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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하다 단식의 대상 된 손학규



국회/정당

    단식하다 단식의 대상 된 손학규

    권성주 혁신위원 단식…"孫 대표, 혁신안 수용하라"
    孫 "이런 혁신위 계속 해야 하는지 고민"
    '甲乙' 위치 바뀌어…공통 명분은 "민주주의"

    바른미래당 손학규(71) 대표가 한때 단식 농성을 했던 처지에서 자신을 향한 농성을 지켜보는 위치가 됐다. 권성주 당내 혁신위원이 "혁신안을 수용하라"며 단식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지난해 12월 올해 예산안 처리를 전후한 시점에 국회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을 벌였었다. 불과 7개월 지난 지금이지만, 상황은 180도 바뀐 측면도 있고 그대로 '현재진행형'인 문제도 있다.

    ◇ 연동형비례 포함 패스트트랙 이어진 孫의 단식

    2018년 12월 단식 농성 중인 손학규(바른미래당), 이정미(정의당 전직) 대표를 유인태 사무총장이 만나고 있다.

     

    손 대표의 단식 명분은 내년 4월 21대 총선부터 적용될 선거법 개정을 앞두고, 연동형비례제를 수용하라는 것이었다. 당시 예산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선거법 개정 관련 사항을 제외한 채 예산안 처리에 잠정 합의하자, 농성에 들어갔다.

    그는 양당의 합의안이 전해진 당일 의원총회에서 양당 합의안에 대해 "폭거"라고 규정하며, "민주주의 부정,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회의장과 예결위회의장 사이 공간인 국회 로텐더 홀에 자리를 깔며 "이제 나를 바칠 때가 됐다. 제 목숨을 바치겠다"고 했다.

    그러나 거대 양당은 끝내 예산안 처리와 선거제 개편을 연계시키는 것을 거부했다. 손 대표의 바른미래당을 포함해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은 예산안의 본회의 처리를 보이콧하며, 항의를 표시했다.

    손 대표로선 한참 후배들을 상대로 간곡하게 호소했지만, 여의도 사람들의 인심은 차가웠다. 그는 14대에 초선 의원으로 국회에 첫 발을 디딘 4선 의원 출신에 경기도지사까지 역임했다. 국회 경력으론 선배이자 연배는 어린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농성장을 찾아 "단식을 풀어야 선거법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했고, 손 대표는 자신의 단식을 YS‧DJ의 전례에 빗댔다.

    하지만 손 대표의 농성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같은 해 12월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12월 국회 협상을 통해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내용에 합의했고, 그는 단식 열흘 째 농성을 풀었다.

    이들의 합의는 올해 임시국회 기간 민주당과 바미당, 민평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지정)에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태우게 된 단초가 됐다.

    ◇ "당권 내려놓으시라" 까마득한 후배들의 '외침'

    바른미래당 권성주 혁신위원은 지난 12일부터 국회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손 대표에게 농성을 농성으로 되돌린 인물은 권성주(40) 혁신위원이다. 권철현 전 의원의 아들로 바른미래당에선 대변인을 역임했다. '뱃지'를 달아본 적이 없는, 여의도 기준으론 초짜 중의 초짜 정치인이다. 손 대표로선 자식 연배다.

    권 위원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손 대표가 혁신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단식 나흘째인 15일 농성장인 당 대표 사무실 앞을 지나는 손 대표를 마주했다.

    그는 손 대표를 향해 "혁신위원회를 정상화 해 달라"며 "어떻게 정상화할 수 있을지는 대표님이 잘 알고 계시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손 대표는 묵묵부답 그의 앞을 지나쳐 회의장으로 입장했다.

    혁신위가 사실상 해산 위기에 놓인 이유는 주대환 전 위원장의 돌연 사퇴 때문이다. 지난 10~11일 밤새 혁신위는 손 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해 청문회를 실시한 뒤 여론조사로 결론을 내는 방식의 혁신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표결에서 패한 주 위원장 등 손 대표 측은 위원장과 위원직을 내려놓는 줄사퇴의 방식으로 혁신위 자체를 무력화시켰다.

    손 대표는 사실상 혁신위를 인정치 않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가 계파 싸움이고 당내 권력 투쟁이 있고 그 연장이라면 이런 혁신위를 계속 해야 할 것인가 솔직히 고민이 든다"고 했다. 추석 때까지 당 지지율이 10%에 미치지 못하면 그만두겠다는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해서도 "답변을 보류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퇴진을 요구하는 최고위원들을 향해 대안으로 '혁신위 설치'를 제안한 당사자인 손 대표가 약속을 저버렸다는 것이 반대 측의 입장이다. 이들은 "최고위는 혁신위의 결정사항을 존중해 안건으로 상정하고 토론을 거쳐 결정한다"는 당규를 근거로 "손 대표가 민주주의적인 절차를 어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 대표의 단식과 권 위원의 농성 모두 명분은 민주주의인 셈이다. 다만 손 대표는 의회민주주의를 호소했고, 권 위원은 당내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처지는 정반대다. 손 대표 농성 당시엔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위문 방문을 했던 반면, 권 위원은 "농성은 위법이니 당장 치우라"는 사무처의 경고를 받은 상황이다. 사무처 방호 담당자는 "국회의원이든, 당 대표든, 누구든 국회에서의 농성은 위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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