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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 부탁한다"는 조국의 전화, 직권남용죄 성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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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려 부탁한다"는 조국의 전화, 직권남용죄 성립할까

    국정농단·사법농단 직권남용도 적용·판단 쉽지 않아
    "'큰 문제 아니다'라는 식의 조국 태도가 더 문제" 지적도

    조국 법무부 장관(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과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과정에서 가장 많이 적시된 혐의 중 하나인 직권남용죄가 '조국 사태'에서도 등장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23일 자택 압수수색 당시 수사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지난 26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야당이 조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기 때문에 수사는 진행되겠지만, 기소는 쉽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 "배려해달라"·"(수사) 꼭 해야겠나"…'상관' 전화의 영향은?

    "혹시 광주지검에서 해경 인천사무실 압수수색을 하고 있나"
    "해경에서는 (전산서버는) 압수수색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데 어떤가"
    "상황실 통화 내역 중에는 청와대와의 통화도 있는데 꼭 압수수색을 해야겠나"

    2014년 6월 5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당시 민정비서관)이 세월호 참사 수사팀을 지휘하던 윤대진 당시 광주지검 형사2부장(이하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한 말이다. 당시 수사팀은 해경 본청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었다.

    우 전 수석은 검사 시절 아끼는 후배였던 윤 검사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다가 당일 압수수색에 대해 위와 같이 물었다. 직접적으로 "압수수색을 중단하라"거나 "계속 하면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식의 압박은 없었다. 그러나 윤 검사는 우 전 수석의 계속된 질문에 "세월호 사고와 무관한 국가안보 등 통화내역이 있다면 보안에 각별히 유의해 조치하겠다"고 답변했다.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문은 간단하지만 △남용된 권한이 원래 그 공무원의 직권에 속하는 영역인지 △권한 남용으로 '의무에 없던' 일을 시킨 것이 맞는지 △실제로 정당한 권리 행사가 방해되었는지 등 따져볼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세월호 수사팀은 우 전 수석의 전화에도 압수수색을 계속 했다. 이에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우 전 수석의 당시 전화통화에 대해 검찰은 "수사팀이 압수수색을 관철하는 등 원칙대로 수사해서 직권남용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 부분은 기소하지 않았다.

    조 장관의 이번 압색 당일 전화 역시 마찬가지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와 통화중 전화를 건네받은 검사와 통화하게 됐을 뿐이고 "건강 상태가 좋지 않으니 배려를 해달라.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 해달라"고 말한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이후 실제 압수수색도 11시간 가까이 진행돼 부당한 압력을 받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 "우병우·조국의 전화, 아무렇지 않아질까 우려"

    형사처벌은 어려울 수 있지만 이번 사태가 국정농단과 사법농단을 겪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는 의견도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조 장관은 아무런 의도가 없었다고 하나 우 전 수석의 전화와 조 장관의 전화는 본질적으로 다르게 보기 어렵다"며 "그 둘 모두 그런 전화를 해서도, 받아서도 안되는 위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당 부장판사는 "조 장관이 이 부분 문제제기에 대해 '사건 지휘를 하지 않았다'거나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는 식으로 답변한 것은 더욱 안될 일"이라며 "이 정도 연락은 가능하고 면피할 수 있다는 사례가 될 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공소장에 기재된 많은 직권남용 사례들도 이 같은 애매모호한 연락과 당부, 부탁 등으로 구성돼 있다. 양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등장하는 지시의 표현도 "검토를 부탁한다", "(법리를) 잘 따져봐야 한다", "(행정처에서 보낸 자료를) 잘 참고해 판단해 달라"는 식에 그친다.

    사법농단으로 기소된 전·현직 판사들 역시 최근 재판에 나와 "충분히 할 수 있는 정도의 연락이나 보고 관행, 의견교류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변론하고 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직권남용이 너무 폭넓게 적용될 경우 부작용도 많지만 실제 이러한 문제는 많은 직역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난다"며 "범죄가 되냐 안되냐를 넘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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