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추석 민심 보고대회'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일각 등 범(凡)보수‧중도 진영은 지난 추석 민심을 경청한 뒤 이를 표심으로 담아내는 방식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 높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층 일부가 이탈 조짐임을 확인했다는 공통된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두 당은 이를 정치적으로 풀어내는 데 있어 상반된 접근법을 보이며, 통합에는 신중한 모양새다.
▲중도-무당층의 민심 ▲연동형 비례제 통과 여부 등 오는 11월~내년 1월 사이 요동치는 정국에 따라 선거연대부터 보수대통합까지 해법이 엇갈릴 전망이다.
◇ '나경원 거취' 내분…강경 당권파 "통합보다 선거연대"고향이 서울인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연휴 휴가까지 반납하며, 지난 12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귀성‧귀경 인파를 대상으로 1인 시위를 했다. 당 대표가 직접 나서 문 대통령과 조 장관, 민주당을 상대로 한 투쟁의 전면에 선 모양새였다.
하지만 연휴 기간 소속 의원들은 자기들끼리 거친 설전을 벌였다.
갈등의 촉매는 홍준표 전 대표였다. 홍 전 대표는 지난 9일 조 장관 임명 직후 지도부의 무능력을 비판한 데 이어 10일 삭발한 무소속 이언주 의원과 대조시켜 패스트트랙 수사를 못 막는 한국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또 연휴 시작 날인 12일 "미련이 남아 황교안의 낙마를 기다리느냐"며 나경원 원내대표를 정조준했고, 14일엔 "읍참마속이라는 고사성어도 있다"며 재차 공격했다.
그러자 한국당 의원들의 단체 SNS 채팅방이 발칵 뒤집혔다. 주로 나 원내대표를 비호하는 의원들이 나서 홍 전 대표에게 "내부총질을 하지마라"고 성토했다. 이중 한 명인 민경욱 의원은 결국 "분열을 꾀하는 자는 적"이라며 홍 전 대표를 공개 비판했다.
당 안팎에선 최근 자녀 문제로 비판을 받고 있고, 패스트트랙 강행‧맹탕 청문회 등을 막지 못한 나 원내대표의 거취가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이 다수 나오고 있다.
그런데 흔들리는 나 원내대표를 엄호하는 몇몇 의원들이 황 대표의 지지 기반과 겹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급기야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가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가 됐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의 지지 세력으론 홍 전 대표 공개 반박에 나선 민경욱 의원을 포함해 TK 지역 K중진, PK 한 초선 의원 등이 거명된다.
이들 의원들의 공통점은 상대적으로 한국당이 선거에서 유리한 영남 지역 등에 지역구를 두고 있어 '공천=당선' 공식이 해당되는 처지라는 점이다. 때문에 연동형 비례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에 대해 자유로운 입장이다.
최근 황 대표가 당장 '반(反)조국‧문재인' 여론을 결집하기 위한 통합에 나서기보다 연동형 비례제의 도입 여부 등을 지켜보며 관망하는 쪽으로 돌아선 배경에는 이들 의원들의 '통합 반대' 조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들은 '지역구-한국당, 비례대표-바른미래당‧우리공화당' 등의 방식으로 보수 진영이 의석을 나눠 갖는 방식을 선호한다. 친박계가 영남에서 생존을 이어가기 위해 보수 대통합보다 느슨한 선거연대를 선호한다는 분석은 '조국 사태' 이전부터 일찌감치 제기된 바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해 대화를 나눈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손학규 거취' 막힌 유승민, 안철수…'통합', '제3지대' 각자 고심바른미래당도 손학규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내분으로 응집된 목소리를 못 내는 것은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특히 안철수 전 의원과 유승민 전 대표 등은 총선 전 지도부 교체를 바라고 있는 가운데 손 대표가 계속 버틸 경우 당 바깥에서 독자적인 정당을 만드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의원의 측근인 김철근 바른미래당 전 대변인은 SNS를 통해 "손 대표는 꼰대 노릇을 그만하고 추석까지 당 지지율 10%를 넘지 못하면 대표직에서 물러난다는 대국민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이들이 한국당과의 통합에 거리를 두는 이유는 중도 표심 때문이다. '반(反)조국‧문재인' 여론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범(凡)진보에서 이탈한 20대‧중도‧수도권 등의 표심이 여전히 한국당을 지지하는 데 유보적이거나 꺼려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무당층이 확대된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여론조사업체 칸타코리아가 S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26명을 상대로 실시해 지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지지 정당이 없다"는 여론이 38.5%에 달했다. 이는 같은 회사가 지난 5월, 8월 등에 조사한 결과에서 각각 29.9%, 34.8% 등이었던 상황에서 변화한 것이다.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안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