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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뱉고 물병던져도 참죠. 어느순간 터져요"…경비警 심리건강 '적신호'

사건/사고

    "침뱉고 물병던져도 참죠. 어느순간 터져요"…경비警 심리건강 '적신호'

    시위 급증으로 업무부담↑, 폭력·폭언도 비일비재
    일선 경찰 "스트레스와 피로도 크다"
    경비경찰 심리상담 건수는 16년 2회에서 19년 324회로 증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노동법 개악 저지 촉구 집회에서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경찰 바리케이드를 무너뜨리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현장에서 충돌 상황을 너무 많이 보다 보니 아예 무감각해져 버렸다. '또 싸우는구나', '또 침을 뱉는구나' 생각한다. 참고 참던 감정이 어느 순간 '빵' 터지는 순간이 오게 되는 거다"

    집회 시위를 관리하는 일선 경비 경찰들의 심리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대규모 집회나 시위가 급증하면서 극심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는 데다, 현장에서 폭력·폭언을 당하는 일은 아직도 비일비재하다.

    서울 기동대 소속 한 경찰관은 "일선 경비과나 기동대는 몸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현장에서 폭행을 당하는 일도 잦고 중간 관리자들도 말과 행동이 거칠다"며 "실제로 몸을 다치더라도 타박상이라면서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한 순경도 얼린 물병에 맞았지만 그냥 넘어갔다"며 "대원 대부분은 힘들어도 참고 버티지만, 어느 순간에는 스트레스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 일선서 경비과 소속 직원도 "매일같이 집회 소음에 시달리다 보면 어느새 귀가 먹먹하다"며 "욕설을 듣고 싸움을 말리는 일을 하다 보니 삶이 팍팍해진다"고 호소했다.

    특히 최근 집회 시위가 급증해 경비 경찰들의 고충이 더 커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집회 시위 건수는 약 6만8000건으로 지난해(4만3000명)보다 60% 가까이 증가했다. 하루평균 187건의 집회가 열리는 셈이다.

    한 경찰관은 "하도 집회 시위에 나가 서 있다 보니 주변에는 무릎이 나가 병가를 신청한 대원도 있다"라며 "피로도가 극심하다. 기본적인 휴일은 보장해야 하는데, 휴일은커녕 저번 달 초과 근무가 170시간에 달했다"고 토로했다.

    경비 경찰들의 고충은 마음의 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일선 경비 경찰들의 심리상담 건수는 급증했다.

    CBS노컷뉴스가 무소속 이언주 의원실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국 경비부서 경찰관 심리상담 건수 및 치료 건수는 △2016년 2명(2회) △2017년 80명(191회) △2018년 69명(324회)으로 증가 추세다.

    이윤호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집회 시위를 담당하는 경비 부서는 항상 첨예한 대립 속에 있고, 종종 폭력도 겪는다"며 "그렇다고 내부 평가나 사회적 인식이 좋은 것도 아니다보니 고충이 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찰조직과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염건웅 유원대학교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백남기 농민 사건 등을 거치면서 경찰이 집회 시위 상황에서 다치더라도 동정조차 받지 못한다"며 "집회 시위뿐 아니라 공관 경비 등 경비 경찰의 업무가 언론과 정치권의 주목을 받다 보니 지휘체계에서도 업무강도를 낮춰주지 못하는 현실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들이 받는 업무강도와 스트레스, 트라우마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특히 경찰 내부에서도 경비 분야는 소외된 분야다 보니, 조직 차원에서 사기 진작이나 심리상담 진행 등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구체적인 상담 내용 등은 확인하기가 어려워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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