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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못마땅한 경찰? 성인지 감수성 '도마 위'

사회 일반

    성평등 못마땅한 경찰? 성인지 감수성 '도마 위'

    [노컷 딥이슈] 경찰 주체인 성인지 교육 현장마다 '잡음' 계속
    "압도적으로 남성화, 계급화된 집단…편견 조장, 성차별 문화 만연"
    "준비되지 않은 상태서 여성 인력 유입돼 피해 의식까지 퍼져"
    "정책적 부분에서 끝나니 일선 경찰들은 교육 필요성 공감 못해"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제공)

     

    경찰 조직이 성인지 교육 현장마다 끊임없이 잡음을 빚고 있다. 남성 중심적인 경찰 조직이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라는 지적이 따른다.

    지난달 29일 경찰대학에서 성평등 강의를 한 권수현 여성학 박사는 SNS에 글을 올려 경찰 승진 예정자들이 강의에 집단반발한 사실을 고발했다.

    권 박사에 따르면 이날 강의에는 총경 승진 예정자 51명, 일반 부처 및 공공기관 임원 14명 등 총 71명이 참석했다. 처음부터 어수선했던 강의 분위기는 변화되는 치안 환경에 맞춰 성평등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관리자로서 가지고 있는 고민이 무엇인지 조별 토론을 시작하자 직접적인 반발로 격화됐다. 15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탈했고, 남은 이들 역시 강의 내용에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기관장 승진 예정자는 "우리 조직은 여성 비율이 50%인데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고, 이밖에도 "여자가 일을 잘하면 구태여 남녀 가려서 뽑을 일이 있겠느냐", "경찰 여경 비율은 급격히 늘고 있다. 왜 여경 비율 증가 통계 추이를 보여주지 않고 이 통계만 언급하느냐", "아까 그 통계 출처를 대라" 등 발언들이 이어졌다.

    권 박사는 "이 일은 한국 사회가 지향하는 성평등의 가치, 현 정부가 추진하는 성평등 정책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고 공직 사회 기강을 무너뜨린 일"이라며 "70여 명의 교육생 중 여성은 단 한 사람이었다. 남성들만으로 이뤄진 조직이 왜 그렇게 무능하고 자정능력이 없는 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경찰 조직에 성평등 가치가 실현되기 위해, 궁극적으로 한국 사회에 '치안' 행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전체 경찰관의 남성 비율, 경찰 지휘부의 남성 비율이 제한돼야 한다. 경찰 조직 내 여성 경찰 및 여성 경찰 관리자 비율을 절반 이상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유사한 일은 지난달 23일에도 세상에 알려졌다. 현지 경찰 간부가 의무 경찰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성인지(성폭력 예방) 교육에서 수차례 성차별적인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서울지방경찰청 산하 제2기동단부단장인 김모 경정이 성인지 교육과 무관한 성차별 교육을 했다"며 교육 녹취파일과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경정은 "남자는 씨를 뿌리는 입장이라 여자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범위가 다양하지만, 여자는 육아 책임이 있어 모성애를 갖는다", "여성은 남자의 뛰어난 유전자, 능력에 매력을 느낀다", "젊었을 때 저돌적으로 들이대면 몇 번 재미를 볼 수는 있다", "성욕은 해소가 되지 않는 욕구인데 도촬(도둑촬영)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겠느냐" 등 교육 주제와 맞지 않는 발언을 지속했다.

    해당 사건을 담당했던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경찰, 군대 등 남성화된 집단 조직문화는 기본적으로 성인지 감수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성평등, 성인지 교육 등을 수용할 만한 조직문화 자체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압도적으로 남성화된 집단일 뿐만 아니라 조직문화 자체가 계급적이다 보니 일반적인 수준보다 성인지 감수성이 낮다. 또 조직 내 여성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오히려 편견을 조장하거나 성차별적인 문화가 만연하다. 홍보에 여성 인력들을 앞세워 소비하고 전시하는 것 역시 그런 조직문화를 만드는 프레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성 인력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피해 의식이 형성됐다. 강의 시간에 '역차별' 이야기는 빠짐없이 등장하고, 남성 가해자 사례가 범죄 비율 상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왜 남성 피해자 사례는 없는지, 모든 남성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지 그런 이야기들도 상당하다. 방어 기제가 강한 것"이라고 성평등, 성인지 교육 등에서 발생하는 상황들을 전했다.

    꾸준히 이 같은 교육이 계속되지만 조직 내에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정책적인 고민이 일선 경찰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해지지 못하는 탓이 크다.

    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이런 교육이 왜 필요한지 설득이 되지 않으니 교육 효과가 떨어진다. 경찰은 여성들이 다수 피해자인 강력 범죄들도 다루고, 직접 시민과 마주하는 민원기관이라 오히려 기민한 성인지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성평등 정책 담당관도 있고 전문가 회의도 이뤄지지만 정책적인 부분에서 끝난다. 그런 인식이 일선 경찰서까지 내려가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궁극적으로는 경찰 조직 내부의 변화를 지향해야 하지만 강의 역시 성차별적, 권위적인 생각을 가진 인사들도 공감할 수 있는 '눈높이'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치관이 변화하는 과정에서는 기존 가치체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가치에 저항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면서 "기본적으로 권위는 가부장제와 맞닿아 있고 경찰 등 공안직 공무원은 그런 이들이 선호하는 직장이다. 때문에 그걸 전제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인권 이슈를 좀 더 인용을 많이 해서 공감대를 끌어내야 저항이 낮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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