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는 집값 전쟁 중이다. 부동산중개업소를 향한 선전포고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문자폭탄과 전화폭탄이 쏟아진다. "내 집값은 내가 지킨다"는 각오가 의미심장하기까지 하다. SNS를 이용한 담합은 한층 신속하고 공고해졌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국토부 장관은 작심하고 집값 담합에 대한 엄단을 지시했다. 과연 정부는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집값 담합 현장을 고발하고, 정부 대책의 실효성을 따져봤다. [편집자주]글 싣는 순서 |
① "악감정 있어요?" vs "팔리지도 않는데…" ② "게임머니 버는 것 같다…" 허황된 집값 담합 (계속) |
집값 담합이 진화했다.
예전에는 아파트 단지에 얼마 이하로는 팔지 말자는 안내문을 붙이거나 하는 소극적인 방식으로 입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입주민 전용 온라인 카페는 물론 특히 카카오톡 단톡방 등을 통해 집값 변동에 대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신속하게 대응해 나간다.
한 중개소 관계자는 "소규모 단지를 제외하고, 500세대 이상의 단지들은 입주자 카페나 단톡방을 통해서 담합을 대부분 한다"며 "요즘은 30~40대 젊은 세대들이 주도를 하고, 노년층들은 하는대로 따라가 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집값 담합의 진화…온라인 매물 정보 '도배'
이들은 더욱 강력해진 단합력을 바탕으로 저가 매물을 올리는 중개업소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장사를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하거나, 특정 중개업소와만 거래할 것을 조장하기도 한다.
최근 '우리 가치를 폄하하는 부동산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현수막을 내건 목동 11단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네이버 부동산 매물에는 목동11단지 전용면적 51.48㎡ 짜리 매물이 12억원에 올라와 있었다. (현재는 어떤 이유인지 매물 정보에서 사라진 상태다) 같은 규모 매물의 가장 최근 거래된 실거래가는 지난해 12월 7일 9억6천500만원이었다. 한 달만에 호가를 2억3천500만원이나 올린 셈이다.
최근 서울 목동11단지에는 허위매물 등록 부동산을 퇴출시키자는 현수막이 등장했다. (사진=주영민기자)
중요한 건 이 매물을 올린 중개업소의 소재지가 목동이 아닌 서초구였다는 것.
목동 11단지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2018년 여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가 되더니 (자기들이) 낮다고 생각하면 다 허위매물로 신고를 하고 조직적으로 체크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일부 주민들이 자기네 요구를 들어주는 다른 지역 중개사들을 이용해 몇 억씩 호가를 올린 매물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개사무소들을 통제할 수 있게 된 집주인들은 포털사이트를 비롯해 각종 플랫폼 등 모든 부동산 관련 온라인 정보에 자기들이 원하는 가격으로 '도배'해 버린다.
워낙 매물이 없는 상황에서 마음 급한 매수자가 사겠다고 나서면 담합에 의해 부풀려진 그 가격이 실거래가로 굳어지면서 이 보다 더 높은 호가의 매물이 등장하는 식이다.
경기도의 한 부동산 중개사는 "실거래가는 8억인데 모든 매물의 호가가 12억일 경우에 어떤 사람이 12억보다 낮다고 생각하고 11억에 사면 그때부턴 아파트 값이 11억원이 돼 버린다"며 "(대부분 거래는 안 되지만) 마치 게임머니를 버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위기 오면 원상복구 될 가능성 커"
전문가들은 이같은 집값 담합이 단기적으로는 집값 상승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가격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위기 상황에 한 두 사람만 이탈하더라도 담합은 손쉽게 깨질 거란 얘기다.
건국대 심교언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격 담합을 통한 인위적인 가격은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금방 원위치 된다"며 "단기적 조정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집값 담합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실수요자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집값에 대한 착시효과로 인해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우선적으로 호가와 실거래가의 갭이 크다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