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ixabay 제공)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지난해 12월 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펜사콜라 해군 항공기지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사건 용의자 소유의 아이폰 2대를 확보했지만, 비밀번호 잠금을 풀지 못해 애플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FBI가 사건 직후 용의자인 사우디아라비아 공군장교 모하메드 사이드 알샴라니가 가지고 있던 아이폰 2대를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했지만 비밀번호 잠금해제에 실패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NBC, 더버지 등이 8일 보도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12월 FBI가 애플 법무팀에 보낸 서신에 "법원으로부터 휴대전화에 저장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지만 2대의 아이폰 모두 비밀번호 잠금이 설정되어 있다"며 "수사관들이 비밀번호 잠금을 해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성공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NBC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FBI 법률고문 다나 보엔테 명의로 작성된 이 서신에는 '해외 전문가', '제3 공급업체들과의 긴밀한 접촉(familiar contacts in the third-party vendor community)' 등 다방면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도 담겼다.
여기서 '제3 공급업체'는 2015년 캘리포니아주 샌버너디노 총기난사 사건 용의자의 아이폰5 잠금해제를 위해 애플에 협조를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소송전을 벌이고 외부 업체의 도움을 받은 사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FBI에 아이폰 잠금해제 솔루션을 제공한 업체는 이스라엘 기반의 디지털 포렌식 솔루션 업체 셀레브라이트(Cellebrite)다.
이 업체는 지난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숨진 이른바 '백원우 특감반'이었던 A 수사관의 아이폰X의 잠금해제를 위해 검찰이 셀레브라이트의 최신 장비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화제가 된 업체다.
애플은 보도 직후 FBI의 서신 존재를 부인했지만 법원 명령에 따라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법 집행을 가장 존중하고 있으며 그들의 수사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항상 협조해왔다"며 "한 달 전 FBI가 우리에게 이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요청했을 때,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자료를 제공했고 앞으로도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애플은 법원의 명령이 있을 경우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iCloud)에 저장된 사용자의 백업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지만 사용자가 설정한 장치의 비밀번호 등 잠금을 해제하지 못하면 애플도 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FBI 등 수사당국은 이를 우회할 수 있는 'iOS 백도어'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은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로 이를 거절해왔다.
한편 펜사콜라 해군 항공기지 총기난사 사건은 항공학교 위탁 교육생이던 사우디아라비아 장교 모하메드 알샴라니가 총기를 난사해 알샴라니를 포함한 4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이다.
FBI는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했지만 아이폰 잠금해제에 실패하며 범행 사유와 배후를 밝혀내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