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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담비의 배우 인생 전환점, '향미' 그리고 '동백꽃 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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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담비의 배우 인생 전환점, '향미' 그리고 '동백꽃 필 무렵'

    [KBS2 '동백꽃 필 무렵'을 보내며 ②] 옹산 사람들을 만나다 ⑴ 향미
    노컷 인터뷰 - KBS2 '동백꽃 필 무렵' 향미 역 배우 손담비

    (사진=방송화면 캡처)

     

    "너 기억하려고. 그놈의 동백이 까먹고 살기 싫어서 가져갔다, 왜! 너 가게 이름 드럽게 잘 지었어. 동백꽃 꽃말 덕분에 네 팔자는 필 거야. 드럽게 박복한 꽃말도 있어. 너 물망초 꽃말은 뭔 줄 알아? 나를 잊지 말아요. 너도 나 잊지 마. 엄마니, 동생이니 다들 나 제끼고 잘 사는데, 너 하나는 그냥 나 좀 기억해 주라. 그래야 나도 세상에 살다 간 거 같지."_KBS2 '동백꽃 필 무렵' 24회 중 향미의 대사

    KBS2 '동백꽃 필 무렵' 초반에 '까불이'의 희생양이 향미(손담비 분) 아닐까 하는 추측이 많았다. 남의 물건을 종종 훔치는 향미이기에 시신에서 발견된 동백(공효진 분)의 팔찌 역시 향미가 훔친 것 아닐까 하는 근거가 제기됐다.

    그러나 막상 희생자가 향미로 밝혀지자 '동백이 대신' 죽은 향미의 마지막에 시청자의 마음에는 씁쓸함과 미안함이 차올랐다. 안타까운 향미의 사연이 밝혀지고, 늘 얕고 가벼워 보였던 향미가 죽기 직전 자신의 속 깊은 곳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걸 보며 눈시울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향미를 연기한 배우 손담비에게 찬사가 이어지는 것은, 그만큼 시청자가 향미라는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열연을 펼쳤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은 손담비의 연기 인생에 있어서 '변곡점'이라 할 수 있다. '배우'라는 이름을 어느 때보다 확실하게, 그리고 강렬하게 대중에게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손담비를 만나 KBS2 '동백꽃 필 무렵' 속 향미로 지낸 이야기를 들어봤다. 손담비에게는 아직 향미가 남아 있었다. 특유의 고저가 명확하지 않고 느릿한 속도의 말, 그 안에 담긴 쓸쓸함까지 아직 손담비는 '향미'를 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KBS2 '동백꽃 필 무렵' 향미 역 배우 손담비 (사진=키이스트 제공)

     

    ◇ '향미'로 산 손담비가 만들어 낸 '인생 캐릭터'

    "마지막 신을 찍고 난 후 임상춘 작가님께 장문의 카톡이 왔어요. 그동안 잘해줘서 고맙고, 향미로 살아줘서 고맙다고요. 다 담비 씨 이야기밖에 안 한다고 하시면서 장문의 격려가 문자로 왔어요. 저도 작가님께 글을 잘 써줘서 너무 감사드린다고 했어요. 덕분에 열심히 향미로 산 거 같다고 말이죠."

    지난 21일 종영한 KBS2 '동백꽃 필 무렵'에서 손담비가 맡은 '향미'는 많은 시청자가 '인생 캐릭터'라고 부를 정도로 뇌리에 강렬하게 각인된 인물이다.

    "많은 분께서 인생 캐릭터라 말씀해주시니까, 너무 처음에 얼떨떨하고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마음이 붕붕 떠서…. 그런데 너무 기분이 좋고, 또 이렇게 또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어요. 다음 작품을 또 해야 하는데 거기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여러 생각이 교차하더라고요."

    드라마 속 향미는 노랗게 염색한 머리와 대조적으로 정수리부터 자라난 까만 머리가 제법 길다. 손톱에 칠해진 매니큐어는 언제 발랐는지 군데군데 까져서 제 모습을 잃은 지 오래다. 손담비가 외적으로도 향미라는 캐릭터를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뿌리염색을 안 하거나 손톱을 다 까지게 칠하거나, 옷 입을 때 색색깔 촌스러운 걸 택하거나 하는 등 외적인 부분은 디테일하게 신경 썼어요. 연기적인 부분은, 캐릭터를 분석할 때 향미가 맹한 말투에 사람을 바라보는데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죠. 그래서 말의 길이 같은 걸 많이 조절했어요. 내레이션은 없고 뇌에서 입 밖으로 바로 표출하는 성격이라 너무 빨리하면 너무 후루룩 지나갈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걸 디테일하게, 말의 길이, 눈빛 같은 것도 연습을 많이 했어요."

    (사진=팬엔터테인먼트 제공)

     

    ◇ 사랑받지 못한, 외로운 '향미'를 보며 착잡함을 느낀 손담비

    '향미는 미어캣이다'라는 설명처럼 향미는 늘 두리번거린다. 늘 오늘만 산다고 말한다. 뇌를 안 거치고 말하고, 얕고 가벼워 보이는 향미를 누구도 어려워하거나 의식하지 않는다. '까멜리아' 알바생인 향미는 테이블 위 손님 라이터를 슬쩍 주머니에 집어넣기도 하고, 노규태(오정세 분)나 강종렬(김지석 분)에게 돈을 뜯어내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향미의 그런 모습 뒤로는 자기를 외면하는 동생을 어떻게든 '사람'답게 살도록 뒷바라지해야 하는 향미가 있었고,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향미가 있었고, 사랑받고 싶고 잊히기 싫어하는 향미가 있었다. 누구보다 가장 가까이에서,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향미를 지켜봐 온 손담비가 본 '향미'는 어떤 인물일까.

    "향미는 되게 안 된 캐릭터에요. '물망초'라는 술집에서 태어나서 어렸을 때부터 사랑받지 못했어요. 소외당하고, 결손가정이라고 항상 무슨 일이 일어나면 향미부터 부르죠. 그렇게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 채로 자라서 사랑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자꾸 어긋나고 어깃장을 놓고…. 왜 자꾸 라이터를 모으냐는 질문에 외로워서 뭐라도 훔쳐야 했다고 말해요. 그렇게 자기 혼자 끙끙 앓고 있는 향미를 바뀌게 해준 게 동백 언니죠. 동백 언니를 보며 나아지는 삶을 꿈꾸게 돼죠."

    극 중 향미는 "내가 사람같이 살면 짐승은 누가 해"(23회 중)라고 말한다. 누구도 어려워하지 않고, 의식하지 않던 향미는 누구보다 처절하게 삶이란 걸 온몸으로 느꼈다. 그렇기에 사람답게 살고자, 살아남고자 짐승처럼 혹독한 현실을 살아야 했다.

    "모텔비도 없을 정도로 향미는 동생한테 돈까지 다 보내고 있었어요. 노규태한테도 돈을 뜯었고, 강종렬한테도, 중기네도 그렇고, 정말 사람 같지 못한 행동을 하며 돈을 꾸었죠. 거의 갈취나 마찬가지죠. 그런 자신을 돌아보며 나는 사람이 아닌가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다. 나는 보통의 사람처럼 지낼 수는 없는 인물이구나.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생을 택한 건 향미예요. 동생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향미가 짊어지고 가야 할 몫이죠. 연기하면서도 착잡하고, 내가 왜 이럴 수밖에 없었을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스스로가 말했듯 짐승처럼 살던 향미가 달라질 수 있었던 건 동백이 때문이다. 갈 곳 없던 자신을 받아주고, 잘못한 자신에게 동백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품어줬다. '가족'으로 대해줬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향미에게 동백은 사랑을 알려줬다.

    "아무래도 오토바이 신이 제일 기억에 남긴 해요. 제가 제일 많이 울었고, 제일 가슴 아픈 신 중 하나예요. 동백 언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동백 언니가 마지막까지 나한테, 향미는 도둑년인데, 아무 말도 안 하는 언니를 보면서 이 언니는 대체 뭘까, 나 같은 애까지도 품어주는 건가 하는 생각에 울분을 토해서 이야기하는 신이에요. 그 신이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많이 남고, 연기하면서도 가장 많이 울었어요."

    KBS2 '동백꽃 필 무렵' 향미 역 배우 손담비 (사진=키이스트 제공)

     

    ◇ 손담비를 말하는 말, '한 발짝 한 발짝'

    가수보다 배우를 먼저 꿈꿨다는 손담비는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배우로서 피어났다고 할 정도로 향미 역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시청자들이 향미를 보며 '인생 캐릭터'라고 부를 정도다.

    지난 2002년 '논스톱 3'에서 정다빈 친구 역할로 짧게나마 연기에 발을 들인 후 MBC '빛과 그림자'(2011년) 유채영 역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가수 출신 배우가 아닌 '배우 손담비'를 오롯이 각인시킨 건 사실상 이번 '동백꽃 필 무렵'이라 할 수 있다. '동백꽃 필 무렵'은 손담비가 그토록 바라온 '배우'로서 발돋움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긴 시간을 견뎌 지금에 이를 수 있기까지 연기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사실 가수를 시작할 때부터 연기자가 꿈이었어요. 먼저 가수를 시작하면서 꿈이 바뀐 케이스죠. 항상 하고 싶었고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었는데 가수 활동을 하느라 못했죠. 과감하게 가수를 그만두고 연기자로 돌아설 수 있는 건, 연기자를 꼭 해보고 싶었고 가수로서 느꼈던 만큼의 성취감을 배우로서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죠.

    사실 가수도 한 번에 잘 된 게 아니라 몇 장 앨범이 망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어요. 오랜 시간 끝에 잘 된 게 '미쳤어'였죠. 그런데 사실 그만큼 연기자로 돌아섰을 때 핸디캡이 많을 거라 생각했어요. 섹시 가수, 무대 퍼포먼스 가수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그래서 되게 오래 걸리지 않았나요? (웃음) 그만큼 연기자가 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꿈꿔온 일이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손담비는 화려하고 항상 성공했을 거 같지만, 그의 말마따나 오랜 시간 우여곡절을 겪은 뒤에 찾아온 성공이었다. 그는 한 발 한 발 내딛다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간다는 게 저를 말하는 거 같아요. 조금씩 다가왔는데 이제야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들더라고요. 진짜 이번에 시청자들께서 한 번도 제 연기에 대해서 지적을 해준 적이 없어요. 다들 좋은 말씀만 해주셔서, 진짜 내가 이런 이야기를 들을 날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그렇게 듣고 싶은 말이었는데, 연기하면서 갈망하고 원했던 말이었는데, 그런 말을 듣게 돼서 정말 기쁘고 행복해요."

    배우 손담비, 가수 손담비 (사진=팬엔터테인먼트(사진 위)/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사진 아래) 제공)

     

    ◇ 배우 손담비, 가수 손담비…손담비의 최종 목표

    그만큼 연기를 하면서 '아, 내가 연기를 하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든 때도 바로 이번 '동백꽃 필 무렵'에서 향미로 살았던 때다.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다가간 작품이에요. 향미 캐릭터를 소화하지 못하면 나는 연기자로서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엄청 많이 했던 거 같아요. 갈증도 크고, 작품에 대한 집착도 크고, 정말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다가갔어요. 그래서 아마 이번 작품이 저한테는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손담비는 배우라는 자신의 꿈을 위해 단역, 조연, 주연 그리고 시트콤, 정극, 주말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역할로 다양한 분야에서 노력했다. 알게 모르게 말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몰랐을 시간을 거쳐 올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그런 손담비의 꿈은 그가 종종 이야기했듯이 가수로서도, 배우로서도 어색하지 않게 '손담비'라는 이름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다.

    "배우와 가수를 병행하는 게 꿈이에요. 제 최종 목표는 어떠한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연기하고 싶을 때 연기하고 가수 하고 싶을 때 가수 하는, 두 가지를 같이 할 수 있는 손담비가 되는 거예요. 그만큼 하려면 연기로 좀 더 보여줄 게 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배우로서 좀 더 준비된 다음 가수로서 인사드릴 예정이에요. 그래서 엄정화 선배님처럼 그 둘을 같이 할 수 있는 배우, 연기할 때는 연기자로만 가수 할 때는 가수로서만 보일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는 게 최종 목표예요." (웃음)
    KBS2 '동백꽃 필 무렵' 향미 역 배우 손담비 (사진=키이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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