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 붕괴 현장에 소방, 경찰, 국과수, 서초구청 등 정부 합동감식팀이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서민선 수습기자)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 붕괴 사고 당시, 철거 현장의 안전을 총 책임지는 감리자는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비슷한 사고로 건축조례가 개정돼 감리자가 현장에 상주하도록 규정이 바뀌었지만, 실제 안전 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6일 서초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2시 23분쯤 붕괴 사고가 일어난 잠원동 신사역 근처 건물의 철거 현장에는 감리자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초서 관계자는 "사고 당시에는 감리자가 현장에 없었다"며 "자세한 철거 당시 상황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철거 시작 이후 감리자가 현장에 상주 했는지, 감리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 했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이다.
감리자는 공사 시공이 기존 설계나 규정에 따라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역할을 맡는다. 철거 공사 계획서에 기재한 대로 '잭서포트'(지지대)가 설치된 후 철거가 진행 중인지, 버팀보가 제대로 마련 됐는지 등을 살피는 안전 책임자다.
서초구 측도 "안전 대책 등은 감리자가 확인해야할 부분"이라며 "사고 건물도 철거 감리를 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시는 지난 2017년 낙원동 건물 붕괴 사고 이후 철거 현장에도 감리자가 상주하도록 건축조례를 개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철거 공사기간 중에는 감리자가 현장에 나오지 않는 등 제도 운영에 미비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에서도 이 같은 안전 절차와 기본적인 철거 공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 붕괴사고 현장에 경찰 및 소방당국 관계 기관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이한형 기자)
사고 후 현장 감식에 참여한 안형준 건축공학박사(전 건국대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공법대로라면 굴착기를 건물 5층으로 올리기 위해 기중기를 써야하는데 장비를 동원하는 대신 철거 잔여물을 쌓아 타고 올라가게끔 했다"며 "이 과정에서 건물이 도로 쪽으로 밀리게 됐는데 반대쪽에 안전 프레임도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박사는 "현행법상 4층 이상 10미터 이상이면 감리자가 현장에서 안전 감독을 해야한다"며 "이번 사고는 200% 인재"라고 지적했다.
사고가 난 건물은 1996년 지어진 지하1층·지상5층 규모 건물이다. 경찰은 이번 붕괴 사고 직후부터 건축주와 감리자, 시공사 및 철거 현장 관계자 등을 소환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는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한편 경찰은 전날 1차 합동감식 결과 철거 작업 중 지지대와 1~2층 기둥과 보가 손상돼 건물이 붕괴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 등은 무너진 건물 잔해를 제거하고 조만간 2차 합동감식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