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이 최근 수사외압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경찰청장과의 통화내용을 공개하고 나선 가운데 양측 설명이 엇갈리면서 사안은 진실 공방으로까지 번지게 됐다.
◇ "감사 쪽으로 파악한다고…" VS "사실무근"
이 의원은 3일 의원총회장 앞에 대기하던 기자들을 찾아 "경찰청장과 어제도 통화했는데 '절대 외압을 받은 적 없고 도대체 이 기사가 어떻게 된 건지 감사 쪽(감찰 기능)으로 해서 파악을 하고 있다'는 해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민갑룡 경찰청장이 자신과의 통화에서 "외압을 전연 느끼지 않았다. 그리고 비공개 자료요구가 어떻게 노출이 됐는지라 경찰이 자체적으로 조사를 하겠다"라고 말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비공개로 요청한 게 공개된다는 건 합리적으로 맞지 않는 얘기"라며 "의원실에 자료가 통보되지도 않았는데 경찰이 흘리지 않았다면 (언론이) 어떻게 알았겠냐"라고 덧붙였다.
반면 민 청장의 설명은 달랐다.
민 청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감사를 하겠다는 그런 말씀은 드린 적이 없다"면서 "약간 단어를 정확하게 안 쓰신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이 의원과의 통화 당시 자신은 "경찰에서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의원님이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확인은 해보겠지만 경찰이 요구자료 관련해서 언론에 하고 그러진 않습니다"라고 말했다는 주장이다.
◇ 한국당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경찰이 실제로 의원실 요청이 어떻게 언론에 보도됐는지 그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내부 감찰을 벌이고 있다면 이는 의도와 관계없이 수사 담당자에게 '입막음'이나 외압으로 느껴질 소지가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4~5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충돌 당시 고소·고발된 국회의원 109명 등 모두 121명을 국회선진화법·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수사중이다. 59명의 한국당 측 수사 대상 가운데는 이 의원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민 청장 주장대로 이 의원이 대화를 부풀린 게 사실이라면 수사외압 논란에 이어 파장은 수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지금의 언론지형에서는 무슨 말을 해도 자꾸 외압으로, 막말로 비춰지기 때문에 이 이상 말씀을 더 드리는 게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앞서 여야 4당이 이 의원의 해명을 문제 삼은 데 이어 한국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적잖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통화에서 "자료 요구 자체는 응당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민감한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은 아니었던 것 같다"면서 "말실수가 나온 상황에서 언론이 편파적이라고 탓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일갈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이해할 수 없는 단독행동이 계속되면서 당의 다른 의원들까지 같이 지탄받게 돼 아쉽고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