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NS 캡처)
베트남 아내 폭행 사건 피해자를 두고 '불륜설'이 대두돼 섣부른 피해자 검증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
베트남 이주여성 A(30)씨는 지난 4일 밤 9시쯤 전남 영암 집에서 남편 B(36)씨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해당 영상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졌고, 남편 B씨는 상해 혐의와 아들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폭행, 아동복지법을 위반한 혐의로 구속됐다.
가해자인 B씨를 엄벌하고 A씨를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한 가운데 지난 9일 온라인에는 '베트남 폭행 영상 속 여자는 내연녀'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글 작성자는 자신을 B씨의 전 부인이라고 밝히며 A씨를 '가정파탄범'으로 지목했다. 자신이 경고까지 했음에도 유부남이었던 B씨의 아이를 임신해 한국으로 와 가정을 꾸렸다는 주장이었다. 이 모든 일들이 "계획적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작성자는 "남자(B씨) 역시 벌을 받아야 하지만 베트남 여성도 다를 게 없다"면서 "저런 어마무시한 일을 계획하고서 한국에 남아 아이를 한국에서 키우고 싶다니. 한국이 아닌 베트남으로 돌아가게 꼭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한 인터넷 언론은 글 작성자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A씨와 나눴다는 스마트폰 메신저 내용을 '단독' 보도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은 A씨와 B씨 사이 지극히 사생활에 관한 부분일 뿐, 폭행 사건과는 직접 연관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여론은 이제 피해자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양육비를 주지 않고 있는 B씨 책임보다는 A씨의 피해자 '자질'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A씨가 한국 국적을 얻으려 일부러 가정폭력을 유발해 증거를 남겼다는 추측으로 폭력을 정당화하는가 하면,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국적 취득을 목표로 한 저의가 의심된다'며 A씨의 한국 국적 취득을 반대하는 글이 게시됐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약자를 향한 폭력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사생활 영역과 이번 사건은 철저히 별개로 놓고 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왕지연 한국이주여성연합회 회장은 "이 두 가지 사안은 다르게 놓고 봐야 한다. 베트남 아내와 남편, 그리고 전처 관계는 철저히 사생활 영역이다. 폭력과 같이 따질 수 없다고 본다. 엄연히 폭력 사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마땅한 처벌이 필요하다. 정상적인 사람이면 '한국말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아내를 때릴 수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면서 가해자를 두둔해 사건을 왜곡하는 흐름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에 대한 인신 공격과 함께 이런 2차 가해들은 공공연하게 일어난다.
권영국 인권변호사는 "피해 사실 자체를 가지고 평가를 해야 하는데, 피해자 행실의 올바름을 따지며 가해 사실을 정당화하려는 논리들이 있다"면서 "상당히 부끄러운 2차 가해다. 잘못이 있다면 무차별 폭행을 당해도 된다는 생각인가. 사회적 공격 프레임은 항상 약자를 향한다. 어떻게 위로할 지 고민은 못하고 피해자를 공격하는 잔인성"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