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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탑승 전세선"…헝가리 교민이 본 사고 원인 '셋'

사회 일반

    "무조건 탑승 전세선"…헝가리 교민이 본 사고 원인 '셋'

    관광업 종사하는 현지 교민들이 분석한 유람선 사고 원인
    "궂은 날씨는 큰 문제 아냐…선택의 여지 없었을 것"
    "구명조끼? 배에서 본 적도 없고, 안내도 없었다"
    "대형 크루즈 과실로 일어난 사고…명백한 인재"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가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앞에 지난달 31일 오전(현지시간)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광일 기자)

     

    "패키지 상품은 정기선이 아니라 전세선이거든요. 취소하고 싶어도 불가능했겠죠."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 발생 2일 후인 지난달 31일. 현지 교민들은 분주히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3년 동안 헝가리에 거주한 A씨는 이동 중에 받은 기자의 전화에 "현지 분위기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지금까지 이런 유람선 대형사고가 없었고, 부다페스트나 헝가리나 상당히 관광 수입에 의존도가 높아 타격이 올 것 같다"고 전했다.

    대형 크루즈선과 충돌해 유람선이 가라앉기까지는 몇 초 걸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생존자 7명, 사망자 7명, 19명은 실종됐다. 관광업에 종사해 야경 유람선 운영 방식을 잘 아는 교민들은 이번 사건의 원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CBS노컷뉴스가 현지 교민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 뇌우 동반한 강우, 유람선 운행 불가능한 날씨?

    29일 저녁부터 부다페스트에는 뇌우를 동반한 비가 내렸다. 교민들은 5월 한 달 동안 20일 정도 비가 내려 다뉴브 강의 유량과 유속이 빨라지기는 했으나 유람선이 운행 불가할 정도의 날씨는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는 날씨가 아니라 유람선 탑승의 선택 유무였다는 것이다.

    A씨는 "그 날보다 더 궂은 날에도 보편적으로 유람선 운행을 한다. 다만 선택의 여지는 달라질 수 있다. 사실 날씨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자유여행객이었다면 타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그런데 패키지 관광이니 정기선이 아니라 전세선이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패키지 상품으로 오는 관광객들이 주로 묵는 호텔이 있다. 다른 패키지 상품 고객들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우리만 유람선이 취소됐다고 하면 항의가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에 여행사도 어쨌든 진행을 했으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관광업에 종사하는 B씨는 "이번 5월 한 달, 20일 내내 사고 당일과 같은 날씨였다. 그래서 다뉴브 강이 2900㎞ 길이이고 독일에서부터 오는 거라 유량이 많고 유속이 빨라졌던 건 사실"이라면서 "패키지 상품은 배를 전세내기 때문에 일정을 취소하기 통상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 사고 대비한 구명조끼는 無…"안내도 없었다"

    전세선이 아닌 정기선을 탑승해봤던 A씨는 구명조끼와 관련한 당시 경험을 말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10번 부두에서 정기선을 타본 적이 있다. 한국인 전용 부두라고 할 정도로 한국인들이 많은데 구명조끼 자체가 배에 없고, 이에 대한 안내도 없었던 것이 기억난다"고 회상했다.

    B씨 역시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던 게 야경 유람선 운행의 유일한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다뉴브 강을 다니는 야경 유람선에는 구명조끼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을 더했다.

    ◇ 대형 크루즈와의 충돌, 어떻게 일어났나

    한강보다 좁은 다뉴브 강은 폭이 200m가 조금 넘는다. 야경을 보기 위한 유람선들이기 때문에 속도 역시 빠르지 않다. 왕복 3~4㎞를 도는 이 유람선들은 짧게는 30분, 길면 1시간 정도 코스로 관광객들을 태운다.

    B씨는 "강폭이 한강보다는 좁지만 그렇게까지 좁지 않기 때문에 배들이 많이 운행해서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던 것은 아니라고 본다. 배들의 속도 역시 빠르지 않다"며 "대형 크루즈선의 조타실을 봤을 때는 침몰한 작은 유람선이 보이지 않았을 것 같다. 이 크루즈선은 높이 5m 정도인데 유람선은 배의 3분의 1정도 되는 수준이라 시야가 가리는 사각지대가 아니었을까 싶다"고 충돌 원인을 분석했다.

    A씨는 크루즈선 선장의 과실에 무게를 뒀다.

    그는 "사실 모든 환경은 운행에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았고, 크루즈선이 이 유람선을 받지만 않았어도 사고는 나지 않았다. 선장이 정면 주시를 소홀하게 한 상태에서 갑자기 교각을 받게 되니 방향을 틀었고, 선수가 급회전해서 작은 유람선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명백한 인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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