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성간천체인 '2I/보리소프' 혜성이 물을 갖고 있다는 관측 결과가 나왔다. 사실로 확인되면 태양계 밖에서 형성된 물이 처음으로 가까이서 관측된 것으로 외계에도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증거를 던져주는 것이다.
과학전문 매체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의 애덤 맥케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보리소프 혜성에서 물을 확인한 결과를 정식 출간 전 논문을 수록하는 온라인 과학 저널 '아카이브(arXiv)'를 통해 공개했다.
연구팀은 이 논문을 동료평가를 거쳐 수록하는 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 회보(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제출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이달 초 뉴멕시코주 아파치 포인트 천문대의 분광 관측 장비를 이용해 보리소프 혜성 주변에서 다량의 산소 원자를 발견하고, 혜성 표면의 물로 된 얼음이 태양 빛으로 가열돼 고체에서 기체로 승화(昇華)하면서 나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 산소가 일산화탄소(CO)나 이산화탄소(CO₂)에서 나왔을 가능성도 있어 추가 관측이 필요하기는 하나, 보리소프 혜성이 태양을 향해 접근하며 보여온 행동은 물일 때 예상되는 것에 더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보리소프가 현재 초당 19㎏의 물을 내뿜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관측 결과는 물을 가진 혜성이 태양계만의 현상이 아니며 태양계 밖 다른 행성계도 태양계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형성됐을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더 나아가 우주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인 물을 가진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보여주는 것이다.
맥케이 박사는 보리소프의 물 성분을 분석하면 태양계 밖 행성계에 관한 매력적 통찰력을 제공해 줄 것이라면서 "태양계가 특별한 곳인지 아니면 태양계와 같은 행성계가 많이 있는지에 대한 답은 생명의 기원과 우주를 통틀어 생명체가 얼마나 흔한지와도 연결돼 있다"고 했다.
보리소프는 지난 2017년 10월 태양계를 스쳐 지나간 시가 모양의 '오무아무아(Oumuamua)'에 이어 태양계에서 두 번째로 관측된 외계 천체로 12월 9일 태양에 약 3억㎞까지 접근하며 근일점을 통과할 예정이다. 지구에는 12월 30일께 약 2억7360만㎞까지 접근한다.
보리소프는 지난 8월 30일 태양에서 약 4억8280만㎞ 떨어진 게자리에서 흐릿한 빛으로 처음 포착된 이후 성간천체로 확인되면서 천문학자들이 경쟁적으로 관측에 나서며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오무아무아가 태양을 지나간 뒤에야 발견된 것과 달리 보리소프 혜성은 태양에 아직도 근일점을 향해 태양에 접근 중이어서 귀중한 관측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지금까지 관측을 통해 보리소프가 반지름이 약 1㎞인 고체 핵을 갖고있으며, 핵에서 방출되는 가스와 먼지로 된 코마(coma) 구조가 둘러싸고 긴 꼬리를 달고 있는 등 태양계에서 발견되는 혜성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구에서 약 13광년 떨어진 쌍성계인 '크루거 60' 행성계에서 온 천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의 천문학자 브라이스 볼린 박사는 사이언스매거진과의 회견에서 "현재의 망원경 기술은 성간천체를 모두 포착할 정도로 강력하지 못하다"면서 앞으로 망원경의 성능이 개선되면 매년 2~3차례 정도 성간천체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