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스마트폰은 더 얇아지고 더 강력한 성능의 카메라를 탑재하며 소비자를 유혹하지만 삼성 갤럭시, 애플 아이폰과 같은 플래그십 사용자들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카툭튀'. 돌출된 후면 카메라가 주는 불편함이다.
돌출 카메라는 흠집이나 손상이 발생하기 쉽고 테이블 위에 평평하게 눕힐 수 없다는 단점때문에 소비자들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소다. 얇아지는 프레임 설계에 비해 렌즈 기술이 따라오지 못해 딱히 다른 선택지가 없다. 액세서리 케이스를 씌울 경우 두께를 양보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의 '카툭튀'가 사라질 전망이다.
미국 유타대학 연구팀은 최근 수 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1 마이크로미터는 100만분의 1미터 크기로 연구팀이 개발한 렌즈는 사람의 머리카락 두께보다 20배 더 얇고 현재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렌즈보다 수천 배 더 얇은 수준이다.
앞서 독일 슈투트가르트 대학 연구팀이 의료용 카메라를 목적으로 100마이크로미터(0.004인치) 크기의 복합렌즈를 3D 프린터로 인쇄하는데 성공했고,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팀은 머리카락 굵기의 물방울 복합체로 작은 크기의 마이크로 렌즈를 개발하는 등 인간의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수준의 초박형 렌즈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실린 '장파 적외선 촬영용 광대역 경량 평면 렌즈'라는 제목의 유타대학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센서로 빛을 반사하는 수많은 작은 구조물을 효과적으로 만들어 렌즈 역할을 함으로써 기존 두꺼운 스마트폰 렌즈의 모든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
유타 대학의 전기 및 컴퓨터공학부 라제쉬 메논 부교수는 테크레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개발한 초박막 마이크로 렌즈는 초광각, 망원, 매크로 렌즈 등 모든 사양으로 개발이 가능하다"며 "렌즈 설계자가 원하는 렌즈 방식을 선택한 뒤 우리가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평면 렌즈 설계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두꺼운 광각렌즈라 하더라도 평면 설계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유타 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평면 렌즈. 연구팀은 일반 렌즈보다 훨씬 얇고 가벼워 군사용 드론 카메라나 야간 투시경 등에 사용할 수 있고, 2~3년 내에는 스마트폰 카메라 등 일반 소비자 제품으로 확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사진=유타대학 공과대)
렌즈가 얇아지면 스마트폰 두께도 더 얇아질 수 있다. 현재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두께는 6㎜ 대까지 줄었지만 최근 고성능 카메라가 탑재되면서 7~8㎜ 안팎으로 다시 두꺼워지고 있다.
메논 교수는 "이미 항공우주 및 무인기(UAV) 기술에서 이같은 렌즈를 적용하는 응용프로그램이 시도되어 왔다"며 "스마트폰과 같은 소비자 시장에는 2~3년 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에는 군사용 드론이나 야시경 장비에 사용된 특수 렌즈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폰이 등장하는 등 특수목적 기술이 민간 기술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초박형일수록 내구성에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는 의문에 대해 메논 교수는 "최근에는 모든 렌즈가 강력한 유리소재로 보호되기 때문에 우리가 개발한 렌즈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렌즈가 파손되려면 스마트폰이 망가질 정도의 큰 충격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연구팀의 렌즈는 기존 유리소재가 아닌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해 제조비용도 더 저렴해질 전망이다. 메논 교수는 "우리의 렌즈는 기존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보다 수백 배 더 가볍고 천 배 더 얇지만 성능은 기존 렌즈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