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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남경과 대림동 여경, 혐오가 부른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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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닝썬' 남경과 대림동 여경, 혐오가 부른 '이중잣대'

    [노컷 딥이슈] 경찰+전문가들 "문제 없다" 결론에도 꺼지지 않는 여경 무용론
    추측성 비판과 달리 여경이 현장에서 완전 제압…수갑만 교통경찰과 채워
    남성 경찰들 논란된 다른 사건들, 성별 능력 쟁점된 적 없어
    '경찰 공권력 문제' 논의는 無…여성 혐오 정서로 무용론까지 확산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확대이미지

     

    대림동 경찰 폭행 사건이 진실과 무관한 '여경' 혐오로 치닫고 있다.

    전문가들과 경찰 관계자들이 "아무런 문제 없는 대응"이라고 결론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경 무용론'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버닝썬' 게이트에 연루된 윤모 총경 등 '남경'들에게는 일반화돼 적용되지 않는 성별 비판이 유독 '여경'에 쏠리는 것이 '여성 혐오'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진 짧은 영상으로 인해 촉발된 이 사건은 네티즌들이 여경의 주취자 제압 과정에 문제를 제기해 여경 무용론으로까지 확산됐다. 논란을 불식시키고자 경찰이 공개한 전체 영상도 무용지물이었다. 네티즌들은 꺼진 동영상 화면 속 여경이 한 남성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발언을 두고 홀로 남성 주취자 한 명을 제압하지 못해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며 다시금 '여경 무용론'을 내세웠다.

    알고 보니 현장 상황은 이와 사뭇 달랐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교통경찰의 증언에 따르면 여경은 주취자를 완전히 제압하고 있었고, 수갑을 채우는 과정에서만 남성인 교통경찰의 도움을 받았다. 결국 사실과 다른 추측만으로 여경을 향한 여론 재판이 이뤄진 셈이다.

    여성 경찰들로 구성된 '경찰젠더연구회'는 21일 SNS에 "공무집행방해 사건과 관련한 여성 혐오, 여성 경찰에 대한 비하적 댓글을 멈춰달라"며 "경찰은 시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지만, 시민으로부터 모욕을 받아도 무방한 존재는 아니다. 출동한 경찰관이 여성이라고 해 과도하게 비난받아야 할 이유 또한 없다"고 혐오에 기반한 비하 표현 자제를 요청했다.

    사건 초기부터 경찰은 일관되게 여경의 제압과 대처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을 강조해왔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에게 모욕적인 언사가 벌어진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현장의 남성 경찰과 여성 경찰 모두가 적절한 조치를 했다. 현장에서 술이나 약물에 취한 사람들을 적법절차에 따라 비례원칙을 지키며 다루기가 참 어렵다. 경찰을 대표해 감사드리고 싶다"고 경찰을 대표해 고마움을 표했다.

    서울경찰청장 역시 20일 열린 회의에서 "여성 경찰관이 현장에서 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일선 서장들도 현장 공권력이 위축되지 않도록 찰 챙기고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입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찰대 교수 출신인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경에 대한 비판을 두고 "현장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하실 수 있는 말씀이라고 생각이 된다. 취객 한 분을 남자 경찰관도 무술 유단자라 하더라도 혼자서 제압하기 대단히 어렵다"고 견해를 밝혔다.

    '여경 무용론'에 대해서도 "현재 세계 경찰의 흐름에 전혀 어울리지 않고 역행하는 말"이라며 "경찰 직무에 대해서 여전한 오해들이 많아서 생겨난 부분이다. 경찰 업무 중에 육체적인 물리력이 사용되는 업무는 가장 많은 나라나 지역도 30% 미만이다. 경찰 업무의 70% 이상은 사실은 소통"이라고 여성 경찰이 업무에 필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또한 "몸싸움으로만 경찰 수사를 진행하는 게 아니다. 지력이 필요한 경우가 훨씬 많고, 무엇보다 강력범죄 피해자 대다수는 여성이기에 여성 경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것이다. 시민을 힘으로 제압하는 경찰의 시대는 끝났는데 그걸 강조하는 건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여경 무용론'의 오류를 짚었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버닝썬 수사결과 규탄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경찰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확대이미지

     

    윤모 총경을 필두로 '버닝썬' 게이트에 연루된 남성 경찰들과 이번 대림동 경찰 폭행 사건 속 여성 경찰을 향한 온도 차는 극명하다. 무게로 따지자면 연예인과 유착 관계를 형성해 경찰 본연의 의무를 저버린 남성 경찰들이 훨씬 비판받아야 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대림동 사건과 달리 '남성'이라는 성별을 문제 삼아 이를 일반화시키는 여론도 존재하지 않았다.

    굵직한 사건까지 갈 것 없이 지난 1월 발생한 암사동 흉기 난동 사건과 비교해 봐도 그렇다. 대림동 사건처럼 검거 과정에서 남성 경찰의 미약한 제압이 논란이 됐지만 피의자가 미성년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여론은 이 같은 대응을 납득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오히려 현장에서의 경찰 공권력 확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림동 '여경' 논란이 여경 무용론까지 확대되는 과정에서 여성 혐오 정서가 발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암사동 흉기 난동 사건과 유사한 경찰 대응 논란이었음에도 성별 능력치를 부각한 낙인 찍기가 이뤄져 여경 전체를 일반화시켰고, 진위가 밝혀진 후에도 여경 무용론이 꺾이지 않는 상황이 앞선 남성 경찰들이 처했던 양상과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여성 경찰들의 신체적 능력 부족으로 몰아가는 것은 오히려 편견을 조장하는 어긋난 방향"이라는 한 경찰학부 교수의 말처럼 여경들을 향한 강도높은 질타를 한 번쯤은 돌아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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