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변호사가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박준영 변호사 페이스북 갈무리)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가운데 진범 논란이 일었던 8차 사건에 대해 이춘재(56)가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한 데는 경찰 프로파일러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52) 씨의 재심청구를 돕고 있는 박준영 변호사는 29일 '그런 것은 상관없고'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올려 경찰 조사 당시 이춘재의 자백 과정을 공개했다.
박 변호사는 먼저 지난 27일 검찰이 법원에 재심 개시 의견서와 함께 제출했던 이춘재 사건 기록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이춘재는 종이와 펜을 달라고 했고 '살인 12+2, 강간 19, 미수 15'라고 써서 프로파일러에게 건넸더니 다들 많이 놀라는 분위기였다"라며 "(연쇄살인) 10건 중 범인이 잡힌 8차 사건을 뺀 9건을 인정해야 하는데, 순간 다들 난감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춘재는 '(8차 사건도) 다 내가 한 거로 밝혀지면 경찰이 곤란한 거 아니냐'고 하면서, '곤란하면 이야기 안 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공은경 팀장님은 '그런 것은 상관없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이춘재씨가 한 것이 맞다면 그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 변호사는 "검사 작성 이춘재 조서에 기재된 공 팀장이 한 말 그대로다다. 멋지다"라며 "공 팀장은 2009년 검거된 연쇄살인범 강호순으로부터 자백을 받아낸 프로파일러"라고 소개했다.
박 변호사는 또 '8차 사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방사성동위원소 감정서 조작 여부'를 놓고 최근 검찰과 경찰이 빚은 마찰도 언급했다.
앞서 검찰과 경찰은 관련 조사 내용을 발표할 때마다 상대 기관의 발표를 부인하거나 반박했다.
박 변호사는 "'그런 것은 상관없고'라는 원칙만 지킨다면 이런 대립은 줄어들 것"이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관련 정치 논리 개입, 실질적인 논의가 부족했던 점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양측이 우려하는 여러 문제 되는 상황들이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제어되길 바란다"며 "경찰, 검찰, 법원에 이렇게 멋진 원칙을 이야기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수원지법은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재심 개시 여부를 내달 중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