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순 감독(사진=무치필름 제공)
스스로를 "영화 만드는 창작자"로 소개한 경순 감독은 "아주 소박한 소망이 있다"고 했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이 세상이 조금 더 살 만하면 좋겠다' '신나게 살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마음이죠. 그러한 삶을 방해하는 것이 뭘까를 고민해 왔고, 영화로 하나씩 건드리다 보니 불편한 작품을 계속 만들어 온 것 같아요. (웃음)"
그는 그렇게 지난 20여 년간 우리 사회 부조리를 드러내고, 그러한 현상을 빚어낸 본질을 깊이 진단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2014년 벌어진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해산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애국자게임2-지록위마'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른바 '레드 콤플렉스'로 표현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사상 검증 낙인을 꼬집었던 '애국자게임'(2001)의 속편이다.
"1편이 나왔던 2001년은 맥락상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 이후로, 이때는 보수와 진보라는 선이 보다 명확했던 것 같아요. 반공 이데올로기를 앞세운 사상 검증이라고 해도 주로 유명 정치인이 그 대상이었죠. 당시 김대중 대통령 후보 사상 검증을 TV에서 방영하기도 했으니까요."
경순 감독의 문제의식은 "그런데 지금은 그것이 더욱 촘촘해진 상태로 일반 시민은 물론 진보 진영 내부에까지 펴져 있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종북'이라는 말은 2000년대 이후 만들어져 쓰이기 시작했잖아요. 서로의 사상을 굉장히 불온시 하는 분위기가 더욱 강해진 거죠. 진보 진영 내부라고 자유롭지 않았어요. 이른바 '이석기 내란 음보 사건'이 터졌을 때, 그리고 이로 인해 통진당 해산이 공론화 될 당시, 그것이 말도 안 되게 황당한 사건들임에도 불구하고 진보진영은 그 부조리를 지적하는 데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히려 자주파 등 진보 진영 내 특정 그룹을 비판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는 당시 분위기 자체가 우리네 일그러진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았다"며 "그래서 이 사건을 다룬 영화를 시작할 때 '애국자게임2'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 "민주주의라는 광장에서 오히려 닫혀 버린 우리네 자화상"
이 영화가 정식 개봉하는 19일은 5년 전 통진당 해산이 결정된 날이기도 하다.
경순 감독은 "여전히 자유한국당은 이 사건을 두고 자기네 가장 큰 업적인 것처럼 이야기한다"며 "통진당 해산을 주도했던 (당시 법무부 장관·현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 씨는 여전히 그것이 애국이었던 것처럼 포장한다는 그 자체가 코미디"라고 꼬집었다.
그는 "더욱 큰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이나 진보진영에서 이러한 흐름을 용인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우리 내부가 굉장히 망가졌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사상 검증'이라는 그 말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그러한 흐름이 토론의 기회를 막고, 우리로 하여금 미래를 구상할 수 없도록 만드는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봅니다."
결국 "통진당 해산 사건에 대해 침묵하는 문제를 고민하지 않으면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힘들다"는 것이 경순 감독의 지론이다.
조금 더 살 만하고 신나는 세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소통을 위한 '토론' '논쟁'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토론과 논쟁은 당연히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것을 모조리 피하고, 논쟁이 벌어지면 서로를 적으로 돌려버리는 이상한 문화가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어요. '너는 말이 안 통해' '너랑은 얘기를 못하겠어' 하는 분위기 말이죠. 너무도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신자유주의가 노리는 '분열' 아닐까요."
경순 감독은 "촛불 광장에 한 번이라도 나왔던 시민들이 고민했으면 하는 지점을 이 영화에 담아내려 애썼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어 박근혜를 끌어내렸습니다. 그 촛불에는 굉장히 많은 이슈들이 담겨 있었잖아요. 그 가운데 우리는 무엇을 취하고 어떤 것을 버렸을까라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민주주의라는 광장에서 오히려 닫혀 버린 우리네 현재 자화상이 그곳에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