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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때깔' '장르물 한계'에 도전한 '닥터 프리즈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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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때깔' '장르물 한계'에 도전한 '닥터 프리즈너'

    [노컷 인터뷰] KBS2 '닥터 프리즈너' 황인혁 PD-허국회 촬영감독

    KBS2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사진=방송화면 캡처)

     

    KBS2 '닥터 프리즈너'(연출 황인혁·송민엽, 극본 박계옥, 제작 지담)가 지난달 15일 웰메이드 '장르물'이라는 호평 속에 종영했다. 장르물은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르지 못할 거라는 선입견을 뛰어넘어 평균 시청률 13.2%, 최고 시청률 15.8%를 기록했다. 극 초반부터 긴장감을 유지한 극본과 배우들의 호연은 시청률을 견인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 실험적인 연출과 독특한 영상미가 더해지며 'KBS답지 않은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닥터 프리즈너'는 지상파에서도 영화 못지않은 드라마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이 있음을 보여준 드라마다. 장르물은 진입장벽이 높다는 선입견과 KBS 드라마를 비롯한 지상파 드라마는 '기승전로맨스'나 출생의 비밀이라는 클리셰(상투적으로 사용되는 소재나 이야기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선입견을 깼다.

    KBS2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스페셜 '굿바이 닥터 프리즈너'에 출연한 황인혁 PD (사진=방송화면 캡처)

     

    ◇ 장르물 드라마, 영화 같은 영상에 대한 도전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KBS별관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닥터 프리즈너'의 연출자인 황인혁 PD는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장르물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 처음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KBS에서 장르물이 많이 실패하기도 했는데, 다행히 스코어가 잘 나왔다"라며 드라마를 마무리한 소감을 밝혔다.

    '닥터 프리즈너'에 웰메이드라는 수식어를 붙인 요인 중 하나는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미장센(영화에서 장면을 촬영할 때 프레임 내의 요소들을 적절히 배치하여 화면을 구성하는 미학적 연출 기술)'을 선보였다는 데 있다.

    '닥터 프리즈너'는 미국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큰 틀은 대형병원에서 축출된 외과 에이스 의사 나이제(남궁민 분)가 교도소 의료과장이 된 이후 펼치는 신개념 감옥-메디컬 서스펜스 드라마다.

    교도소를 배경으로 기존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마냥 선하지만은 않은, 오히려 '안티 히어로'라 부를 수 있는 나이제와 두 명의 악인인 선민식(김병철 분), 이재준(최원영 분)의 대립 구도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이들의 서로 치고받는 수 싸움과 음모의 내러티브가 어둡고 탁한 톤의 조명과 영상 연출이 맞아떨어지며 시청자의 몰입을 높였다. 배우들의 연기는 물론이고 세트, 조명, 카메라 초점과 구도 등도 화면 내에 어우러지며 함께 연기하며 시너지 효과가 났다.

    KBS2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사진=방송화면 캡처)

     

    실제로 '닥터 프리즈너'는 영화 같은 화면 구성을 위해 실제 영화에서 사용되는 장비를 사용했다.

    영화 장비 제조 전문 기업인 독일 아리(ARRI)사의 카메라 브랜드 알렉사(ALEXA) 미니(MINI)를 메인 카메라로 사용하고, 마스터 애너모픽(Master Anamorphic) 렌즈로 촬영해 2.39:1(시네마스코프) 비율을 구현했다.

    책 '영화사전'에 따르면 애너모픽 렌즈란 카메라에 장착된 필름에 영상을 수축해 기록하는 렌즈로, 와이드 스크린 영화의 촬영과 영사를 위해 고안된 렌즈다. 영화 '마약왕' '암수살인'에서도 애너모픽 렌즈가 사용됐다. 국내 드라마 최초로 애너모픽 렌즈를 사용한 건 tvN '시그널'이다.

    알렉사는 주로 영화와 CF, 뮤직비디오 등에서 사용되며 드라마에서도 활용된 바 있다. IMDB 영화 정보에 따르면 미국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 최근 개봉한 영화 '어스' '덤보' '캡틴 마블'을 비롯한 '어벤져스' '007 스카이폴' 등도 알렉사 카메라를 사용했다.

    이밖에도 블랙 매직사에서 나온 URSA MINI PRO, 아리(ARRI) 9K HMI PAR 조명 등 다양한 장비가 사용됐다.

    KBS2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스페셜 '굿바이 닥터 프리즈너'에 출연한 허국회 촬영감독 (사진=방송화면 캡처)

     

    허국회 촬영감독은 "이 조합은 일반 상업영화에서도 쓰기 힘든 조합이다. 예산도 많이 들고, 특히 렌즈의 경우 국내에 많이 들어와 있지 않아 장비대여업체에서도 촬영 직전 독일에서 사 왔다"라며 "촬영 장비에 들어간 예산이 많다보니 45-250㎜(ARRI ALURA ZOOM 45-250㎜. 시네 줌 계열 렌즈) 같은 줌렌즈나 서브 렌즈를 사용할 수 없어서 드라마 전체 촬영분 중 95%는 애너모픽 단렌즈로 촬영했다. 촬영 관계자들은 단렌즈 한 세트로만 촬영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사용해 본 적 없는 장비들이라 허 촬영감독을 비롯해 모든 스태프가 공부하고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작업을 완성해나갔다.

    드라마는 조명을 이용한 화면 연출만큼 무빙이 많은 카메라 워크, 루즈한 바스트, 클로즈 업샷, 롱테이크, 350도 회전 등 다양한 카메라 촬영을 통해 배우들의 연기를 표현해냈다. 황인혁 PD와 허국회 촬영감독은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로 2회 장애인 부부의 사고 장면을 꼽았다.

    황인혁 PD와 허국회 촬영감독이 '닥터 프리즈너'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꼽은 장애인 부부의 교통사고 장면. 드라마의 모티브가 되는 중요한 사건이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이재환(박은석 분)을 죽이려던 차량이 이재환 대신 장애인 부부가 타고 있던 트럭에 충돌하면서 연쇄 사고가 일어나고, 이 사고로 인해 장애인 부부와 복중 태아인 하은이가 모두 사망한다. 이 사건은 나이제가 이재준에 복수를 하기 위해 나서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황 PD는 "장애인 부부 사건은 우리 드라마의 모티브가 되는 중요한 사건이다. 간접 피해자가 된 나이제가 언제 어디서 거대한 시스템에 의해 희생당할지 모르는 개인을 대신해 시스템과 싸우게 되는 시작이 이 사건"이라며 "교통사고가 나는 장면을 고속촬영으로 찍었는데, 두 배우가 서로 마주 보는 장면에서 서로를 걱정하는 표정이 정말 잘 살았다. 그 두 분이 계속 기억에 남고, 무척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허 촬영감독은 "해당 사고 장면은 준비도 많이 하고 카메라도 많이 사용했다. 강우기를 30m 정도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세팅했다. 초고속 카메라로 초당 300프레임으로 촬영해 사고 순간을 좀 더 디테일하고 사실적으로 담아냈다"라며 "교통사고 나는 장면과 장애인 부부의 표정이 잘 보이길 바랐다"라고 말했다.

    허국회 촬영감독이 개인적으로 좋았던 장면이라고 꼽은 장면. 나이제(남궁민 분)와 선민식(김병철 분)이 수목원에서 이야기를 하는 장면으로, 허 감독은 느와르(프랑스어로 ‘검다’라는 뜻으로, 주로 어둡고 냉소적인 분위기의 영화를 지칭한다) 분위기의 화면과 연기가 어우러진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 'KBS답지 않은 드라마'라는 수식어 얻은 '닥터 프리즈너'

    덕분에 'KBS 드라마 같지 않다'라는 호평을 받았다. 황인혁 PD가 머릿속에 그려낸 연출을 화면으로 옮겨온 허국회 촬영감독은 이 같은 평가에 대해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라고 말했다.

    허 감독은 "기본적으로 모든 촬영을 화이트와 블루, 앰버 계열의 필터를 이용한 콘트라스트(contrast, 한 장면 내의 가장 밝은 부분과 가장 어두운 부분과의 상대적 차이) 촬영을 했고, 역광도 의도적으로 많이 사용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둡게 비춰지지 않을까, 시청자에게 배우들의 얼굴이 잘 안 보이지 않을까 등 걱정을 많이 했다"라며 "다행히 황인혁 선배님이 의도를 잘 받아주셔서 끝까지 그런 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 허 감독은 "후반 색보정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이 과정에서 컬러리스트인 강진욱 씨의 공이 컸다. 프리 프로덕션(사전제작) 단계에서 두 달 가까이 색 보정에 관해 대화를 나눈 것은 물론이고 매주 방송하는 날마다 3시간씩 함께 작업했다"라며 "강진욱 씨는 아마 내가 많이 지겨울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허 감독과 황 PD는 정길용, 이창범 조명감독, 정연두 촬영감독은 물론 미술, 세트, 음악 등 누구 하나 고맙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름을 모두 거론하지는 못했지만, 드라마에 참여한 스태프 어느 누구 하나 고맙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KBS2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스페셜 '굿바이 닥터 프리즈너'. 2회 장애인 부부 교통사고 장면을 촬영하는 스태프들의 모습. (사진=방송화면 캡처)

     

    초반에는 고가의 영화 장비를 사용하고, 기존 드라마 문법과 다른 촬영 시도에 내부의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도 컸다. 그러나 황 PD와 허 감독은 일단 밀어붙이기로 했다. 두 사람 모두 쉽지 않은 기회라는 것을 알았고, 도전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작할 때는 시큰둥했던 이들도 점점 공을 들이고 더 잘하고자 욕심을 냈다고 한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황인혁 PD는 "기술은 진보하는데 지상파가 자존심을 지키려면 기술을 가장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저도 입사한 이래로 항상 듣는 말이 'KBS 때깔이 왜 그래'였다. 드라마를 만들면서 평생 그런 소리를 들으며 살 수는 없었다. 다행히 허 감독님이 용기를 내셨고, 도전할 수 있었다. 이런 촬영이 KBS라고 안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황 PD는 "한 번은 누군가 건드려야 봐야 할 지점이었다. 우리 드라마는 밥을 먹는 장면도 없다시피 하다. 장르물에서는 밥 먹을 시간이 없다"라며 "약간 생경한 듯 하지만 기존 드라마와 완전히 다르다기보다는 약간의 다름을 추구하면 달라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KBS2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에서 물을 이용한 일렁임을 이용해 촬영한 일식집 장면 (사진=방송화면 캡처)

     

    사전 준비 기간부터 종영까지 7개월의 시간을 '닥터 프리즈너'와 보내면서 황 PD와 허 촬영감독은 후반부로 갈수록 시간에 쫓기며 초반만큼의 완성도를 보이지 못한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래도 많은 스태프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해준 덕분에 '닥터 프리즈너'가 호평을 받으며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거듭 이야기했다.

    황인혁 PD는 "작품이 끝나면 아쉬운 점이 많다. 조금 더 시간이 있거나 많이 준비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돌이켜봤을 때 매 순간 내가 생각하기에 최선을 다해 달렸다는 느낌이 들었던 드라마가 있다. 이 드라마는 특히 그렇다"라며 "모든 스태프가 우수했고, 촬영 분위기도 진중했다. 배우들도 연기를 무척 잘해줬다. 모두에게 정말 고맙다"라고 말했다.

    허국회 촬영감독도 "촬영하고 방송하는 내내 긴장감에 편히 잠도 못 자고 늘 소화불량에 시달렸는데 끝나니 시원섭섭하다"라며 "장비 선택 등 촬영 전부터 유독 어려움이 많은 드라마였는데 이렇게 큰 사고 없이, 나름 좋은 평가를 받으며 잘 마무리되어 다행이다. 최선을 다한 만큼 나도 '닥터 프리즈너'를 내 대표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함께 하고 도와준 모든 분께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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