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 뇌물ㆍ다스 횡령'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당초 지난 6월 말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2심 재판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법원은 검찰이 추가로 기소한 뇌물 혐의와 관련해 국제사법공조를 통한 사실조회절차를 진행키로 했다.
23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서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의 미국 로펌인 에이킨검프에 국제사법공조를 통한 사실조회 신청을 하기로 했다.
검찰이 지난 5월 말 이 전 대통령이 삼성에서 430만달러(약 51억6000만원) 뇌물을 받았다고 추가기소한 증거인 송장(인보이스) 사본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절차다. 검찰은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익제보를 통해 해당 송장을 확보한 바 있다.
송장의 증거능력이 인정될 경우 이 전 대통령이 삼성에서 받은 뇌물은 기존 67억7000만원에서 119억원으로 늘어난다. 검찰은 "권익위에서 받은 추가 증거는 기존에 확보된 것들과 동일하고 실제 처리한 당사자들도 이를 인정했다"며 "당연히 증거로 인정되므로 사법공조 여부와 별도로 증거채택을 결정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측은 권익위 송장 사본의 출처가 불명확하고 위법수집 증거 문제가 있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사실조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증거능력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항소심 뿐 아니라 차후 최종 판단에서도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며 "자료가 있는 에이킨검프에 사실조회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변호인 측이 사실조회를 할 내용에 대해서는 에이킨검프가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객관적 '자료'에 한해 신청하라고 제한했다. 다른 사실관계 등을 질의하는 것은 국제사법공조 조약에서 금지하는 '사인인 피고인이 원하는 자료 취득'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변호인 측 질의사항을 종합해 내달 17일까지 사실조회 신청 최종안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말 결심공판이 진행될 예정이었던 이 전 대통령 재판은 검찰의 추가 기소 이후 증인신문과 증거능력 인정을 위한 사실조회 절차 등이 이어지면서 선고가 해를 넘길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가택연금'에 준하는 보석조건을 받아들여 석방된 후 현재까지 자택에만 머물며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