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제 개편안에 대한 '4+1협의체' 협상이 막판 난항을 겪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협의체 내부에서조차 서로 협상 결렬을 언급하는 등 '벼랑 끝 전술'을 펼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16일 본회의 개최여부는 불투명해졌다. 이날 오전으로 예정돼 있는 국회의장 주재 원내 교섭단체대표 간 회동에서 본회의 개회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 등 '4+1 협의체'는 전날까지도 막판 물밑 조율을 이어가며 이날 선거제 단일안을 본회의에 올리려 했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은 전날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어 지금까지 논의 돼 온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 협상 결렬까지 선언하고 나섰다.
이날 회의에서 지도부 일부는 선거법에 대한 완고한 입장을 견지하는 정의당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4+1 협의체 안에서 파열음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비공개 최고위가 끝난 뒤 "선거법 조정안 협의안은 더이상 추진 안하겠다"며 "또한 검경수사권 조정 등 사개법도 원안 훼손 주장도 수용할 수 없다. 이러한 원칙 하에 내일부터 다시 교섭단체 협의, 4+1 협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의 모든 협상 내용에 대해서는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 홍 수석대변인은 "지나치게 당리당략으로 (협상이)운영되고, 일부 정당은 협의 파트너 신뢰나 존중이 없지 않나. 대기업의 중소기업 후려치기 발언 등 유감스럽다"며 정의당을 향해 날선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과 4+1협의체 내 다른 군소 정당들과 감정싸움이 벌어 진 데는 민주당의 이른바 '캡' 주장과 다른 정당들의 '석패율제 확대' 주장이 맞부딪히면서 시작됐다.
캡이란 일종의 '상한선'으로 준연동형 대상 비례대표 의석 수를 50석에서 30석으로 줄이자는 안이다.
민주당은 직능별 인사나 전문가 영입을 위한 비례대표 의석 수를 최소한으로 확보하기 위해, 연동형 적용 의석 상한선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머지 정당은 이에 전면 반대한다. 이미 연동률을 절반으로 낮춘 만큼 더 이상의 양보를 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이다.
또 하나의 쟁점은 석패율제 도입 여부다. 지역구에서 차석으로 진 후보에 대해 6~9명 선에서 권역별 비례대표 명부 짝수에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민주당은 석패율제를 6명 이상으로 올리면 중진 의원들의 의석 보장용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고, 나머지 정당들은 지역구에 대한 거대 양당 기득권 타파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서 석패율제가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정의당은 지역구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자당 의원들을 구제할 수 있는 카드로 석패율제로 고려하고 있다. 지역구 의원 양성을 위해서다.
민주당은 정의당을 향해 '9명의 석패율을 요구하며 당리당략을 챙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도 '중진 살리기 위한 개혁 알박기'라며 지도부가 격노한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의당은 '핵심은 석패율제가 아닌 민주당의 캡'이라고 맞서고 있다. 석패율제는 얼마든지 협상 가능하지만, 준연동형에 다시 상한선을 두는 것은 개혁 후퇴란 것이다.
정의당 박원석 정책위의장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캡은 '준준'연동형을 하자는 것과 같다"며 "이미 50% 연동률로 캡이 씌어져 있는데다가 또 씌우는 것"이라고 개혁후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박 의장은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 손에 비례 10석을 쥐어주기 위해 제도를 난도질 하고 있다. 민주당 주장은 기형적 제도"라며 "원안 올리겠다고 협박하는데 그럼 원안을 올려라. 부결은 모두 민주당 책임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맞받아쳤다.
이에 따라 정국은 당분간 예측불허의 안갯속이 될 전망이다. 4+1협의체가 협상을 어떻게 이어나갈지 불투명하다. 그렇다고 민주당과 한국당이 쟁점 법안을 놓고 막판 타결을 이뤄낼 가능성도 높지 않다.
한국당은 본회의가 열리면 회기의 일정을 결정하는 회기결정의건부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걸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여서, 민주당으로서도 설득의 입지가 큰 상황은 아니다.
다만, 이날 오전 교섭단체 대표 회동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이 예산부수법안과 민생법안에 대해 우선 처리를 약속하며 협의의 물꼬를 틀 수는 있다. 이럴 경우, 4+1 협의체의 입지가 좁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최악의 경우,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을 그대로 본회의에 상정될 수도 있다. 표결을 하더라도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안 의결을 장담할수 없어 결과에 따라 큰 후폭풍이 불가피해진다. {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