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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망 대폭 강화…'무증상 전파'가 방아쇠였나

보건/의료

    방역망 대폭 강화…'무증상 전파'가 방아쇠였나

    '무증상 전파' 정부 "자료 부족하다→가능하다" 반나절 만에 입장 바뀌어
    3번, 12번 확진자 사례처럼 감염자 자신도 몰랐던 사실상 '무증상 전파' 가능
    위험지역發 외국인 입국금지에 접촉자 전원 자가격리까지…더 강력해진 방역망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에 대해 접촉 수준에 관계 없이 모든 접촉자를 자가격리하고, 위험지역을 방문했던 외국인을 입국 금지하는 등 방역 대응을 대폭 강화했다.

    이는 감염자 스스로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도 주변 사람을 감염시키는 이른바 '무증상 전파' 가능성을 정부도 인정한 데 따른 대응책으로 보인다.

    ◇ 반나절 만에 바뀐 정부의 '무증상 전파' 입장, 왜?

    정부는 지난 2일 오전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 감염자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극히 가벼운 수준일 때의 전염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이날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관련 브리핑에서 "무증상 감염 굉장히 중요한 사항으로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며 "무증상 감염, 또는 잠복기 감염, 경증 감염 등에 대해 좀 더 정교하게 정보를 모으고 판단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바이러스가 감염자 몸 속에는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지 않은 잠복기에는 전염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침이나 재채기, 발열 같은 증상이 관찰되지 않는 무증상 시기에도 바이러스의 활동이 미약하고 감염자의 몸 밖으로 거의 배출되지 않기 때문에 전염 능력이 약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중국,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도 '무증상 전파'가 우려되는 사례가 수차례 보고됐지만, 보건당국은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다'며 무증상 전파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정부는 '무증상 전파가 우려된다'고 입장을 바꿨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겸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은 같은 날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결과를 공개하면서 "신종 코로나는 무증상, 경증 환자에서 감염증이 전파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질병은 잠복기에서 증상 발현기로 갈 때는 몸에서 여러 징후를 보이는데, 신종 코로나의 경우 초기 단계에 무증상 상태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 본인 증상도 헷갈린 3번 환자·감염자 접촉도 몰랐던 12번 환자…'무증상 전파' 의심돼

    이처럼 정부 입장이 바뀐 이유는 국내에서도 무증상 전파가 의심되는 사례가 연이어 발견됐기 때문이다.

    우선 국내 최초의 2차 감염을 유발했던 3번 확진자의 경우 최초 발병시점이 첫 추정시각이 지난달 22일 오후 7시에서 같은 날 오후 1시로 바뀌었다.

    즉 확진자 본인조차도 증상을 처음 느낀 시점을 헷갈릴 만큼 미약한 수준이었다는 뜻인데도, 증상이 경미했던 시간대인 저녁 시간에 접촉한 6번 확진자가 2차 전염된 것이다.

    정부 방역망 밖에 12일 동안 방치됐던 12번 확진자의 경우를 살펴보면 더욱 '무증상 전파' 우려가 커 보인다.

    12번 확진자는 한국에 입국하기 전 자신이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자들과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일본의 확진자에게 연락을 받은 후에야 뒤늦게 깨달았다.

    12번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 버스 기사 및 관광 가이드 역시 중국 우한으로부터 온 관광객과 버스에서 함께 지내면서 전염됐지만, '증상이 있던 사람이 없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 뚜렷하게 눈에 띄는 증상이 없고 당사자들도 느끼지 못할 만큼 증상이 약한데도 연쇄 감염이 일어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우한시에서 지난달 31일 오전 전세기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우한 교민 중 감염증 의심증상을 보인 일부 교민이 서울 동대문구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확대이미지

     

    ◇ 증상 있어도 경미하면 감염자 본인도 모를 수 있어…선제대응 나선 정부

    이러한 3번, 12번 확진자에 관한 역학정보가 흘러나오면서 최근 학계를 중심으로 '무증상 전파' 우려가 집중 제기됐고, 결국 정부도 입장을 바꿨다.

    실제로 대한감염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는 정부가 입장을 바꾼 지난 2일 공동성명을 내고 "초기에 아주 경미한 증상으로 또는 무증상 상태 감염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부가 무증상 전파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당일, 접촉 수준에 관계없이 신종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은 모두 자가격리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자연히 급증할 수밖에 없는 의료기관 및 방역당국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각종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우한 등 위험지역을 경유한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건당국은 아직 국내에는 '무증상 전파'가 실제로 발생한 사례는 없다면서 과도한 불안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반장은 "무증상 감염 사례는 아직 한국에서는 최종 확인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무증상은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며 "'무증상'은 과학적, 객관적인 측정 기준이 아니라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 얘기에 근거해 역학조사가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초기 증상이 생각보다 천천히 진행되고, 국내에서도 증상 시작 시점을 명확하게 말하기 힘든 사례가 확인됐다"며 "무증상기와 유증상기가 겹쳐지는 부분이 있어 증상의 시작시점을 환자가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증상이 명확할수록 더 감염이 쉽고, (초기에 전염되는 사례는) 아주 극소수"라면서 "다만 초기 증상이 가벼울 때에도 지역사회 내 전파력이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정부가 더 세심히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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