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강사 최진기 씨 저서 '최진기의 전쟁사'(이지퍼블리싱) 1권에 '몽골의 기병'이란 설명을 달고 실린 최형국 한국전통무예연구소장(왼쪽)과 해당 사진 원본(사진=최형국 소장 제공)
"졸지에 몽골기병이 돼 제 인생이 송두리째 뒤집어졌습니다."
한국전통무예연구소 최형국 소장은 8일 CBS노컷뉴스와 가진 통화에서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본인이 전쟁사 관련 저서를 10권 가까이 낸 해당 분야 전문가인 입장에서 황당한 일을 겪은 탓이다.
유명 인문학 강사 최진기 씨가 지낸해 10월 펴낸 '최진기의 전쟁사'(이지퍼블리싱) 1권 195쪽에는 '몽골의 기병'이라는 설명을 단 자료 사진이 실렸다. 문제는 이 사진 속 인물이 바로 최 소장이라는 데 있다.
최 소장은 "지인을 통해 해당 책에 내 사진이 나온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는 설마했다"며 "그런데 지난 6일 서점에 갔다가 그 책이 눈에 띄는 곳에 진열돼 있길래 훑어보다가 내 사진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해당 사진은 최 소장이 10여 년 전 몽골에서 진행했던 마상무예 훈련 캠프 당시 찍은 것이다. 더욱이 사진 속 최 소장이 입은 복식은 몽골군이 아니라 조선군이다.
그는 "사진 속 복식은 후기 조선군 것으로 색감 등을 조금만 살펴봐도 (몽골기병과의) 구분이 전혀 어렵지 않다"며 "나 역시 전쟁사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전혀 고증이 안 됐다는 데 몹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7일 오후 책을 낸 출판사 측에 (사진 무단 도용이) 출판사의 실수인지, 저자의 실수인지 확인 요청을 했는데, '저자와 통화가 안 된다'고 해 다시 연락하기로 했다"며 "법무법인을 통한 내용증명 발송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출판사 관계자는 이날 "현재 확인·정리 중인 상태로 정확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최 소장은 이 문제 해결책으로 '책 전량 회수·폐기' '재발방지를 위한 저자·출판사의 공개 사과'를 바라고 있다. 출판사 대응에 따라 민형사상 책임도 물을 계획이다.
그는 "독자들에게 굉장한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자료 고증, 출처 설명은 선결돼야 할 기본 자세"라며 "출판계에서는 여전히 이와 관련한 지적 재산권 등을 중요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