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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FRP 선박, 말뿐인 규제에 대안은 제자리"

    [FRP 선박의 역습 ⑤ - FRP 선박 관리 실태 긴급 점검]
    1995년 전체 어선의 28%에 불과했던 FRP선박, 2017년 95%로 증가
    가볍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급속히 확산...환경오염 유발에는 무관심
    일본 등 해외에서는 규제 강화와 대체 재질 개발 속도

    해양수산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7년 현재 국내 등록 어선 가운데 95%25인 6만 3천대가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만들어졌다. 가격이 저렴한 반면 가볍고 가공하기 쉬워 꾸준히 사용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 FRP 선박이 무단으로 버려지거나 사실상 불법으로 개조되면 환경은 물론 인체에까지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부산CBS는 부산지역 FRP 선박 운용 실태와 문제점에 대해 연속보도한다. [편집자 주]

    부산 강서구의 한 포구 근처에 파손된 FRP 선박이 방치돼 있다. (사진=박진홍 수습기자)

     

    마지막 순서로 FRP 피해를 막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는 해외 사례와 달리 여전히 문제를 방관하고 있는 국내 실태를 보도한다.

    ◇ 말뿐인 '규제'에 솜방망이 처벌…FRP 선박 문제는 '무관심'의 결과

    부산 강서구의 한 포구 인근 해안에 소형 FRP 선박 한 척이 버려져 있다. (사진=박진홍 수습기자)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FRP는 유리섬유를 겹겹이 붙여 만든 플라스틱으로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재질이다.

    특히 가볍고 수리가 쉬운 반면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해 소형 선박 등은 대부분 FRP로 만든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95년 전체 어선 7만여 척 가운데 FRP 선박이 2만여 척에 불과했지만, 2017년에는 전체 6만 6천척 가운데 무려 95%인 6만 3천여 척이 FRP 선박인 것으로 집계됐다.

    선박 재료로 꾸준히 사용되지만, 이름 그대로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 등 각종 환경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높다.

    선박안전법 등 현행법은 FRP 선박 건조와 수리과정에서 비산먼지 등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각종 시설을 마련하도록 정하고 있다.

    낡은 FRP 선박을 폐기하는 절차 역시 지정된 처리 업체를 통해서만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소형 선박 수리업체나 개인 수리업자의 경우 관할 지자체에 비산먼지 배출 사업장으로 등록할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일선 구·군청은 이 같은 FRP 수리 작업과 관련한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 같은 규정을 어기더라도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데 그쳐, 실효성 없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다.

    낡은 FRP 선박이 꾸준히 유입되는 반면 이를 폐기하려면 수백만원에 달하는 처리 비용이 들어 선박 무단 방치와 불법 투기 논란 등도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FRP 선박 문제는 말뿐인 규제와 솜방망이 처벌, 관계 기관의 무관심 등이 자초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 해외는 재생 가능한 소재 개발에 박차…국내 움직임은 '제자리걸음'

    부산의 한 소규모 업체에서 FRP 선박을 수리하고 있다. (사진=박진홍 수습기자)

     

    해외에서는 이같은 FRP 선박의 단점 때문에 건조와 가공 절차 등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20여년 전 해양오염 등을 이유로 FRP 선박 건조와 폐기 절차 등을 엄격하게 규제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도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카본이나 알루미늄 등 FRP를 대체할 재질 도입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FRP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 개발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FRP는 대부분 '열경화성' 수지로 재가공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목선이나 강선과 달리 낡은 FRP 선박은 재활용할 수 없어 별도의 절차를 거쳐 처리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도 각종 환경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반면 일본 등은 열을 가해 재가공이 가능한 '열가소성' FRP 도입 등 환경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한국해양대학교 해양신소재융합공학부 김윤해 교수는 "세계적으로 열가소성 수지를 사용해 재활용이 가능한 FRP를 도입하는 데 주력하는 추세"라며 "반면 우리나라 선박 소재 분야는 여전히 열가소성 수지로 넘어가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재활용 가능하고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는 소재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쉽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그동안 애써 외면해왔던 FRP선박의 문제점 등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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