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29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가운데 나경원 원내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29일 "오늘 상정되는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며 "이번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이 필리버스터는 국회법에 따라 계속될 수 있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 선진화법으로 불리는 현행 국회법은 다수 세력에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이라는 장치를 부여함과 동시에 소수 세력에겐 긴급안건조정위원회 그리고 무제한 토론과 같은 합법적이고도 평화적인 저지 수단을 부여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나 원내대표의 주장은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수단인 필리버스터를 통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들(선거법, 공수처법)의 처리를 막아보겠다는 얘기다.
이날 예정됐던 본회의에 상정된 주요 법안들은 민식이법과 같은 민생‧무쟁점 법안과 유치원 3법 등이었다. 한국당으로선 "민생법안들을 볼모로 끌어들였다"는 비판을 불사한 채 필리버스터 실시를 강행한 셈이다.
자유한국당이 29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가운데 나경원 원내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나 원내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저희는 수많은 민생 법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민식이 어머님 아버님, 태호‧유찬이 어머님, 아버님, 저희는 모두 이 법안을 통과시키고 싶다"며 "국회의장께 제안한다.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저희가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안에 앞서서 우리 민식이법 등에 대해서 먼저 상정해서 통과시킬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이어 "국회의장은 사회를 거부하지 말고 민식이 어머님, 아버님을 비롯한 아이들, 어머님들의 간곡한 호소에 호응해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날 상정된 안건 중에서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은 없다. 선거법은 부의됐으나, 아직 시한이 도래하지 않아 부의되지 못한 공수처법과 함께 추후 상정될 예정이었다.
한국당이 선거법 등 실제 반대하는 법안 상정에 앞서 무쟁점 법안에부터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은 최대한 패스트트랙 일정을 지연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필리버스터를 규정한 국회법 106조 2항(무제한 토론의 실시)에 따르면 한국당이 선거법 상정에 앞선 다른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이번 정기국회 회기 일정을 넘길 경우 해당 법안은 다음 임시국회 개의 가능일인 12월 11일 표결에 붙여지게 돼 있다.
해당 법안 처리 직후 선거법을 상정할 경우 한국당으로선 다시 필리버스터를 신청할 수 있어 선거법의 최초 처리 가능 시한은 다시 한 달 뒤인 1월 11일 이후가 된다.
자유한국당이 29일 국회 본회의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한 가운데 일부 한국당 의원들 외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으며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반면 민주당이 이날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문희상 의장이 의사일정을 진행하지 않을 경우 다음 번 법안 상정 가능 시점은 예산안이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되는 12월 2일이다.
이때 의사일정을 작성하며 이날 처리하지 못한 민식이법 대신 선거법을 먼저 상정할 경우 한국당은 다시 필리버스터를 신철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선거법 처리의 최초 가능 시점은 다음 회기 가능일인 12월 11일부터가 된다.
즉 한국당으로선 이날 본회의를 열어 민식이법 등을 처리한 뒤 1월 11일로 선거법 처리 시한을 미루든지, 선거법을 앞세워 12월 11일 처리를 시도하든지 민주당이 선택하게끔 협상의 공을 던지는 강수를 둔 셈이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