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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식탁에 日 수산물…관광 '보이콧' 부르나

사회 일반

    필리핀 식탁에 日 수산물…관광 '보이콧' 부르나

    필리핀 후쿠시마 수산물 개방에 국민들 불안감 가중
    국내 예능프로그램은 수산물 금지 지역 방문해 뜨거운 비판
    "필리핀 관리 우리가 어떻게 아나…미디어도 사실 왜곡하면 안돼"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후쿠시마 주변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가 유지되고 있지만 국민들의 불안은 점차 불어나고 있다. 인근 국가에서 조치를 일부 해제하고, 국내 미디어까지 이들 수산물을 긍정적으로 묘사해 끊임없이 국민 정서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동남아시아 대표 관광국가인 필리핀은 최근 후쿠시마산 수산물 일부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지난달 31일 일본 유력지들은 아베 신조 총리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고 후쿠시마산 은어, 까나리, 황어, 산천어 등의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의 개발과 필리핀 인프라 정비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은 해외 여행이 보편화된 시기부터 한국인들에게 특히 사랑받아 온 관광국가이다. 비행기로 4시간 밖에 소요되지 않는데다가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간직하고 있고, 비교적 낮은 물가 역시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지난 2017년에는 160만 7821명의 한국인 관광객들이 필리핀을 방문해 관광 시장 점유율 24.28%를 기록했다. 필리핀 관광부는 올해 한국인 관광객 2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필리핀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일부 해제 소식이 들려오자 국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해당 수산물을 관광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더해져 관광 '보이콧'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한 네티즌(@dda****)은 "필리핀 여행 가면 안될 것 같다. 필리핀 자국민이 아니라 분명 후쿠시마 수산물을 관광객들에게 싸게 팔아, 먹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네티즌(@tlc****)은 "필리핀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해제시킨 사건은 WTO(세계무역기구)에게 부담이 될 수 있고, 다른 국가를 압박하는 도구로 사용하려고 하는 듯 하다"고 파악했다.

    (사진=방송 캡처)

     

    번져가는 불안감에 국내 미디어까지 기름을 부었다.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는 지난 2일 후쿠시마 주변산 수산물 수입금지 지역인 아오모리 현으로 떠났다. 방송 속 아오모리 현은 '깨끗한 자연' 만을 강조해 그려졌고, 출연자들은 아오모리 현에서 회, 새우 등 수산물을 먹는 장면을 예고했다.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에서 패소한 이후 일본은 WTO에 분쟁해결 방식 시정을 요구하고, 한국산 수산물 검사를 강화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가 간 민감한 분쟁이 지속되는 시점에서 이 같은 내용이 주말 황금 예능 시간대에 방송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특히 찾아가서까지 후쿠시마 주변산 수산물을 접하는 국내 연예인들의 모습이 일본에 어떻게 비춰질 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집사부일체' 시청자 게시판에는 제작진의 사과와 프로그램 폐지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과 관련한 국민들의 불안과 공분을 짐작할 수 있다.

    한 시청자(아이디: eun****)는 "WTO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존속 판단한 지가 고작 한 달이다. 지상파라는 곳에서 버젓이 수입금지한 지역 찾아가서 청정지역이라고 홍보하다니 말이나 되느냐"면서 "방송 관련해 사과하고 관련 회차는 폐기하라"고 일침했다.

    또 다른 시청자(아이디: yar****) 역시 "우리나라가 정말 어렵게 승소한 이 때에, 나서서 광고를 해주는 일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한 내용이다. 이후 일본 측에서 악용할 수도 있는 자료를 남기게 됐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어 "단순 사과로 넘어갈 만한 일이 아니라 방송 예정 분량에 대한 중단을 포함해, 제작진 및 출연자들의 성의있는 사과와 문제될 만한 내용 편집 등 적절한 조치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이 이 같은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설명이다. 방송사들 역시 후쿠시마 문제를 왜곡하거나 일본에 활용될 빌미를 주지 않게 신경 쓸 필요가 있다.

    환경운동연합 측 관계자는 "원전 사고가 완전히 수습된 상황이 아닌데 주의가 필요하다. 필리핀 조치와 관련해서는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필리핀이 일본산 수산물 오염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도 알 수 없을 뿐더러 어쨌든 노출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 아닌가"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특히 방송 프로그램은 잘못된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작은 부분만을 보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고, 방송에서도 했으니 우리도 섭취할 수 있다는 생각이 후쿠시마 주변산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본 측에 왜곡되게 활용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우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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