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연합뉴스)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로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대화 재개를 위한 해법의 하나로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 방안이 한국과 미국 간에 논의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한 내용을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 아주 전폭적으로 지지를 표명해줬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인도적 지원에 대해 절대적으로 축복한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 9일 대북 식량지원을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원포인트' 회담을 야당에 제안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국내 식량 재고량이 북한에 지원하고도 남을 만큼 충분한 여력이 있는 것일까?
가뜩이나 올해 들어 국내 쌀값이 2년 전에 비해 50% 이상 오른 상황에서 대북 식량지원이 국내 쌀값 폭등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 심리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정부는 대북 식량지원이 이뤄져도 국내 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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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식량난…올해 136만t 부족유엔 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WFP)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북한의 식량 수급 상황이 크게 악화되면서 최소 136만t의 식량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반도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해법으로 논의되고 있는 정부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이 실행될 경우, 우리 정부가 북한에 지원할 수 있는 쌀은 최대 30만t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비상사태 등을 감안한 국가식량 운용계획이 있는데, 이런 것을 충분히 감안할 경우 현재 확보하고 있는 130만t 중에서 북한에 지원할 수 있는 쌀은 30만t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좀 더 자세한 물량은 수량파악을 해 봐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 국내산 쌀값 2년 만에 52% 급등....대북 식량지원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정부의 이 같은 식량수급 계획에도 불구하고 대북 식량지원이 국내 수급 불안정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오른 쌀값의 추가 인상을 부채질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심리가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 목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세훈(45세)씨는 "작년에 20kg 쌀 한 포대를 3만6000원씩 주고 구입했는데, 올해는 5만2000원을 주고 있다"며 "인건비도 인건비지만 재료비 부담도 엄청나게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들어 국내 산지 쌀값은 80kg 한 가마에 19만1500원으로 쌀값이 역대 최저로 떨어졌던 지난 2017년 7월의 12만6000원에 비해 52%나 올랐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해마다 30만t 이상 초과 생산되는 쌀의 수급조절을 위해 생산면적을 줄인데다, 대체 작목으로 유도하면서 쌀 수급이 제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며 "사실 지금의 쌀값은 20여년 전이나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그동안 쌀을 아주 저렴하게 먹어왔던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동안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 식량을 지원한 게 지난 2007년 차관 형식으로 40만t을 포함해서 9차례에 걸쳐 260여만t을 지원했지만, 국내 쌀값 변동에는 별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 국내에서 소비되는 쌀은 2018년산과 하반기에 생산되는 2019년 신곡이지만 북한에 지원될 쌀은 2017년산과 2018년산으로 국내 수급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 관계자도 "역대 9번의 대북 식량지원 가운데 4번은 외국에서 쌀을 사다가 북한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에 설령 대북 식량지원이 최종 결정돼 물량이 정해진 상황에서 국내산 쌀 수급에 문제가 있다면 외국에서 쌀을 사다 지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대북 식량지원이 국내 쌀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