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AV 배우 츠보미와 오구라 유나의 한국 유튜브 채널. (사진=유튜브 캡처)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한일 갈등과 맞물려 한국 구독자들을 겨냥한 일본 AV(성인 비디오) 배우들의 유튜브 진출이 빈축을 사고 있다.
일본 인기 AV 배우인 오구라 유나는 한국인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 유학 경험이 있는 그는 다소 서툰 한국어로 구독자들과 소통한다. 채널 소개에는 "한국의 음식, 문화, 사람들을 정말 많이 좋아한다. 부족하지만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적었다.
오구라 유나는 영상을 통해 자신의 일상 뿐만 아니라 촬영 현장, 자신이 소속된 일본 AV 제작업체 소프트온디맨드(SOD) 사내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4개월 전 처음 열었던 채널의 구독자는 현재 20만 명을 향해 가고 있다.
국내 상업 광고에 출연해 논란을 빚었던 AV 배우 시미켄은 여전히 50만 명에 육박하는 구독자들을 보유 중이다.
오구라 유나처럼 단순한 일상 공유도 있지만 여성 AV 배우 게스트와의 인터뷰, 성 고민을 해결하는 콘텐츠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진행된 AV 배우와의 인터뷰를 보면 촬영 현장, 신체 부위 등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하게 나온다.
일본 3대 AV 배우로 꼽히는 츠보미 역시 지난 4월 한국에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구독자 수는 앞선 두 배우들에게 미치지 못해도 오랜 경력만큼 국내에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팬미팅 당시 올린 콘텐츠를 제외하면, 츠보미는 시미켄과 다르지 않게 AV 업계 이야기, 성 고민 상담 등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콘텐츠들이 일본 AV 산업 내 인권침해를 미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성적대상화, 인권침해 등 문제점은 교묘히 감추고, 친근하게 접근해 양지화하려는 시도가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출연 강요 등 인신매매 형태로 이뤄지는 AV 산업의 이면은 이미 피해자들의 고발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 국무부는 2017년 6월 세계인신매매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일본의 AV 출연 강요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47만 명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일본 AV 배우 시미켄. (사진=유튜브 캡처)
특히 콘텐츠 소비까지 지양하는 일본 불매운동에서 AV 배우들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 '한국' 대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많다.
한 네티즌은 "정말 창피하다. 대체 일본 AV를 한국에서 얼마나 소비했으면 저 배우들이 한국 대상으로 장사를 하려고 하느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일본에서 AV 배우들 유튜브하다가 엄청나게 신고 당해서 수익창출도 안되고, 채널도 폭파됐던 걸로 안다. 우리는 자국 사람이 아니라 AV 배우들에게 엄청나게 열려있어서 다 넘어오는 것"이라며 "일본 AV 소비 좀 그만하라"고 일침했다.
일본 불매운동과 무관하게 현실적인 성 고민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들 콘텐츠에 지지를 보내는 네티즌들도 상당하다.
실제로 지난 19일 올라온 '시미켄 TV' 동영상 밑에는 "일본과 한국이 지금 너무 냉랭한 관계인데 이렇게라도 외교역할을 해주는 시미켄이 정말 존경스럽다", "한일관계의 이 부분에서 우리는 시미켄의 형제", "아무리 불매운동해도 일본 AV와 시미켄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현실적으로 유튜브 운영 주체를 규제하는 법안은 국내에 마련돼있지 않다. 다만 전 연령이 시청 가능한 콘텐츠 내용이 부적절할 경우 심의가 가능하다. 이들 콘텐츠에는 간접적인 성관계 묘사, 속옷 노출 등이 포함돼 있지만 전 연령 시청 가능한 영상들이 대부분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23일 CBS노컷뉴스에 "전 연령 시청 가능한데 부적절한 내용이라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내에서 계정 차단 등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불법 유해정보를 다루는 콘텐츠가 아니라면 운영 주체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 보장 차원에서 현행법상 제재가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