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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조정석 "용남이가 보잘것없다고 생각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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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시트' 조정석 "용남이가 보잘것없다고 생각 안 해"

    [노컷 인터뷰] 영화 '엑시트' 용남 역 조정석 ①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엑시트' 용남 역 조정석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예종 출신으로 이번에 처음 장편 상업영화를 연출한 이상근 감독은 '엑시트'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조정석을 떠올렸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TV, 스크린, 무대까지 자유롭게 오가며 열일하는 그는 이미 1년치 일정이 가득 찬 상태였다. 하지만 이 감독은 조정석을 기다렸고, 결국 조정석은 용남이 될 수 있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엑시트'(감독 이상근)는 정체불명의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하는 청년 백수 용남(조정석 분)과 같은 산악 동아리 출신인 직장인 의주(임윤아 분)의 기상천외한 용기와 기지를 그린 재난 탈출 액션이다.

    극중에서는 남녀 주인공 용남과 의주가 힘을 합쳐 재난에 맞서는 모습이 균형 있게 그려졌다. 그러나 신인 감독에 상대역인 임윤아도 주연으로는 첫 작품이었기에, 조정석에게 쏠리는 기대는 컸다.

    영화 개봉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서 '엑시트' 용남 역의 조정석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조정석은 자신의 이름에 지워진 무게에 관해 "부담감은 엄청 크다. 이 작품이 제일 큰 것 같다"라면서도 "기대감도 크고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 마음에 안 들래야 안 들 수 없었던 '엑시트'

    용남 역 1순위였던 조정석. '엑시트' 시나리오를 처음 본 순간은 어땠을지 궁금했다. '어, 이거 내 건데?' 하는 생각이 들었냐는 질문에 그는 "어, 이거 내 건데?"라고 그대로 말을 따라 하며 웃음을 줬다.

    조정석은 평소 친분이 있던 류승완 감독을 통해 시나리오를 받았다. 그땐 드라마 '질투의 화신' 끝나고 시력 교정 수술을 했던 시기였다. 집에 있을 때 연락이 와서 지금은 눈 수술한 것 때문에 시나리오를 볼 수 없다고 했더니, 류 감독이 "눈 수술했어요? 어, 그럼 지금 봐야 돼요!"라고 했단다. 조정석의 설명에 폭소가 터졌다.

    조정석은 "그만큼 독특한 영화, 되게 신박한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다. 제가 실눈을 떠서라도 봤다. 근데 너무 신박한 거다. 상업영화 데뷔하는 감독님이신데 정말 독특함과 신박함이 느껴지더라. 되게 다른 방향성의 대화를 하시는 걸 보니까, 전체적으로 마음에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었다"라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엑시트' (사진=외유내강 제공)

     

    용남 역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청년 백수 용남을 보며 재수, 삼수까지 했던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다. 하지만 용남과 비슷한 성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조정석은 "용남이! 근데 사실… 하… 답답할 때도 많다. 제 성격과 완벽히 맞고 이런 건 아닌데 그 마음은 안다"고 설명을 시작했다. 서울예대 연극과에 진학하고 나서 친척들이 "TV 언제 나오니?"라고 부쩍 물었다고.

    그는 "배우 준비하는 분, 연극영화과 전공한 학생들은 진짜 많이 공감할 수 있는 얘기 아닐까. 전 그때마다 '언제 나오겠지~ 난 공연할 거야!' 그런 마음이 있었다"라며 "용남이가 특별히 (저와) 비슷해서 끌린 건 아니었다"라고 전했다.

    재수, 삼수할 때도 스스로를 불쌍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조정석은 "용남이는 좀 짠내나지 않나. 저는 제가 짠내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안 그래도 떨어졌는데, 계속 우울해할 필요가 뭐가 있나. 낙천적으로 살려고 한다"고 호쾌하게 답했다.

    ◇ 용남이는 '보잘것없는' 사람이 아니다

    '엑시트'에서 재난을 맞닥뜨리고 거기에 대항하는 주인공 둘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대학 시절 산악 동아리에 있느라 클라이밍 경험이 있다는 것이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부분이다. 하지만 재난이 닥치기 전에는 누구도 주목하거나 쓸모 있다고 생각하지 않던 것이기도 했다. 여전히 등산 장비를 고이 간직하는 용남에게 큰누나 정현(김지영 분)은 심마니 될 거냐며 한심해한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사람도 저마다의 재능이 있고, 그게 위급한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이야기로 보였다는 한 기자의 말에 조정석은 "저는 용남이를 보잘것없는 사람이라고 칭하고 싶지 않다"라고 답했다.

    이어, "동네에서는 바보 취급당하고 집에서는 찬밥 신세이긴 하다. (클라이밍은) 동아리 취미 활동이지 않나"라며 "취미 활동으로 인해 작은 재능이 생겼다면 큰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 올 수 있으니, 뭐든지 열심히 하자 뭐 요런 느낌? 전 용남이가 보잘것없는 사람이라곤 생각 안 한다"고 부연했다.

    조정석이 맡은 용남은 대학 때 산악 동아리 에이스였으나 현재는 청년 백수인 인물이다. 하지만 용남은 매일 철봉 운동을 하면서 근력을 기르고, 등산 용품도 잘 간직하고 있다. (사진=외유내강 제공)

     

    극중 김지영의 대사 '심마니 될 거야?'를 재치있게 따라 한 조정석은 두 사람이 보여준 찰떡같은 남매 케미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작품을 같이 해 본 건 처음이었지만, 원래 아는 사이라서 "더 스스럼없이 더 가깝게, 더 친하게 더 재미있게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현이 용남 방에 들어와서 잔소리하는 장면은 테이크도 여러 번 갔다. 조정석은 "유쾌하고 재밌게 찍었던 장면"이라고 기억했다. 왠지 귀여워 보이면서도 짠한 느낌이 나는 사과머리 아이디어는 조정석이 낸 거였다.

    그는 "집에 있을 때 머리가 (길면) 가끔 눈을 찌른다. 머리를 자르면 되는데 약간 귀찮기도 하고 머리 묶어놓고 있을 때가 있다"라며 "제가 그런(용남이 같은) 상황은 아닌데, 약간 웃픈 느낌이 용남이하고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남들 눈에는 쓸데없어 보여도 본인은 소중히 간직한 기술이나 취미 생활은 없을까. 조정석은 웃음을 터뜨린 후 잠시 고민하다가 "어…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정석은 "원래 저뿐만 아니라 다들, 연기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재주라면 연기하는 거 아닌가? 아, 어릴 때 그리기 좋아했다. 만화 되게 잘 그렸다. 이제 그런 것들을 안 하지만. 기타를 치는 건 다 아시니까. 게임도 되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위닝 일레븐' 하면 맨날 깨지고 (웃음) '스타 크래프트'를 잘한 것도 아니고 손재주가 뛰어나고 그런 건 특별히 없는 것 같다"며 쑥스러워했다.

    극 초반에 백수라는 이유로 구박받는 설정에서 억울한 감정이 들지 않았냐고 묻자, "감독님께 직접 들은 적은 없지만 이 시대를 사는 용남이 같은 취준생들에게 '우리 모두 정말 열심히 파이팅한다면 분명히 언젠가는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자그마한 재능이라도 크게 쓰일 수 있다'고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용남이가 찌질하고 짠내나면 날수록 저는 더 좋았다. 가족을 위해 희생정신을 발휘하고 건물 외벽을 오르고 문을 열어주지 않나. 안타깝고 너무 짠내난다 이런 게 아니라, 반대로 전 (용남의 모습이) 좋았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 영화 보며 '울컥'한 까닭

    조정석은 '엑시트'에서 김지영과 아웅다웅하는 남매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외유내강 제공)

     

    조정석은 영화의 문을 여는 철봉 장면부터 초중반 건물 탈출까지 영화의 볼거리와 긴장감을 제공하는 장면을 '하드캐리'했다. "제가 거의 직접 다 했다"라면서도 조정석은 "자랑하는 것 같다"라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조정석은 "이틀 찍었는데 이틀 동안 진짜 고생했다. 물론 고생한 장면이 너무 많았지만. 한 번에 오케이가 되진 않았다. 정말 수도 없이 했던 것 같다. 팔 근육 풀고, 보충제 좀 먹고 하면서 찍었다"라고 말했다.

    영화 준비하면서 철봉 운동에 집중한 결과, 영화 속 장면 대부분을 직접 소화할 수 있었다. 드라마 '녹두꽃' 촬영을 하느라 운동을 못 해서 지금은 그때만큼은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단 건물 외벽을 오른다거나 건물 사이를 뛰어넘는다거나 전력 질주할 때 표정은 너무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힘든 척이 아니라요. 와이어는 거들 뿐 제가 다 했어요. 현장에 피지컬 팀이 상주해 있었어요. 체력적으로 지치고 힘에 부치면 근육을 풀어준다거나 했죠. 용남이의 표정은 되게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용남이가 더 짠내나고 찌질할수록 감독님의 '희망찬 메시지'가 부각되고 살아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 정말 고생을 많이 했어요. 영화 처음 보는데 울컥하더라고요. 영화가 만족스러운 것도 있는데 '와, 맞다! 저 때 어후~' 하면서 순간 울컥했어요. 티는 잘 안 냈죠. (웃음)"

    제일 높이 올라갈 땐 15m 넘게 간 적도 있었다. 바닥에만 블루스크린을 깔아서 했을 뿐 실제로는 꽤 높았다는 게 조정석의 설명이다. 고소공포증까진 아니지만,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조정석은 아직도 그 장면을 어떻게 찍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을 찍을 때마다 마음이 요동쳤다. '난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라는 각오와, 옆에 동료 배우가 있는 상황 때문에 무서워도 무섭다고 말하지 못했단다. 그는 "다리가 후들거리고, 할 때마다 무섭더라"라며 웃었다.

    배우 조정석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포스터에도 등장하는 쓰레기봉투 옷은 의외로 입고 벗는 데 시간이 그렇게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조정석은 "의상팀이 되게 잘해서 마치 아이언맨 수트처럼 해 놨다. 비닐을 바지처럼 입고, 상의를 입어야 한다. 바지를 올려서 테이프로 감는데, 그 시간 빼고는 신속하게 할 수 있다"면서 "(과정을) 보여드리고 싶다. 되게 재미있다"며 웃었다.

    그렇다고 쓰레기봉투 옷을 입고 촬영하는 게 쉽진 않았다. "말도 못 합니다"라는 조정석의 솔직한 답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더위가 조금씩 가시고 선선해질 무렵에 촬영했는데도, 계속 뛰어야 하니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조정석은 "땀은 나지, 배출은 안 되지, 화장실 한 번 갔다 오면 테이프 붙여야 하지. 어우~ 고생스러웠다"라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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