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227일 만에 고공농성을 끝내고 내려온 영남대의료원 노조 해고간호사 박문진씨. (사진=류연정 기자)
12일 오후 3시쯤. 227일 동안 높이 70m 야외 옥상에서 지내던 해고간호사 박문진 씨가 땅으로 내려왔다.
박씨는 아찔한 높이의 사다리를 한칸씩 밟으며 만감이 교차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박씨가 땅을 밟자 아래에서 기다리던 수십명의 노조원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박수와 함께 환호를 질렀다.
박씨는 그동안 응원해줬던 노조원들, 시민단체 등과 포옹하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힘겹게 입을 뗀 박씨는 "무탈하게 내려올 수 있게 많은 연대, 응원과 기도를 해주신 동지들에게 감사드린다. 이제는 더이상 노동자들이 노조할 권리나 노조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경우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2일 227일 만에 고공농성을 끝내고 내려온 영남대의료원 노조 해고간호사 박문진씨. (사진=류연정 기자)
앞서 지난 11일 밤 늦은 시각, 그동안 해고자 복직, 노조 정상화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던 영남대의료원 노사가 긴 논의 끝에 최종 합의하기로 결정했다.
합의안에는 해고간호사 박문진씨는 복직 후 곧바로 명예퇴직, 또 다른 해고간호사 송영숙씨는 오는 5월 복직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또 2006년 기획 컨설팅에 의해 사실상 와해됐던 노조는 가입과 탈퇴 자유를 보장하기로 했다.
노사는 지난해 여름부터 수차례 사적조정을 벌였지만 모두 실패했다.
최근 민주노총 이길우 대구지역본부장, 보건의료 노조 나순자 위원장, 영남대의료원 노조 김진경 지부장이 수십일간 단식을 벌인 것이 병원측을 압박해 기회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또 대구지방노동청이 사적조정 자리를 만들며 중재를 거듭한 덕분이기도 하다.
반 년 넘게 지역 최대 노동 문제였던 영남대의료원 투쟁은 노사가 서로 한 발씩 물러나기로 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노조는 앞으로 노조 정상화를 이루고 영남대의료원 노동자들의 권리 향상을 위해 더욱 활발히 활동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병원 측은 "이제 새로운 화합의 길을 모색하고 함께 미래 발전을 위해 나아가겠다. 이를 계기로 영남대학교의료원 경영진과 노조뿐만 아니라 모든 교직원이 한마음으로 화합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