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주권 반환 22주년 홍콩은 '아수라장', 시위대 입법회 건물 점거까지…

아시아/호주

    주권 반환 22주년 홍콩은 '아수라장', 시위대 입법회 건물 점거까지…

    • 2019-07-02 04:53

    주최측 추산 55만명 참여 반중국 시위.
    일부 시위대 입법회 건물 진입 자정 넘어까지 점거.
    홍콩 행정부는 기념행사 갑자기 실내 행사로 전환

    입법회 의사당 점거한 홍콩 시위대(사진=연합뉴스)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된 지 22주년을 맞은 1일, 홍콩은 혼돈에 빠졌다. 홍콩 시민 55만여 명이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거리에 나서 ‘범죄인 인도 법안’ 철회와 캐리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행진에 동참했다. 이중 일부 시위대가 입법회 건물 입구를 부수고 들어가 회의장을 자정 넘도록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친중 단체들의 맞불집회가 열리면서 양측 사이에 크고 작은 충돌이 빚어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매체들은 이날 저녁 6시쯤 1500여 명에 달하는 시위대가 입법회 안으로 진입해 회의장을 점거했다고 보도했다. 에드머럴티에 있는 입법회 건물은 오전부터 시위대에 둘러싸이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국기 게양식 저지를 공언했던 일부 강경 시위대 1천여 명이 이른 아침부터 입법회 건물 인근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이 과정에 시위대 일부가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일부 경찰들도 시위대가 투척한 것으로 보이는 화학 물질 때문에 호흡 곤란이나 피부가 부풀어 오르는 증세 등을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당국은 시위대가 페닐렌디아민이라는 독성물질을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시위대의 감정이 격앙된 것은 전날 발생한 한 여대생의 투신도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21세 여대생 뤄샤오옌이 ‘송환법 철회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자’는 유서를 남기고 고층 건물에서 몸을 던졌다.

    오후가 되면서 입법회 건물로 진입하려는 시위대의 움직임은 더욱 거칠어졌다. 경찰이 입법회 건물을 걸어 잠그고 건물 안에 대기하자 시위대는 입법회 건물의 유리벽과 입구를 쇠파이프와 무거운 목재가 실린 손수레로 들이받는 방법을 동원했다. 건물 입구와 유리벽을 뚫으려 시도하는 사람 주변에는 시위대가 우산으로 시야를 가리며 신원노출을 막아주는 등 일사분란한 움직임을 보였다. 시위양상이 과격해지자 퀑춘유(鄺俊宇) 등 민주당 의원들이 나서 시위대를 설득하려 했지만 "입법의원들이 아무런 쓸모가 없다"며 반발하는 시위대에 의해 현장에서 쫓겨났다.

    축배 드는 캐리 람 장관과 기념식 참석자들(사진=EPA/연합뉴스)

     

    시위대는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건물 입구와 유리벽을 부수고 회의장 내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은 건물 안으로 들어오려는 시위대를 향해 페퍼 스프레이를 분사하고 훼손된 유리벽 틈새를 방패로 막으며 저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후 6시쯤 경찰 병력이 입법회 건물에서 철수하자 시위대는 환호성과 함께 승리를 선언했고 회의장 점거에 들어갔다. 회의장에 들어선 시위대는 내부 시설물을 파손하는가 하면 캐리람 행정장관과 중국에 대한 비난 문구를 벽면에 페인트로 써내려갔다. 시위대의 회의장 점거는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계속됐다. 경찰이 강제진압을 예고하고 민주파 입법위원들이 설득하자 시위대가 하나둘씩 입법회 건물을 빠져나갔고 2일 새벽 0시 15분쯤 경찰이 회의장을 탈환하면서 상황이 종료됐다.

    입법회의 건물을 중심으로 빚어진 폭력 사태에 대해 대다수 홍콩 시민들은 비판적이었다. 지난달 9일과 16일 각각 100만 명과 200만 명의 홍콩 시민들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를 이끈 민간인권전선은 이날도 ‘범죄인 인도 법안’ 철회와 캐리람 장관 사퇴 등을 주장하는 대규모 시가행진을 펼쳤다. 주말이 아닌 월요일임에도 주최측 추산 55만여 명의 홍콩 시민들이 오후부터 거리 행진에 나선 가운데 이들 중 상당수는 입법회 건물에서 발생한 폭력사태가 홍콩 행정부와 중국 정부로 하여금 시위대를 폭력집단으로 매도할 수 있는 빌미를 줄 뿐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집회 주최측은 입법회 건물 주변의 폭력 사태가 확산되자 당초 센트럴 지역이던 목적지를 완차이(Wan Chai) 지역으로 변경했다. 가두행진은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경찰이 밤늦게까지 남은 시위대에 대한 강제 해산에 착수하면서 홍콩 거리 곳곳은 밤늦게까지 최루탄 연기가 자욱했다. 이날 시위로 1일 밤 11시 현재 홍콩 병원 집계 결과 5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상자 가운데 남성 1명과 여성 2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성홍기 흔드는 홍콩 정부 지지자들(사진=AFP/연합뉴스)

     

    이날 입법회 인근 타마르 공원에서는 홍콩 정부와 경찰을 지지하는 친중 세력의 시위도 열렸다. 주최측 추산 16만5000여명이 모인 반대 시위대는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대의 검은옷과 구분하기 위해 파란색 옷을 갖춰 입었다. 이들은 오성홍기를 흔들며 람 장관 지지 구호를 외쳤다.

    한편 홍콩 행정부는 홍콩 시민들의 격렬한 반발이 예상되자 홍콩 주권 반환 22주년 행사를 이례적으로 실내 행사로 대체했다. 홍콩 정부는 이날 오전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홍콩 정치인, 경제계 인사, 중국 정부 대표단 등 수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행사를 서둘러 마무리 지었다. 일반 시민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야회에서 대규모로 치러졌던 전례에 비춰 이례적 조치였다. 홍콩 정부는 새벽에 내린 비 탓에 행사 장소를 변경했다고 공식 해명했다.

    국기 게양식에서는 전례대로 홍콩 자치행정구 깃발과 중화인민공화국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紅旗)기 나란히 올라갔다. 람 장관은 기념사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가 정치인으로서 항상 대중의 감정을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나에게 일깨워줬다"며 머리를 숙였지만 홍콩 시민들의 분노는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었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