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화 PD와 배우 한석규. MBC 제공방송 초반부터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말한 배신자'(이하 '이친자')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전개, 사건의 진실에 대한 궁금증, '진범'을 추적하는 재미, 디테일이 살아 있는 밀도 높은 연출까지. '이친자'는 스릴러 드라마가 갖춰야 할 미덕을 준수하게 갖췄다.
그 결과 일단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시청자들을 붙들어 두는 데 성공했다. 스릴러 장르 흥행의 척도가 되는 '몰입감'이 여타 드라마와 비교해도 뛰어났다. 짧은 10부작 안에 꼼꼼히 숨겨둔 사건의 단서들이 마치 퍼즐처럼 맞춰지면서 '이친자'는 '용두용미'로 끝났다. 여기에 소원한 가족 관계의 회복까지 이뤄냈으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송연화 PD에게 '이친자'는 배 아파 낳은 자식과 다름 없다. 무려 1년 반에 걸쳐 대본 수정 작업에 함께 참여해 작품을 발전시켜 나갔다. 그러다 보니 대본 속 작가의 의도를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었고, 연출자로서 훨씬 더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다. 송 PD가 일명 '숙성기간'이라고 불리는 인고의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이친자' 또한 없었을지 모른다. 다음은 송 PD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Q 시청률을 논외로 하더라도 '이친자'를 두고 또 하나의 '용두용미' 드라마가 탄생했다는 평이 많다A 제가 기대하고 현실적으로 기대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많은 애정과 관심을 주셔서 감사하다. 분명히 던지는 메시지가 있는 이야기인데, 이걸 좋아하고 즐겨주시는 시청자들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확신은 있었다. 해외에서 봐주시는 것에도 너무 감사하다. 부녀 사이 관계에 관한 이야기라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여지가 있었던 거 같다.
Q 영화처럼 밀도 높고, 디테일한 연출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출자로서의 성과는 이룬 것 같은지A 솔직히 이뤘는지는 잘 모르겠고 노력을 해서 만든 결과물을 시청자분들이 보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익숙한 장면도 다른 관점과 방법으로 보길 바랐고, 아쉬움 없이 찍었다. 비 오는 날, 차 추격 장면은 그냥 제가 좀 뿌듯했다. 촬영 나가기 전에 콘티를 미리 정리해두고, 현장에서는 배우와 바뀌는 부분을 상의하면서 작업을 했다. 계획을 많이 하고, 준비를 열심히 해서 가긴 했다. 그렇게 9개월 정도 촬영했다.
MBC 공식 홈페이지 캡처Q 30년 만에 친정 MBC로 돌아온 배우 한석규와의 작업은 어땠을까A 선배님은 내가 칭찬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지금 기억 나는 건, 한석규 선배님께 대본을 드리고 나서 처음 만났던 자리가 있었다. 그런데 기분이 너무 좋아서 집에 돌아와 일기를 썼더라. 거기에 '내가 꿈꾸던 배우의 이상향 같은 사람을 만난 거 같다'고 했다. 캐스팅이 되지 않아도, 이런 배우가 업계 안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됐다. 배우의 태도와 긍지를 고민하는 부분이 멋있게 느껴졌고, 촬영하면서 그 이미지가 더 확고해졌다. 같이 작업한 거 자체가 영광이지만 너무 즐겁고 재밌고 배운 것도 많아서, 그런 부분이 좋았다. 프로파일러이자 아버지인 장태수의 캐릭터를 훌륭하게, 정말 그 자체로 완벽하게 표현하셨다.
Q 초반 스릴러를 담당한 장하빈 역의 배우 채원빈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사이코패스로 의심되면서 용의선상에 있었으나 점점 아버지 태수와의 관계를 풀어가는 캐릭터다A 하빈이 역 캐스팅에 고민이 컸는데 원빈이를 처음 만났을 때 가능하다는 확신이 섰다. 1부부터 하빈이가 피사체로 그려지는 부분이 많아서 매력적인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긴장감이 살아야 했다. 또 한석규 배우와 대립하는 연기를 보여줄 정도로 연기력도 충분해야 했다. 결국 회사에서도 제 결정을 지지해줬다.
MBC 공식 홈페이지 캡처Q 전개가 느린 편이다. 부녀 간에 왜 말을 안 하는지 답답해 하는 반응도 있었다. 굉장히 빠른 속도의 요즘 서사 트렌드와는 맞지 않을 수 있어 고민도 깊었을 것 같다
A 정작 태수가 중요한 질문은 물어보지 못하고, 하빈이가 중요한 부분은 이야기하지 않는 것. '왜 저럴까, 말하면 되는데'라고 생각하는 게, 이 관계의 중요한 문제점 중 하나였다. 그런 가족관계가 마지막에 어떻게 해소되는지 담겨 있다. 전개가 느리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고, 그런 걱정은 없었던 거 같다. 이야기 흐름이 복잡하고 어려워도, 시청자들이 따라갈 수 있도록 했고 이야기 자체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데 애를 많이 썼다.
Q 그렇다면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배신자'는 과연 누구일까A 태수나 하빈이 뿐만 아니라 모두가 해당되는 질문이다. 태수가 태수 자신에게 말하는 제목일 수도 있다. 본인 삶에 대한 후회와, 잘못된 삶에 대해 깨닫는 순간에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식으로 메시지가 잘 표현되고 전달된 것 같다. 하빈이가 굉장히 의심스럽고 이상하면서도, 하빈이에 대해 연민을 느끼는 부분도 생긴다. 관점에 따라 굉장히 다른 이야기가 있다는 부분을 표현하려고 했다.
Q MBC '옷소매 붉은 끝동'을 함께 연출한 정지인 PD가 '정년이' 메가폰을 잡으면서 동시간대 경쟁을 벌였다. 연말에 곧 연기대상이 열리는데 수상에 대한 기대는 없는지 궁금하다 A 선배님도 재미있게 봤다고 연락을 주셨다. 제가 감히 말씀 드리긴 어렵지만 저도 '정년이' 재미있게 잘 봤다. 응원을 많이 해주신 게 기억에 난다. 올해 MBC 연기대상에서는 온갖 수상을 휩쓸었으면 좋겠다. 대상과 여자신인상을 꼭 받고 싶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