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상인·자영업자들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중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무역 보복 규탄, 일본산 제품 판매 중단 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을 두고 일본 정부가 최근 반도체 핵심부품 수출 규제로 한국 경제를 압박하고 나서자 국내에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시인 류근은 이와 관련해 그간 일본 위정자들이 벌인 반인륜적 행태를 지적하면서 "부당한 폭력에 맞서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기본 도리"라고 독려에 나섰다.
류근은 6일 자신의 SNS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일본 제국주의 시대 생체실험 만행으로 악명 높은 731부대 분대장 야마시타 노부루의 진술을 인용하면서 "다음 주 (KBS 1TV '역사저널 그날') 녹화를 위해서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말 그대로 엽기의 극치다. 치가 떨린다. 아무리 돌이켜봐도 이건 사람이 아니다. 악마도 이 지경이면 저희들끼리도 역겨워서 못 봐줄 지경"이라고 운을 뗐다.
"일본이 1933년 만주에 설립한 731부대(1938년 하얼빈 특설감옥은 상암구장 약 1만 1천 개 규모)는 45년 일본의 패망 때가지 수만명이 생체실험의 도구(일명 '마루타')로 희생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 실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 일본이 숨기고, 일본의 세균전 연구성과를 원했던 미국(당시 책임자 맥아더)에 의해서 철저히 기밀로 봉쇄되었다. 2차대전 후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조차 언급이 되지 않았다. 그나마 소련에 잡혀가서 재판을 받았던 731부대원 12명에 의해서 그 빙산의 일각 정도가 새어나왔을 뿐이다."
그는 "일본으로 건너간 731부대 의료진 대다수가 녹십자 회장, 도쿄대 의학부장, 육군자위대 위생학교 교장 등 주요보직에 올랐다. 생체실험을 통해 획득한 의학지식으로 승승장구한 것"이라며 "일말의 가책이나 반성이 있을 리 없었다. 친일 매국의 대가로 대대손손 부와 권력을 이어가는 자들의 행보와 닮았다"고 꼬집었다.
류근은 "일본의 경제 보복조치에 대한 공분으로 여기저기서 일본 상품 불매 운동 등 반일 감정이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라며 글을 이었다.
"부당한 폭력에 맞서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기본 도리이니 굳이 민족 감정을 내세울 만한 것도 못 된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은 못 받은 임금 지급하라는 것이 아니라 강제노동, 학대, 모욕 등 '반인륜 행위'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것이었다. 한일청구권 협정 운운하며 그것의 위반이라고 거품을 물 근거조차 없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문제는 우리 대법원의 판결이 '반인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는 것에 있다"며 "애초에 '인륜'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자들에게 '반인륜'에 대해서 책임을 묻고 있으니 알아들을 수조차 없는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그들에게 인간의 DNA가 조금이라도 섞였다면 731부대 생체실험 같은 것을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겠는가. 철저히 부인으로 일관하면서 역사 왜곡과 날조에 이골이 나 있는 일본 정치인들의 행태는 공포스럽다. 전범국가의 책임에서 벗어나 언제든 전쟁을 벌일 수 있는 '보통국가'로의 진입을 꾀하고 있는 그들의 나침반은 언제든 우리를 향하고 있다."
류근은 끝으로 "이 와중에 우리 정부 책임을 먼저 들먹이며 죽도록 일본 편드는 매국 잔손(殘孫)들은 측은하고 애닯다"며 "어차피 피를 바꿀 수도 없을 테니 그냥 하던 대로 열심히 사시길 바란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제 우물 가린 후 동네 우물에 독약 뿌리는 자들을 역사는 기회주의자라 부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