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왼쪽 두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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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출규제와 보유세 인상, 분양가 상한제 확대까지 총망라한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참여정부의 17번을 뛰어넘은 18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이번엔 치솟는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국이 내놓은 '12·16 대책'은 일단 기존 8·2 및 9·13 대책을 훌쩍 넘어선 수준으로 평가된다. 전대미문의 '대출 금지' 카드를 꺼내든 데다, 여론의 강력한 지지에도 그간 망설여온 보유세 강화까지 한 발 더 내디뎠기 때문이다.
먼저 17일부터 투기과열지구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할 때는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시켰다. 또 23일부터는 시가 9억원 초과분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도 현행 40%에서 20%로 대폭 줄인다.
가령 시가 14억원인 아파트를 살 때 지금까지는 5억 6천만원을 대출로 당길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1억원 줄어든 4억 6천만원 대출만 허용된다.
전세대출을 받은 뒤 시가 9억원 넘는 주택을 사거나 2주택 이상이 되면 대출을 전면 회수한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 차익을 노리는 일명 '갭투기'를 차단하는 차원에서다.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돈줄을 전방위로 바짝 죈 셈인데, 그래도 안 잡히면 정말 규제의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대책 이후에도 시장 불안요인이 계속된다면 내년 상반기에 이보다 더 강력한 정부의 의지를 실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등적 보유세의 핵심인 종합부동산세 세율도 일명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고가 아파트를 겨냥했다. 1주택자는 0.1~0.3%p를 인상하는 반면, 다주택자는 0.2~0.8%p를 높여 최대 4%의 세율이 적용된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종부세 세부담 상한도 현행 200%에서 300%로 올린다. 거주할 집 아니면 팔라는 경고장을 다시 꺼내든 걸로 풀이된다.
실제로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은 이번 대책과 관련해 "솔선수범이 필요하다"면서 "수도권에 2채 이상을 보유한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에게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이른 시일내 1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하라"고 권고했을 정도다.
그 연장선에서 다주택자들의 퇴로도 열어뒀다.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내 10년 넘게 보유한 주택을 내년 6월까지 팔면,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해주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부담이 갈수록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 6개월간 다주택자들이 일단 매물을 쏟아낼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이 시장 위축에 따른 일각의 공급 부족 우려에 선을 긋고 나선 것도 이같은 상황까지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언론이 과도하게 우려하는 것만큼 공급이 줄어들 건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공급부족 우려가) 일종의 공포 마케팅처럼 작용을 해서 시장의 불안감을 더욱더 증폭시키는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자신감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추가 확대에서도 엿보인다. 서울 25개구 가운데 집값 상승률이 높은 강남4구와 이른바 마용성을 포함한 13개구의 272개 전체 동, 정비사업 이슈가 있는 노원·동대문 등 5개구 37개동, 경기도 과천·하남·광명 등 3개시의 13개동이 추가 지정됐다. 불과 한 달여만에 대상 지역이 27개동에서 322개동으로 12배 늘어난 셈이다.
'로또 청약' 논란을 의식한 듯, 청약제도 역시 개편했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 주택이나 투기과열지구내 주택에 당첨되면 10년간, 조정대상지역에서 당첨되면 7년간 재당첨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투기 꽃길' 논란을 빚은 등록 임대사업자 혜택은 줄어든다. 취득세·재산세 혜택을 받는 주택이 수도권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으로 제한되고, 미성년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수 없게 됐다.
참여연대는 이번 12·16 대책에 대해 "전방위적 수단을 사용한 강화 정책이라는 점에선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전반적인 주택가격 안정화를 달성하기엔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집값이 급등하면 '사후약방문' 식으로 개별 대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투기를 확실히 규제하겠다는 명확한 방향 설정과 선제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단 얘기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집값 급등 문제를 지속 제기해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역시 "잘못된 진단에 알맹이 빠진 대책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며 평가절하했다.
경실련은 논평을 통해 "분양가상한제 전면확대, 공시지가 시세반영률 80% 이상으로 인상, 3기신도시 개발 중단 등의 강력한 투기근절책이 제시됐어야 했다"며 "LTV 축소 역시 대상도 적을 뿐더러, 이미 전세를 낀 현금부자들이 사재기하는 현실에서 실효성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업계 등 일각에선 다주택자 압박 강화로 잠긴 매물이 풀려 공급이 많아지더라도, 대출을 바짝 죈 상황에서 이를 감당할 수요가 있을지를 놓고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금부자들만 더 유리해졌을 뿐, 청년이나 신혼부부의 '사다리'를 끊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김태현 사무처장은 "집값이 계속 오르는 걸 금융기관이 지원해서 계속 담보대출로 뒷받침할 것인지, 지원을 중단하고 집값 하락과 안정을 위해 비용을 더 줄여나갈지 선택의 문제"라며 "결과적으로 집값 안정에 기여해 집에 들이는 돈을 줄여나가는 대책"이라고 취지를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