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YG엔터테인먼트 사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수많은 케이팝(K-POP) 스타들을 배출해 온 대형 가요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를 향한 국민적 반감이 점차 불어나고 있다. 대학교 축제 '보이콧'을 비롯해 산발적인 불매 운동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빅뱅 전 멤버 승리가 얽혀 촉발된 '버닝썬' 사건에 세무조사, 양현석 회장 성접대 의혹 등 자체적인 논란이 연달아 불거지면서 '사면초가'에 놓였다.
여기에 YG 소속 아이돌 그룹인 아이콘(iKON) 멤버 비아이에게 마약류 구매와 대마초 흡연 의혹이 포착됐을 당시, 비아이와 관련 대화를 나눴던 A씨를 회유해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승리 때부터 YG의 대응 방향은 일관됐다. 부인에 부인을 거듭하거나, 부인했던 사안이 사실로 밝혀지면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다'는 입장과 함께 문제가 된 멤버를 방출하는 식이었다. 문제는 이런 대응에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이 따라왔다는 것이다. 논란이 현재진행형임에도 활동을 강행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YG를 향해 축적된 반감은 축제기간인 대학가에 먼저 이상신호로 나타났다. 지난달 명지대학교와 한양대학교 에리카 캠퍼스에 각기 아이콘과 위너(WINNER)가 섭외됐지만 이에 반대하는 의견이 등장했다.
명지대학교 대자보에는 "YG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하는 행위는 악질적인 범죄행위에 대한 간접적인 동조로 비춰질 수 있다. 이에 대한 일말의 검토 없이 YG 가수를 초청한 총학생회를 규탄한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 담겼다.
한양대학교 에리카 캠퍼스 SNS에도 역시 '버닝썬' 게이트를 언급하며 "일련의 사건이 YG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우리의 등록금이 범죄의 온상 YG로 흐르는데 반대한다"는 의견이 게재됐다.
해당 그룹들은 일정대로 축제 무대에 올랐지만 이는 YG '보이콧'의 신호탄이나 다름없었다.
승리 범죄 혐의에 YG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YG 수장인 양현석 회장이 성접대 의혹에 휩싸이자 이번에는 불매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2일 YG 소속 연예인들의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 게시자는 "대형 기획사에서 끊임없이 마약 대마초 연루 연예인들이 나오고 있다. '버닝썬' 게이트에 성접대 의혹까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모든 게 의혹이라기에는 너무 오랫동안 한 기획사에서 마약 대마초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기획사 내부에 문제가 심각하게 있다고 보여진다. 모든 방송 매체에서 활동을 정지시키고 철저히 소속사 내부 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렇게까지 대중이 돌아선 것은 논란 이후 대응에서 원활한 소통에 실패한 결과로 파악된다. YG가 쌓아 올린 불신이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사실 소속사가 성인인 아티스트에 대해서 완벽한 관리를 하기는 어렵지만 YG는 일련의 위기가 생겼을 때 그 대처가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납득 가능할 정도로 명확한 사과와 해명, 개선보다는 '무대응' 수준으로 소통을 단절했던 것이 누적됐고, 더욱이 승리 건으로 거짓 해명 논란에 휩싸여 불신이 쌓일대로 쌓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대중 정서가 진화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는 YG에 커다란 타격이 미칠 가능성이 높다. 두터운 팬덤보다는 대중 호감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던 YG 아티스트들의 성격상 더욱 그렇다. 실제로 비아이 마약 스캔들이 터진 12일 YG 주가는 전날보다 4.05% 하락한 3만 1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은 있겠지만 연달아 사건이 터져 대중이 YG 자체에 거부감을 갖게 됐고, 대중 정서가 빠른 시일 안에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여기에 더해 YG 대표성을 가진 양현석 회장의 혐의점이 입증되거나 한다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