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배영수가 26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마지막 타자 샌즈를 투수 앞 땅볼로 잡고 1루에 공을 뿌리며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영하를 넣어야 하는데 야구장에 왔더니 빠져 있더라고…"
26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 한국시리즈 키움 히어로즈의 4차전을 앞두고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에게 투수 이영하가 경기 엔트리에서 제외된 이유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김태형 감독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그건 경기 끝나고 말하겠다"며 짧게 답했다.
두산은 연장 10회 접전 끝에 키움을 11대9로 누르고 파죽의 4연승으로 3년 만에 처음이자 통산 6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약속을 지켰다. 이제 다 끝났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웃으면서 말문을 열었다.
김태형 감독은 "착오가 있었다. 이영하를 엔트리에 넣어야 하는데 야구장에 왔더니 빠져있었다. 나한테 묻지도 않고 빼서 투수코치를 엄청 혼냈다"며 웃었다.
김태형 감독은 2차전 선발이었던 이영하에 대한 신뢰가 매우 깊었다. 한국시리즈가 시작하기 전부터 팀내 투수 중 구위가 가장 좋다고 믿었다. 만약 4차전에서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상황이 오면 반드시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미 버스는 떠나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아마 오늘 올라갔으면 시속 150km는 때렸을 것이다. (2차전 부진 때문에 스스로) 화가 많이 난 상태였다. 또 린드블럼과 함께 둘이 대기한다고 하면 상대에게 압박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는 9회까지 1점차 승부였다. 마무리로 낙점한 이용찬 앞뒤로 마운드에서 버텨줄 카드가 반드시 있어야 했다. 김태형 감독은 "정말 중요할 때 이영하가 들어갈 타이밍이 있었는데…"라며 아쉬워 했다.
마지막 우승을 결정지은 공은 노장 배영수의 손에서 떠났다. 배영수가 마지막 아웃카운트 2개를 책임졌다.
그런데 당초 김태형 감독은 배영수를 올릴 계획이 없었다. 배영수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지만 전성기가 한참 지나 중요한 승부처에서 오를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두산은 마운드에 서있던 이용찬이 괜찮으면 끝까지 맡길 생각이었다.
배영수의 등판 역시 착오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10회에 이용찬이 너무 힘들어해서 상황을 보려고 올라갔다. 올라가도 괜찮냐고 물어봤고 심판이 괜찮다고 했는데 다른 심판이 와서 말렸다. 이미 내가 안으로 들어가버렸다"며 어쩔 수 없이 이용찬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내 안심했다.
김태형 감독은 "배영수가 마운드에 올라오는데 혼자 떠들더라. 너무 좋은 표정으로 올라왔다. 초구부터 박병호의 바깥쪽 존을 공략하는데 '아, 이겼다' 생각했다. 공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배영수가 이번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공을 안던졌다. 농담으로 한번은 던지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래도 한국시리즈에서 아웃카운트 1개 정도는 해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희한하게 이렇게 됐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