업의 쌀'이라고 불린다.
게놈은 생명체를 이루는 유전자 총합을 뜻하는데, 이런 데이터가 모이면 '환자맞춤형 진료'가 가능해진다.
유니스트 게놈산업기술센터는 독보적인 유전자 해독 기술을 바탕으로 게놈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울산시와 함께 진행 중인 '울산 만명 게놈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UNIST 미디어타워.(사진=UNIST 제공)
- 유니스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총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교수와 학생에게 창업을 장려하고 있다.
혁신적 연구 성과는 논문에 실리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실험실 담을 넘어 실질적인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유니스트는 창업을 꿈꾸는 누구나 창업에 도전하고 지원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초기 창업을 위해서는 유니스트 지주회사, 미래과학기술지주회사와 선보엔젤파트너스가 학내에 상주하며 유망 기술을 발굴하고 초기 투자를 돕는다.
이후 사업이 확장됨에 따라 한컴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금융그룹, BNK금융그룹 등의 대규모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글로벌 창업을 장려하기 위해 창업기업이 UC 버클리, UC 샌디에이고, 스위스 바젤대학교 등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창업 플랫폼을 마련해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현재 유니스트에는 37개의 교원 창업기업이 설립돼 운영 중이다.
전체 교원이 325명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교수님 열 명 중 한 명은 사장님인 셈이다.
연구에 익숙한 교수가 시장에 진출하고 사업을 진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혁신적 성과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자 하는 도전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고 있다.
교원창업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클리노믹스를 들 수 있다.
게놈기반의 질병 조기진단 기업으로 2018년 21억 매출에 52명을 고용하고 있다.
내년 기술특례상장 및 2022년에 매출액 1,200억 원을 목표하고 있다.
또 급속 냉각 마취 기술 기업인 리센스메디컬은 미국 FDA 승인을 진행 중이며 2020년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학생창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학생이 창업한 45개 스타트업이 운영 중이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참신한 기술로 경쟁력을 갖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학생창업에 대한 기대도 크다.
최근 유니스트 학생들이 창업한 회사인 '클래스101'은 5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12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해 화제를 모았다.
- 새 총장 선출을 앞두고 있다. 연임 계획은?총추위(총장추천위원회) 규정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계획을 말하는 것이 이르다고 생각한다.
정식으로 규정이 확정되면 유니스트 발전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 볼 생각이다.
지금은 개교 10주년 행사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10년 동안 학교를 끌어 오면서 사실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이런 부분에서 새롭게 시민들께 감사하려고 한다. 학교에 대해 무언가 알아야 자랑하고 자부심을 가질 것이 아닌가.
그런 환경을 만들어 갈려고 기획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언론에서도 많이 도와주길 바란다.
그 때 가서 (연임을) 깊이 고민하겠다.
- 언제쯤 9개 다리에 이름이 새겨질 것으로 생각하나?저도 알고 싶다.(웃음) 기본적 이렇게 생각한다.
무슨 일을 하면서 상 받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런 사람은 없다.
우리에게는 인류의 삶에 공헌해야 한다는 큰 명제가 있다.
국민 세금을 받아서 연구하고 있는 것들이 개발된다면 이 기술, 이 사실, 연구결과.
이것들을 어떻게 하면 인류사회에 돌려보내고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홍보할 수 있는 도구가 바로 논문이다.
논문을 계속 내고 홍보하는 이 길을 가다보면 노벨상이라는 게 따라 오지 않겠나.
우리 학교에서 괜찮은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저희가 상을 빨리 받을지도 모른다.
이 길을 꾸준히 가다보면 유니스트가 제일 먼저 노벨상을 받을 지 누가 알겠는가?{IMG: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