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앞세워 방한했던 유벤투스는 불성실한 태도로 물의를 빋은 데 이어 이를 지적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항의 서한도 사실상 부정하며 국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 방송 : CBS라디오 <김덕기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김덕기 앵커
■ 코너 : CBS 체육부의 <스담쓰담>
◇ 김덕기 > 스포츠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코너 스담쓰담입니다. 체육부 박세운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덕기 > 일주일 전이었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의 방한에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축구 팬들로 가득 찼습니다. 그런데, 호날두 선수가 경기에 나오지 않았어요.
지난주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에 팀 K리그와 이탈리아 클럽 유벤투스의 친선경기가 열렸습니다. 유벤투스에는 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인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축구 팬들은 호날두를 직접 보기 위해 수십만원의 티켓값을 지불했습니다. 오랜만에 상암이 축구 팬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런데 경기 전 호날두의 팬 사인회가 취소됐습니다. 유벤투스의 지각으로 경기는 50분이나 지연됐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축구 팬들은 참았습니다. 그래도 호날두를 볼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요.
그런데 '노쇼' 사태가 터졌습니다. 호날두가 안 나온 겁니다. 45분 이상 출전하겠다는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팬들은 더 이상 참지 못했습니다. 야유가 터졌고 많은 팬들은 호날두 들으라고 그의 라이벌 메시를 연호했습니다.
◇ 김덕기 > 우리 측에서 유벤투스에 항의 공문을 보냈고 유벤투스도 답문을 보냈잖아요? 어떤 내용을 주고 받았나요.
행사를 주최한 대행사 더페스타는 팬들의 엄청난 비난에도 입을 굳게 닫았습니다. 더페스타와 유벤투스 사이에서 입장이 애매해진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먼저 나섰습니다. 바로 다음날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구요. 사과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유벤투스에 항의 공문을 보내 공개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유벤투스는 반성 대신 적반하장으로 나왔습니다. 안드레아 아넬리 유벤투스 회장이 연맹에 보낸 서한이 어제 공개됐습니다. 내용이 가관입니다.
일정이 너무 빡빡해 호날두는 의무적으로 쉬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호날두를 빼고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다 나왔는데 뭐가 문제냐, 항공편 지연으로 오후 4시30분에야 호텔에 도착했다, 너희가 경찰 에스코트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오랫동안 도로에 갇혀 있었던 것 아니냐, 전 세계 투어에서 이런 일은 처음 겪었다 이런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 정도면 싸우자는 겁니다. 연맹은 즉각 반박했습니다. 유벤투스의 사과는 전혀 없었다며 그들의 후안무치함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주최사 더페스타에게는 2억원 상당의 위약금을 청구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유벤투스의 만행을 조목조목 정리한 문서를 만들어 여러 외신에 제공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 김덕기 > 일정부터 무리였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유벤투스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사안입니다.
K리그는 일정상 26일 금요일에만 친선전이 가능했습니다. 유벤투스는 연맹이 무리하게 26일 경기을 추진했다고 변명했는데 거짓말입니다. 유벤투스는 26일에도 가능하다고 했고 그래서 일이 추진된 것입니다. 당일 입국, 당일 경기를 받아들인 것은 유벤투스입니다.
중국에서 올 때 비행기 연착과 같은 변수가 있었다고 하지만 변명에 불과합니다. 당일 일정을 수락한 것은 바로 그들입니다. 선수들은 피곤하겠지만 그럼 유벤투스 내부에서 당근책을 던지거나 선수를 다독이고 들어왔어야 합니다.
유벤투스는 너무 막 나갔습니다. 지각에 경기 시간 단축을 전후반 각각 40분으로 줄여달라는 말도 안되는 요구까지 했다고 합니다. 프로페셔널이라면, 이렇게 일 안합니다.
◇ 김덕기 > 호날두는 대체 나오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호날두 개인과 유벤투스 구단 내에서 호날두가 벌인 일종의 '갑질'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구단이 연봉을 주지만 호날두처럼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의 경우 선수가 우위를 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날두가 아무리 피곤했다고 해도 약속대로 경기에 나와야 했습니다. 하지만 호날두가 '노쇼'를 했다고 해서 유벤투스 구단이 선수에게 할 수 있는 대응이 없습니다. 팀내에서 그만큼 위상이 높기 때문입니다. 일정에서 비롯된 구단과 선수의 마찰을 먼저 내부적으로 풀었어야 했는데 선수도, 구단도 문제였습니다.
◇ 김덕기 > 호날두의 '노쇼' 사태로 인해 K리그와 팬들만 상처를 받았습니다. 이제 시선을 우리 K리그로 돌려야 할 때로 보입니다.
유벤투스 친선전은 올스타전을 대체하는 이벤트였는데, K리그 팬들에게 상처만 남겼습니다. K리그의 스타들보다는 아무래도 유벤투스와 호날두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결과적으로 남는 게 없었거든요.
한국 축구는 올해 상반기 호재가 많았습니다. 손흥민의 활약과 U-20 월드컵 대표팀의 선전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K리그의 흥행이 눈에 띄었습니다. 대구FC의 돌풍으로 시작된 K리그 흥행은 새로운 스타 탄생, 치열한 순위 경쟁이 더해지면서 지난해보다 약 2개월 정도 빨리 100만 관중을 돌파했습니다.
호날두와의 만남이 K리그 흥행에 기름을 붓는 호재로 이어지기를 희망했습니다만 '날강두' 때문에 무산됐습니다. 이제는 K리그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상처받는 축구 팬을 달래야 할 때입니다. 또 팬들은 우리 리그 선수들에게 애정을 쏟으면서 더 좋은 경기력을 이끌어내는, 그런 선순환이 그라운드에서 이뤄지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