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류현진.(사진=노컷뉴스)
류현진(32·LA 다저스)은 지난 6월말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 쿠어스필드 원정에서 크게 부진했다. 4이닝동안 홈런 3방을 얻어맞고 7실점 했다. 2013년 메이저리그 데뷔 때부터 계속된 쿠어스필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과거의 류현진과 올해의 류현진은 다르다. 마운드 운영 능력이 절정에 올라있는 류현진에게 2번의 실패는 없었다. 오히려 쿠어스필드 악몽 이후 그는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
류현진이 마침내 '투수들의 무덤' 징크스에서 벗어났다. 이전까지 콜로라도 원정 통산 1승4패 평균자책점 9.15에 그쳤던 류현진은 1일(한국시간) 미국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원정경기에서 6이닝 3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류현진은 이날 신인 포수 윌 스미스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그동안 함께 배터리를 이뤘던 러셀 마틴이 허리 통증으로 인해 휴식을 취하면서 류현진에게는 다소 낯선 환경이 주어졌다.
하지만 결과는 좋았다. 타자 친화적인 구장, 그것도 류현진이 등판 때마다 부진했던 야구장에서 강력한 콜로라도 타선을 압도했다.
이는 릭 허니컷 투수코치와 함께 준비한 경기 운영 방안을 류현진과 스미스가 완벽에 가깝게 펼쳐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류현진은 지난 6월 콜로라도 원정 때 커터를 9개밖에 던지지 않았다. 해발 고도가 높아 공기 저항이 적은 쿠어스필드에서는 투수가 던진 공이 생각대로 꺾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류현진은 커터 제구에 어려움을 겪어 덜 활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은 달랐다.
류현진이 던진 총 투구수 80개 중 27개가 커터였다.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천적 놀란 아레나도와 트레버 스토리 등 위협적인 오른손 타자들을 상대할 때 커터를 결정구로 활용, 수많은 범타를 이끌어냈다.
류현진이 던진 커터는 구속 변화가 다소 컸다. 시속 145km에 육박한 공도 있었고 시속 133km 정도의 공도 있었다.
커터보다는 느리지만 꺾이는 각이 보다 큰 슬라이더를 종종 활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콜로라도 타자들에게 생소한 패턴으로 느껴졌을 수 있다.
류현진은 3회말과 4회말을 제외한 나머지 이닝을 모두 삼자범퇴로 막았다. 3회말과 4회말에는 득점권 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특유의 땅볼 유도 능력 그리고 우익수 코디 벨린저의 기막힌 홈 송구 등 수비의 지원을 등에 업고 실점없이 위기를 넘겼다.
류현진은 6월 쿠어스필드 원정 이전까지 땅볼/뜬공 아웃의 비율이 1.09였다. 이후 5경기에서는 이 기록이 1.90으로 치솟았다. 예전보다 땅볼 아웃의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는 철저히 낮은 코스를 공략하는 제구력이 돋보였다.
또 다저스의 내야 수비도 모처럼 안정적이었다. 류현진이 등파하는 날 내야 수비가 힘을 내면 경기를 얼마나 수월하게 끌고갈 수 있는지 보여준 경기였다.
류현진은 쿠어스필드 악몽 이후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10을 올렸다. 메이저리그 전체 1위 기록인 시즌 평균자책점 1.66보다 나은 구간 기록으로 이는 최근 페이스가 그만큼 좋다는 뜻이다.
류현진은 이 기간 2승을 기록했다. 호투에 비해 승수를 많이 쌓지는 못했다. 하지만 문제될 것은 없다. 다저스는 류현진이 등판한 최근 5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이날 경기 역시 그랬다. 6이닝동안 탈삼진 10개를 곁들이며 무실점 호투한 콜로라도 선발 헤르만 마르케스와 더불어 보기 드문 쿠어스필드 투수전이 펼쳐졌지만 승리는 다저스의 몫이었다.
9회초에 윌 스미스의 결승 3점포를 포함, 홈런 2방이 터져 다저스가 5대1로 이겼다. 류현진은 시즌 12승을 달성할 자격을 얻고도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팀 승리의 발판을 놓아야 하는 선발투수의 역할을 이번에도 100%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