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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노무현과 문재인…한뜻, 다른 시대

    시인 노혜경이 추억하는 '사람 노무현' [하]
    "노무현을 통한 국민적 자기정치 열망 실현"
    "당선 뒤 기득권층 이간질…서거 뒤 깨달아"
    '백래시' 효용…"진보 과정서 반동은 필연적"
    "文정부 향한 기득권 저항, 추정치보다 약해"
    촛불의 힘…"건들지 못하던 곳서 전선 형성"
    "'잊지 않았다'는 의지 서로 확인하는 계기를"

    어느덧 노무현(1946~2009)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았습니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등을 지내면서 노 전 대통령을 겪은 시인 노혜경과의 인터뷰로 고인을 추억하고 지금 우리 사회를 돌아봅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 꽃길 마다한 노무현, 사람을 얻다
    [하] 노무현과 문재인…한뜻, 다른 시대
    <끝>


    과거 한 행사장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는 당시 노무현(오른쪽) 민주당 의원과 문재인 변호사(사진=노무현재단)

     

    지난 2009년 5월 23일 한국 사회는 바닥 모를 상실감과 맞닥뜨렸다. 시인 노혜경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접하고는 갑자기 지붕이, 기둥이 사라져 버린 느낌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제 뭔가를 시작해야 하는데…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은데…. 갑작스러운 비보에 '나는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저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는 노무현이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내가 직접 해야 하는 거잖아'라는 느낌을 가졌으리라고 본다."

    노혜경은 "대통령 퇴임 뒤 1년 2, 3개월 동안 이명박 정권은 노 전 대통령을 정말 심하게 핍박했는데, 당시 많은 사람들이 기성 언론 보도와 정부·검찰 발표만 믿고 노무현을 떠났다"며 말을 이었다.

    "심지어 그러한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은 '나를 버리라'고까지 말했다. 이때 우리는 '만약 당신을 버리더라도 당신의 정신은 결코 버리지 않겠다'는 이야기라도 했어야 하는데, 노무현을 지키려는 구체적인 실천을 못 했다. 국민들이 느끼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미안함은 이렇듯 그를 직접적으로 지켜주지 못한 데서 오는 감정으로 보인다."

    그는 "사실 2002년 대통령 선거를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혹자는 '노사모가 노무현을 만들었다' '노사모가 노풍(盧風)을 일으켰다'고들 말하는데, 노풍은 결코 노사모가 일으킨 것이 아니"라며 "노무현이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당시 노무현 후보를 당선시킨) 1천만 명 넘는 시민들이 깨달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결국 노무현의 당선은 자기정치에 대한 국민적 열망의 실현이었다. 그러던 것이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관행처럼 기성 언론 등 중계자가 끼어들고, 이로 인해 우리도 모르게 이간질 당하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는 노 전 대통령 서거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갑작스레 깨달았다고 본다. 그 깨달음은 노무현에게 표를 줬던 국민의 절반 이상이 그를 조문하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오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 "새로운 움직임이 승리로 향할 때 반동은 극심해지는 법이다"

    시인 노혜경

     

    노동자·여성·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향한 비뚤어진 선긋기로 입지를 다지려는 정치 세력이 여전히 극성을 부리는 현실에서, 이들 혐오·분열 세력과 정면으로 부딪쳤던 노 전 대통령이 지금 우리에게 말해 주는 것은 무엇일까.

    이러한 현실을 두고 노혜경은 "괴롭고 슬픈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새로운 움직임이 승리를 향해 가고 있을 때, 언제나 그에 대한 반동은 극심해지는 법"이라고 진단했다.

    "과거 문단에서 한참 활동할 때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이 굉장히 많이 소개됐다. 흥미로웠던 점은 그러한 흐름에서 왕년의 모더니스트들이 복귀해 문단을 주름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때는 굉장히 황당했는데, 살다 보니 이것이 역사가 진행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노혜경은 "그것이 바로 '백래시'다. 백래시 없이는 전진도 없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백래시는 톱니바퀴에서 서로 맞물리면서 부딪히는 부분을 가리킨다. 그 톱니가 서로 맞물릴 때 거꾸로 돌면서 부딪치는 힘이 없으면 앞으로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현재 벌어지는 지역·계급·세대 갈등 조장, 소수자에 대한 핍박 등 온갖 혐오 행태는 우리 사회가 진보하고 있다는 신호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불거지고 있는 기득권의 저항은 이미 예견됐던, 필연적인 일"이라며 "다만 그 저항의 강도는 추정했던 것보다는 약하다"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건드리지도 못했던 영역에서 전선이 만들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검찰 조직이 그렇다. 현 정부 들어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두고 수세적인 입장에서 검찰총장까지 나와 방어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어떤 방식으로든 국민들에게 '우리 편을 들어주세요'라고 말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인 것이다."

    노혜경은 "조중동으로 일컬어지는 보수 언론을 봐도 그들의 입장은 전혀 변함이 없지만, 방어력은 예전보다 약해지고 입지도 좁아졌다"며 "보수 언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사회 상층부에 포진해 있고 돈도 많지만, 그들은 늙어가고 있다"고 봤다.

    그는 "'당신들은 늙고 우리는 성장한다'는 말은 시민사회에서도 강력한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며 "얼마나 참을성 있게, 조금은 지치더라도 어떻게 견디면서 이 싸움을 계속해 나가느냐에 우리네 성패가 달렸다"고 역설했다.

    ◇ "현 정부 실패 바라는 30%…당신들은 늙고 우리는 성장한다"

    지난 2017년 5월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과연 누가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바라는가. "현 정부가 잘못되기를 바라는 이들이 전체의 30% 정도는 되리라고 본다"는 것이 노혜경의 지론이다.

    "하지만 이 30%는 지는 해다. 스스로 물러가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더욱더 기득권을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는 것이다.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필사적이기 마련이다. 그 기득권은 아직까지 '우리' 것이었던 적이 없기도 하다."

    노혜경은 "공익적인 제도·구조 변화를 통해 함께 사는 사회로 나아가자는 새 시대의 요구에 기득권층은 많은 것을 잃겠지만,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시스템이 바뀌는 것일 뿐"이라며 "이에 대한 기득권의 치열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 반동을 두고 '개혁이 어렵다'는 식으로 잘못 해석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은 '동반성장'을 강조했다. 그가 정말 고민했던 사안은 양극화였다. 부가 점점 상층부로 집중되면서 가난한 사람들은 갈수록 가난해지는 문제 말이다. 동반성장은 가진 사람의 것을 빼앗아서 온 국민이 나누자는 취지가 절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자기 존엄성을 지킬 수 있을 정도의 분배는 이뤄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간질하려는 기득권 입장에 서 있는 언론으로 우리는 보통 조중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경제신문들이 훨씬 무시무시하게 다가온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전 세계적으로 고삐 풀린 자본주의가 내리막길에 있다는 것은 경제학자뿐 아니라 철학자, 사회학자, 심지어 문인들까지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그에 대한 비판을 잘 안 한다. 재벌을 위시한, 신자유주의 시스템 안에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들은 단기적으로 자기네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이 시스템을 바꾸려는 정권이 들어서거나 힘을 지니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들 매체가 현 정권을 흔들고 모함하는 것은 다음에도 진보정권이 들어설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노혜경은 "노 전 대통령 역시 '국민통합'이라는 말을 참 좋아했는데, 이때 통합은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거나 의견 일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며 "결국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노무현식 국민통합의 가치다. 그 연장선상에서 사회를 규정하는 어휘·단어들의 의미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촛불혁명이나 선거처럼 비상한 상황에서는 사회 문제를 자기 문제로 여기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로 바쁘기 때문에 신경을 덜 쓰게 되기 마련이다. 여기에 기득권층이 이간질할 수 있는 틈새가 생긴다. 이럴 때 우리는 서로의 생각을 확인할 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는 "이번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처럼 특별한 계기가 있을 때마다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는 의지를 서로 나누는 일이 참 중요하게 다가온다"며 "세상은 순식간에 변하지 않더라도, 조금씩 변한다. 그 와중에 벌어지는 마찰을 요령 있게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를 알기 위한 학습이 반드시 요구된다. 무엇보다 우리는 세상이 반드시 진보한다는 사실을 믿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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