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사업가 납치·살해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조폭 부두목 조규석. (사진=경기북부지방경찰청 제공)
키 170㎝의 건장한 체격, 날카로운 눈매와 전라도 말씨. 지난 1일 경찰이 공개한 폭력조직 국제PJ파 부두목 조규석(60)의 신상 내역이다.
조규석은 지난해 5월 50대 사업가 납치·살해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로 공범들은 경찰에 검거됐지만 조규석의 행방은 8개월째 오리무중이다.
당시 살인 용의자인 조규석을 신속히 검거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공개수사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그러나 경찰은 "2차 범죄 발생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뤘고, 결국 조규석이 잠적한지 225일만에 종합공개수배 명단을 통해 신상을 공개하고 국민 제보를 받기 시작했다.
◇장기도피 되풀이…8개월째 오리무중조규석의 도피 행각은 이번이 3번째다. 2006년 건설회사 사주 납치사건을 주도한 뒤 5개월간, 2013년 범서방파 두목 감금·폭행 등의 범죄로 4개월이 넘도록 도망 다녔다.
과거 조규석은 휴대전화와 수행원을 수시로 바꾸고, 은신처도 여러 곳으로 갈아치우는 등의 수법으로 경찰의 추적을 따돌렸다.
당시 경찰은 조규석 검거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신의 위치를 특정할 만한 어떠한 단서도 남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조규석은 지난해 5월20일 광주에서 50대 사업가를 납치·살해하고 서울로 올라와 강남의 한 지하철역에 내린 뒤 종적을 감췄다. 당시 수천만원의 현금도 들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013년 조규석은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주차장에 주차된 승용차에서 검거됐다.
때문에 조규석은 과거 경험을 살려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운전면허가 없는 조규석은 수행원이나 지인의 도움 없이는 차량 이용이 불가능하다.
조규석은 통신기록도 남기지 않고 있다. 그의 휴대전화는 꺼진지 오래지만 대포폰 여러 대를 돌려 써가며 주변인들과 가끔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그의 도피 수법이 과거와 유사하지만 경험을 살려 더욱 치밀하고 교묘하게 진화한 것으로 보고 주변인들을 토대로 동선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2020년 1월1일부터 경찰청 중요지명피의자 종합 공개수배 명단에 포함 조규석(60·전단2번). (사진=경기북부지방경찰청 제공)
◇납치·감금·폭행 범죄 반복…조규석은 누구조규석은 호남지역 최대 폭력조직 국제PJ파 부두목이지만 실질적인 두목으로 알려졌는데 1990년 당시 31살의 나이에 부두목에 올랐다.
국제PJ파는 1982년 결성됐고, 관할지역의 다른 조직을 견제하며 134명의 조직원을 거느리는 광주지역 최대 폭력조직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조규석은 광주를 무대로 각종 이권에 개입하며 폭력을 휘둘렀다. 조직원들을 동원해 법원 경매를 방해하고 건설회사 사장들에게 미술품을 강매하고, 테러를 가해 중상을 입혔다.
조규석은 평소 자신의 조직원을 비롯해 주변인들 챙기며 관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50대 사업가 납치·살해 사건에는 교도소 수형 동기인 김모(65)씨를 끌어들였다.
조규석은 김 씨에게 2016년 12월부터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5월까지 특별한 이유 없이 생활비 명목으로 한두 달에 걸쳐 50~100만원을 건넸다.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20년 넘게 복역했던 김 씨는 조규석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으로 범행에 가담해 1심 재판에서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이처럼 과거 여러 범죄에 연류 돼 지금껏 20년 가까이 교도소에서 복역했던 조규석은 검거될 경우 재판에 넘겨져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야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조규석을 검거하기 위해 경기북부지방경찰청과 광주지방경찰청이 공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규석은 과거 도주 경험이 있는데다가 현금을 들고 잠적해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다양한 단서를 수집해 행방을 쫒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