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와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한국 수출 규제 조치의 이유로 전략물자 밀반출과 대북제재 위반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우리 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본은 당초 강제징용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조치의 이유로 내세웠다가 개인과 기업간의 민사 판결을 통상문제로 연계시키는데 대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지 못하자, 우리에게 전략물자 밀반출과 대북제재 위반의 의혹이 있기 때문인 양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이는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를 모범적으로 이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엔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제제의 틀 안에서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우리 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이어 "우리 정부의 노력을 지지하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동참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에 대해 불신을 야기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그런 의혹을 실제로 가지고 있었다면 우방국으로서 한국에 먼저 문제제기를 하거나 국제감시기구에 문제제기를 하면 될 터인데 사전에 아무말이 없었다가 느닷없는 의혹을 제기했다"며 의문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논란의 과정에서 오히려 일본의 수출통제에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며 "양국이 더 이상 소모적 논쟁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일본이 의혹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면 이미 우리정부가 제안한대로 양국이 함께 국제기구의 검증을 받아 의혹을 해소하고 그 결과에 따르면 될 일"이라고 어조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사태의 발단을 미처 해결되지 못한 양국의 과거사 문제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는 한일관계에서 주머니 속의 송곳과 같다. 때때로 우리를 아프게 찌른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양국은 과거사 문제를 별도로 관리하면서 그로 인해 경제, 문화, 외교안보 분야 등의 협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왔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문 대통령은 "저 역시 여러차례 과거사 문제는 과거사문제대로 지혜를 모아 해결해 나가면서 양국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함께 협력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며 "일본이 전례없이 과거사 문제를 경제와 연계시킨 건 양국 관계 발전의 역사에 역행하는 대단히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문 대통령은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 이후 사태의 원만한 외교적 해결 방안을 일본 측에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우리의 방안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 바가 없다. 양국 국민들과 피해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함께 논의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어떠한 외교적 협의나 노력 없이 수출 규제라는 일방적 조치를 전격적으로 취했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판단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결국은 일본에게 더 큰 피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경제와 일본경제는 깊이 맞물려 있다"며 "특히 제조업분야는 한국이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를 겪으면서도 국제분업질서 속에서 부품 소재부터 완성품 생산까지 전 과정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함께 성장해왔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는 상호의존과 상호공생으로 반세기간 축적해온 한일경제협력의 틀을 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문 대통령은 일본의 조치가 우리 경제의 핵심 경쟁력인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제한으로부터 시작했다며 "자국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한 통상적인 보호무역조치와는 방법도 목적도 다르다"거나 "우리경제가 한 단계 높은 성장을 도모하는 시기에 성장을 가로막은 것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와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일본 의도가 거기 있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일시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우리는 과거 여러 차례 전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했듯 이번에도 어려움을 이겨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히려 "일본과의 제조업 분업 체계에 대한 신뢰를 깨뜨려 우리 기업들은 일본의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수입처를 다변화하거나 국산화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며 "결국에는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임을 경고해 둔다"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의 최우선 해결책은 여전히 외교적 대화다. 강경한 발언 속에서도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는 일방적인 압박을 거두고 이제라도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촉구했고,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경제 체질 개선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이며 국민들이 힘을 모아주기를 희망했다.
이어 국회와 정치권을 향해서도 "지금의 경제상황을 엄중히 본다면 협력을 서둘러주실 것을 간곡하게 당부 드린다"며 "그것이야말로 정부와 우리 기업들이 엄중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협력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