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춘재 앞 기념촬영하는 한미 정상(사진=연합뉴스)
주로 여성의 장신구로 쓰이는 브로치를 국제정치 무대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한 인물로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꼽힌다.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이었던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자신이 전달하기를 원하는 메시지에 따라 다른 모양의 브로치를 선보이곤 했다. 그의 왼쪽 가슴에 반짝이는 브로치가 곧 메시지였기 때문에 외교무대에서는 그의 브로치가 항상 관심 대상이었다.
이를테면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2000년 6월 한국 방문 때는 햇살모양의 브로치를 달고 국민의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웠을 뿐 아니라 클린턴 행정부는 햇볕정책의 강력한 지지자였다.
그런가 하면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유엔주재대사 시절이었던 1994년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이 자신을 '뱀 같다'고 하자 뱀 모양 브로치를 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건드리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또 2000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때는 성조기 모양의 브로치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이 느닷없이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브로치를 문제 삼고 나섰다.
김 여사가 트럼프 대통령 환영만찬에서 착용한 파란 나비 모양 브로치에 대해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파란 나비는 북핵에 맞서는 싸드를 반대한다는 상징"이라며 "영부인이 그 의미를 모를 리 없다"고 단정했다.
이어 "파란나비 브로치를 단 이유가 뭔지 밝히라"고 다그친 뒤 문재인 대통령은 사전에 알았는지, 서로 상의를 한 것인지, 김 여사의 독단적인 결정인지 물었다.
민 대변인은 그러면서 "싸드보다는 북핵을 원한다는 뜻인가"라며 "이와 관련해서 미국측으로부터 공식, 비공식 항의를 받은 일이 없었는지, 있었다면 어떤 답을 보냈는지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김 여사의 브로치는 경북 성주 군민들이 사용한 파란 리본과는 달리 청록색의 단순한 나비 모양이라며 민 대변인의 주장을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정치적 메시지가 전혀 없는 그냥 장신구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청와대 친교만찬에서 "내 아내는 문 대통령 부인의 굉장한 팬"이라며 "그녀는 김정숙 여사가 환상적인 여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는 "가장 먼저 영부인에게 큰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영부인이 굉장히 활기찬 면모를 갖고 나라를 생각하고 문 대통령을 잘 보좌하고 사랑하는 분임을 이번에도 느낄 수 있었다"고 상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란나비 모양 브로치에 전혀 개의치 않고 영부인에게 찬사를 보내는데 자유한국당은 스스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고 해명은 청와대보고 하라니 딱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