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임은정 검사. (사진=자료사진)
경찰이 임은정·서지현 검사의 고소·고발에 따라 검찰 내부 비위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검찰이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건 모두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행태에 대한 의혹 규명이 핵심인데,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조차 '자료 감싸기' 방식으로 버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세번' 자료 요구 공문을 보낸 경찰은 응답이 없자 강제수사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앞서 임은정 부장검사는 부산지검 윤모 전 검사의 비위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징계를 하지 않은 채 사직 처리했다며 전·현직 검찰 수뇌부 인사들을 지난 4월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피고발인은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황철규 부산고검장, 조기룡 청주지검 차장검사 등 4명이다.
경찰이 임 검사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마친지 한 달이 넘었지만, 수사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부산지검에서 '고소장 바꿔치기' 비위가 발생한 2015년 말부터 윤 검사가 의원면직 처리된 2016년 6월 사이 검찰 차원의 제대로 된 감찰 조사가 이뤄졌는지, 이뤄졌다면 당시 조치가 적절했는지 따져봐야 하지만 검찰이 관련 자료 요구에 사실상 불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최근까지 법무부와 대검찰청, 부산지검에 각각 세 차례씩 자료 요구 공문을 보낸 상태다. 핵심인 감찰 관련 자료와 관련해 그동안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부산지검으로부터 보고받지 못했다"는 취지의 답변을 보내왔으며 부산지검은 수사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자료만 일부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지현 검사가 현직 검찰 간부 3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한 사건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서 검사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 사건 등을 권모 전 법무부 검찰과장에게 알렸지만 후속 조치가 없었고, 문모 전 법무부 대변인과 정모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언론 대응과정 등에서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서초경찰서도 당시 검찰 내부에서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법무부와 대검에 각각 두 차례 자료 요구 공문을 보낸 상태지만 이렇다 할 협조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은 법무부에, 법무부는 대검에 물으라는 식으로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월 말 서 검사 측 서기호 변호사가 고소인 조사를 받은 뒤 수사 진척 소식이 들리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4일 검찰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전환 가능성과 관련해 "(임은정 검사 고발 사건과 관련) 3회째 자료 요구 공문에 대한 회신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회신이 오면 판단할 것"이라며 서 검사 고소 사건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비협조에 경찰은 초유의 검찰청 압수수색을 고심하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임의적인 방법으로 안 되는 부분은 강제 수사 절차가 있기 때문에,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두 사건을 촉발시킨 인물들은 현재 모두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상황이다.
민원인이 낸 고소장을 위조한 혐의로 기소된 윤모 전 검사는 최근 징역 6개월에 선고유예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서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를 받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은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런 만큼, 검찰이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 기초 자료조차 내어주지 않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